염증 억제·간경화·천식 치료에 효과

열매들이 익어갑니다. 숲속에서 보물찾기하기 좋은 계절입니다. 유난히 산에 가고 싶은 계절인데요. 풀숲을 잘 헤쳐 보면 개암나무 꼬투리 속의 열매가 도토리 익어 밑이 돌아 빠지듯이 잘 익어 있습니다. 도깨비도 놀랐다는 개암 열매를 껍질 깨고 먹어보면 정말 고소하고 맛있는데 형언할 수 없는 맛을 내지요.

산 숲을 헤매다보면 오미자 덩굴을 만나서 횡재할 때도 있고 산머루 덩굴 아래서 입술이 까맣도록 열매를 따먹다보면 짧아진 해가 뉘엿거리던 초가을 산숲이 그리워집니다. 산이든 들판이든 나가기만 하면 풍성하게 간식거리를 제공해주던 자연의 공간에서 자란 나는 옛날의 그 향수 때문에 곧잘 풀숲을 헤치곤 합니다. 마을 어귀 담벼락에 늘어진 구기자 열매도 빨갛게 익고 텃밭 가에 까마중 열매도 익어 떨어집니다. 발길 닿는 곳마다 자연은 보물을 가득 숨기고 기다립니다.

   
 
 
담장 가에 꽃처럼 붉게 익은 꽈리 앞에 쪼그리고 앉아 휘파람을 불어 봅니다. 꽃보다 열매가 더 예쁜 꽈리의 익은 모습은 마치 옛 색시가 장옷 입고 돌아선 듯이 보자기 같은 꽃받침이 열매를 둘러싸고 있습니다. 잘 익은 열매 하나를 따서 가만히 꽃받침을 열면 빨간 열매가 보석처럼 담겨 있습니다. 달달하면서도 쓴맛이 나는 열매를 손가락으로 살살 주무르면 안에 있던 육질이 말랑말랑해지면서 씨앗이 빠져 나옵니다. 조심스럽게 씨앗을 다 빼고 후 불면 동그랗게 됩니다. 그것을 입에 넣고 아랫입술에 구멍을 대고 윗니로 살짝 누르면 "꽈르륵" 하는 소리가 납니다. 어릴 때 우리는 누가 더 꽈리를 많이 갖고 있나 서로 경쟁하기도 했답니다.

옛 전설에 노래 잘 부르던 소녀 꽈리가 이웃의 시기로 죽어서 핀 꽃이라는 이 꽈리는 가짓과의 여러해살이 풀입니다. 6~7월에 하얗고 작은 꽃이 피었다가 9월이면 열매가 익습니다. 주로 텃밭이나 담장가, 화단 같은 데 많이 심어서 관상도 하고 약재로도 썼다는데요. 한방과 민간에서는 전초를 산장초(酸裝草)라하며 해열.
 
   
 
임질·통경·안질·임파선염·난산·해독·늑막염·간염·간경화 등 많은 질병을 치료하는 좋은 약재입니다. 뿌리나 열매·잎 줄기 등을 말려서 푹 달여서 마시면 폐를 맑게 하고 해소·천식을 치료하고, 염증을 억제하는 데 좋다고 합니다. 또 열매는 산모와 소아에게 좋으며 풀 전체는 이뇨나 통풍에도 좋다고 합니다.

"꽈르륵 꽈르륵". 이맘때면 책보 메고 학교 가는 아이들의 입 속에서 이런 소리가 나곤 했지요. 요즘의 아이들은 산과 들이 자기들을 해치는 벌레들이 가득한 무서운 공간으로 기억합니다. 한 번쯤 아이 손잡고 꽈리 만들어 불며 논둑길 걸어보는 가을날 어떠신지요?

/박덕선(경남환경교육문화센터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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