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 상징 삼족오…똑똑하고 효성도 지극

산이 가까운 우리 집은 아침마다 까마귀 소리를 듣고 모습도 가까이서 볼 수 있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 까마귀 소리를 들으면 말로는 표현 못할 찜찜함이 가슴 속 깊은 그 곳에서 올라온다. 저것도 귀한 생명이거늘 왜 이리 거부 반응이 올까? 내가 아직 이것밖에 안되나? 하며 애써 눌러보지만 까마귀 소리는 참 사람 기분을 이상하게 만든다. 까마귀는 우리네 삶에 어떤 새였을까?

'똑똑한 까마귀'. 외신 보도에 종종 까마귀가 나오는데 대부분 까마귀가 똑똑하다는 것을 실험으로 증명한 기사들이다. 도구를 이용해서 먹이를 먹을 줄 알고 아주 똑똑하다고 한다.

물병에 돌을 집어넣어 물을 먹은 똑똑한 까마귀 이야기가 동화가 아니라 진짜라고 한다. '역사 속 까마귀'. 포항 구룡포 호미곶에 가면 연오랑 세오녀가 있다. 해를 담당한 연오랑(延烏郞)과 달을 담당한 세오녀(細烏女) 이름에 까마귀 오(烏)자가 왜 있을까? 밝은 태양을 상징하는 까마귀는 오히려 검디 검은 색이다.

   
 
 
'삼족오와 까마귀'. 삼족오(三足烏)는 태양의 상징이고 신비한 새이다. 드라마 주몽으로 국민들의 가슴에 다시 자리잡은 삼족오는 세발 달린 까마귀라고 한다. 까마귀가 아니라 상상 속의 검은새라는 의견부터 시작해서 일본 삼족오까지 논쟁이 분분하다.

일본 축구 대표팀의 유니폼 가슴에 있는 새가 바로 삼족오(三足烏)이다. 삼족오는 일본 천황의 호위군대라는 의미로 일본의 보수 우익단체의 엠블럼이 되기도 한다. 삼족오에 대한 해석은 워낙 많고 분분하다.

'견우와 직녀'. 칠월칠석 견우와 직녀의 가슴 아픈 사랑에 다리를 놓는 새도 까마귀와 까치이다. 까마귀는 사랑의 가교인 것이다.

'효자 까마귀'. 반포지효(反哺之孝), 까마귀는 새끼가 자란 뒤에 늙은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는 효성이 지극한 새라고 한다.

'까마귀 밥'. 제사를 지내고 난 후 젯밥과 나물을 대문 앞이나 울타리 곁이 놓아두는 것도 까마귀밥이라고 하는데 저승에 있는 조상에게 음식을 가져다 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승과 저승을 연결하는 사자인 까마귀에게 음식을 주는 것이다. 요즘에는 거두어 줄 사람이 없이 죽어 버려지는 개죽음을 까마귀밥이 된다고 한다.

검은 몸·음산한 울음 '불길한 새' 인식

'불길한 까마귀'. 까마귀가 아무리 효자고 태양의 상징이며 좋은 의미를 준다고 해도 보통 사람들이 까마귀 하면 느끼는 감정은 불길함, 무서움, 재수없음, 죽음이 아닐까? 왜 까마귀 울음 소리를 듣거나 보면 재수가 없고 사람이 죽는다고 생각하게 되었을까?

'검은 색깔'. 우선 검은 색깔에서 찾아보자. 검은색은 불길한 색이고 저승사자의 검은 갓과 검은 옷 모두 검은색이다. 시골에서 검은 고양이를 도둑 고양이라고 하며 쫓아버린다. 만화, 드라마, 소설, 영화 속 까마귀는 대부분 기분 나쁜 새로 많이 나온다. 악당은 까만 옷을 입고 나온다. 마녀도 검은색 옷밖에 없다. 전설의 고향 저승사자도 모두 검은색 옷이 제복이다. 스머프에 나오는 가가멜부터 요즘 EBS 딩동댕 유치원에 나오는 블랙우먼까지 나쁜 악당은 모두 검은색 옷을 입고 나온다. 왜 이리 검은 색을 싫어했을까? 한국전쟁 이후 빨간색을 죽어라 싫어하는 정서와 비슷하지 않을까?

지난 1월 14일 울산시 남구 무거동과 중구 태화동 일대 해질 무렵 1만5000여 마리의 까마귀 떼가 하늘을 비행하는 장관을 연출했다. /뉴시스
'음양오행과 검은색'. 검은색은 음양오행에서 방위는 북쪽, 계절은 겨울이고 어둠과 죽음을 상징하는 색깔이다. 동·서양 많은 나라에서 장례를 치를 때 상복이 검은색이다. 불에 타고 남은 재를 보며 검은색을 사후세계의 상징색으로 여겼다. 인간에게 가장 두려움을 주는 색이 검은색이다. 눈을 감으면 어둠 속에 있는 것이고, 죽음은 영원히 눈을 감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검은 상복을 입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삼국시대 이후 유교와 음양오행이 들어오면서 까마귀는 불길한 새가 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런 저런 이유를 종합해보면 까악 까악 까마귀 소리의 음산함, 검은 색깔, 죽은 시체나 동물을 먹으러 떼로 몰려 내려 앉는 모습이 까마귀를 재수없는 새로 만들었을 것이다.

'까마귀와 시체'. 검은 색깔과 음산한 까마귀 울음소리만 가지고 사람들이 까마귀를 이렇게 싫어하진 않았을 것이다.

겨울철새 독수리 먹이를 주면 독수리보다 먼저 찾아오는 녀석이 까마귀다. 독수리도 감당 못하는 것이 까마귀인데 잘 보면 까마귀들이 독수리를 쫓아낸다. 길에서 차에 치여 죽은 야생동물을 물어가는 것도 까마귀이다. 나라에 역병이 들거나 전쟁이 나 시체가 많을 때 제일 눈에 띄는 새가 바로 까마귀가 아니었을까? 가장 위급하고 힘든 시기에 만난 까마귀는 사람들의 눈에 정말 기분 나쁜 새이었을 것이다.

드라마 주몽과 삼족오 이후 까마귀에 대한 새로운 이미지가 생기면서 까마귀 소리에 침을 뱉거나 훠이 훠이 쫓아 버리기보다는 고구려 벽화와 삼족오, 연오랑 세오녀의 좋은 까마귀가 우리와 함께 하는 문화 사업들이 계속되었으면 좋겠다.

/정대수 (진동초등학교 교사)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