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적 피하려 보호색 입어 관찰 어려워갯벌서 퍼지는 '뾰오뾰오' 소리로 만나

봄·가을 저녁 노을이 하늘과 바다를 빨갛게 뒤덮을 무렵, 바닷가 갯벌에 가면 "쫑쫑쫑", "피잇피잇", "뾰오뾰오" 바람결을 타고 갯벌 위로 퍼져 나가는 매우 맑고 경쾌한 도요물떼새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지금 바닷가 갯벌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도요물떼새로는 도요새 무리 중에서 몸집이 가장 큰 알락꼬리마도요, 마도요 그리고 중간 정도 크기의 청다리도요, 중부리도요, 노랑발도요 등이 있다. 물가에 떼 지어 다니며 먹이를 찾고 있는 꼬마물떼새, 흰물떼새, 검은머리물떼새 등도 볼 수 있다.

봄·가을 우리나라 갯벌을 통과하는 도요물떼새는 나그네새다. 중국 북동부, 시베리아 습지에서 태어나 우리나라 갯벌을 거쳐 호주·뉴질랜드까지 머나먼 여행을 반복한다. 수천만 년에 걸쳐 북반구에서 남반구로, 남반구에서 북반구로 이동을 반복해 온 것이다.

   
 
 
도요물떼새는 하천과 갯벌, 습지에서 살아가기 좋은 몸매와 울음소리를 다듬어 왔다. 하지만 아름다운 몸매와 맑고 깨끗한 노래 소리의 주인공 도요물떼새를 맨눈으로 관찰하기란 쉽지 않다. 천적 맹금류의 눈을 피하기 위한 보호색을 띠고 있어 얼핏 보아선 잘 보이지도 않는다.

도시의 일상에서 벗어나 가족과 함께 바닷가 갯벌에 나갔을 때 도요물떼새를 쉽게 관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보호색 때문에 몸매가 쉽게 눈에 띄진 않지만 맑고 경쾌한 울음소리는 조금만 귀를 기울여도 들을 수 있다. 소리가 들려오는 쪽에 시선을 두고 갯벌 위의 움직임을 자세히 관찰하다 보면 맨눈으로도 게들과 도요물떼새의 움직임을 포착할 수 있다. 멀리까지 자세히 볼 수 있는 고성능 망원경이 있으면 좋겠지만 값비싼 장비라서 구입하긴 쉽지 않다. 우선 소리와 움직임을 통해 도요새를 만나 보는 것이 제일 쉬운 방법이다.

   
 
 
소리와 움직임보다 더 좋은 방법은 '가슴'으로 만나는 것이다. 지구상에 사람이 살기 이전부터 수천만 년을 이동하며 살아온 도요물떼새.

그들의 존재를 인식하고, 그들의 유구한 삶과 자연의 섭리에 경의를 표하는 순간. 도요물떼새들의 몸짓과 날갯짓, 울음소리는 우리의 가슴속에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윤병렬(환경과 생명을 지키는 사천 교사 모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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