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가 다시 뜨고 있다. 건강에 대한 관심 덕분이다. 알코올 도수는 낮으면서 신진대사가 원활해지는 등 막걸리는 영양분이 풍부하다. 또한, 쉽사리 질리지 않는 맛이다. 몰락할 것만 같던 막걸리 산업도 점점 기지개를 켜고 있다. 특성화 바람을 등에 업고서다. 지역마다 혹은 집집이 차별되는 맛이나 제조법 등 특성은 살리고, 다양한 변신을 꾀하는 거다.

도라지, 딸기, 복분자 등을 넣은 막걸리나 1병 값이 1만 원을 훌쩍 넘어 싸구려 이미지를 벗은 건 그러한 예다. 이제 다시금 '막걸리 전성시대'를 향해 치닫고 있다. 경남지역 막걸리 제조장과 집들도 그만의 색깔을 나타내며,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도내 곳곳에 있는 막걸리를 알아보고, 맛과 제조법 등을 남기고자 한다. 막걸리를 직접 담그는 양조장이나 집을 10차례 이상 살펴본다.

인사동에 있는 진주탁주 제조장
◇100% 쌀로 담근 진주 생(生) 막걸리 = "대도시는 웰빙에 워낙 민감해서 그런지 막걸리 붐이랍니다. 요즘 (매출이) 조금은 나아지고 있는데, (붐이 되려면) 더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자신을 진주탁주 제조장의 막내(?)라고 소개한 이원길(60) 씨의 첫마디였다. 그는 제조장 돌아가는 전 과정을 지켜보고, 공장 밖 현장을 둘러보는 일을 한다고 했다.

"옛날에는 독에 담아 이불을 덮고 발효했다는데, 이걸 채에 건져 손으로 막 치대 걸렀다고 '막걸리'라고 불렀잖습니까." 막걸리를 일컫는 말은 많다. 청주와 달리 맑지 않고 탁해 '탁주'와 농촌에서 주로 즐겼다고 '농주' 등이다. 우리나라 대표 술, '국주'라는 별칭도 있다.

진주탁주는 막걸리 범주에 당연히 포함된다. 이 씨는 막걸리는 술이 아니라고 했다. "발효식품이자 자연 건강식입니다. 알코올이 일부 들어갔지만, 요구르트에 가깝지요." 밀가루를 쓰는 집도 있다지만, 진주탁주는 100% 쌀로 만든다는 점을 강조한다.

'효모가 살아있는 술, 진주 생(生) 쌀 막걸리'. 진주탁주 병에 적힌 문구다. 술을 빚는 데 쓰는 발효제, 누룩(곡자) 만드는 작업부터다. 우선, 쌀을 씻는다. 쌀과 종균(씨균)을 솥에 함께 넣어 찐다. 종균을 배양하면서 유산균을 살리기 위해서다. 이때 습도와 온도는 수시로 맞춰야 한다.

종균을 가꿔 만들어진 입국(粒麴, 누룩)은 물과 함께 섞는다. 물기 없이 꼬들꼬들하게 지은, 일명 술밥이라고 하는 고두밥도 여기에 보탠다. 이 단계가 술을 안치는 '사입'이다. 사입은 두 차례 이상 진행하는데, 1단, 2단 등으로 나눠 부른다.

1단 사입을 거치면 원재료가 되는 주모(酒母, 밑술)가 만들어진다. 다시 찐 덧밥, 물, 쌀을 배합해 거르고, 다른 균은 들어가지 못하도록 통에 담아놓는다. 이 시점부터 닷새 동안 숙성해 또 한 번 거르는 게 대략적인 과정이다.

진주탁주는 10일간 냉장 보관해 마실 수 있다. 0.5도 정도 허용 범위가 있으나 도수는 6도짜리다. 녹색 플라스틱병에는 항상 제조 연월일이 찍힌다. 평일 아침 7시부터 시장에 내어 보낼 탁주가 나온다. 20살 이전부터 일해온 공장장 김일권(81) 씨를 비롯해 현재 7명이 함께 작업하고 있다.

유통기한 늘릴 무균포장 연구 과제

   
 
 
◇다시 태어나는 진주탁주 =
진주탁주 제조장 사무실 한편에서 꺼낸 오래된 액자에는 사업등록증이 들어 있었다. 사업개시일은 1971년 11월 1일. "60년대 중후반부터 장사했다니 실제 개시일은 훨씬 이전일 겁니다." 이원길 씨는 진주탁주가 만들어진 당시 상황을 전했다.

진주시 동별로 12곳 양조장이 있었는데, 1960년대 초반 양조장들이 통합돼 공동운영회가 꾸려졌다고 했다. 지금 운영회는 최우선 회장과 주주 6명으로 구성돼 있다. 당시 술은 동네 혹은 지역을 벗어날 수가 없었다. 박정희 정권 때는 쌀 부족을 이유로 밀가루를 써서 막걸리를 담그기도 했다. 쌀 막걸리 금지가 풀린 건 1977년, 14년 만이었다고 한다. 이런 일로 진주탁주도 움츠러들었다.

막걸리나 전통주 규제가 풀린 건 최근 일이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달 26일 감면 혜택이나 생산시설 기준 등 규제 완화, 우리술산업진흥법 제정 등을 골자로 '우리 술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이런 흐름에 맞물려 진주탁주 또한 기대를 건 사업을 벌이고 있다. 제조장 이전이다. 진주시 장재동 새 공장은 11월 초 준공된다. 근처에는 가수 남인수 생가가 있다. 막걸리 만드는 과정은 좀 더 현대화, 체계화하고 직원도 보강해 생산량도 2배가량 늘릴 계획이다. 현재 하루 생산량은 1800~2000ℓ다.

과제도 남아 있다. 생 막걸리의 특성을 살리는 일이다. 무균 상태로 포장하는 등 보편화하려면 연구도 뒤따라야 한다.

맛은 툭툭하지 않고, 쉰 냄새를 없애는 쪽으로 맞추고 있다. 젊은 층이나 중년 여성들도 좋아하는 막걸리로 거듭나려는 뜻이다.

"누룩을 적게 써서 발효해 쉰내를 잡고, 뒤끝 없는 술로 만들려고 합니다. 막걸리 마시면 거의 저절로 생기는, 머리가 아픈 숙취 현상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거죠. 소비자 입맛에 맞도록 계속 변화해야 합니다."

'진주 생 쌀 막걸리'는 진주시 술집과 상점 등에 공급되고 있다. 750㎖ 1병에 850원으로 제조장에서 직접 사갈 수도 있다. 진주시보건소 뒷길로 가다 보면, 인사동 골동품거리가 나온다. 거리로 들어서 오른편에 보면 진주탁주 건물이 보인다. 진주시 인사동 163-1번지. 055-745-0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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