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하지만 후덕한 남쪽 바닷마을의 맛

통영사람치고 '충무김밥' 모르는 사람이 없듯 '오미사'라는 상호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게다. 토박이든 객지에 나가 있든 통영 사람이라면 '오미사'라는 상호만 들어도 어금니 사이에 침이 고일 정도로 '오미사'는 연륜이 묻어나는 맛집이다.

1997년 IMF외환위기가 오기 전에는 '오미사'는 꿀빵뿐만 아니라 찹쌀떡, 튀김우동 등 다양한 메뉴로 통영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오미사 찹쌀떡은 바쁘게 팔려나갔고, 임신부들이 입덧만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입안을 감아 도는 오미사 튀김우동이었다고 한다.

관선시장 시절 당시 모 충무시장은 가까운 외지에서 손님이 오면 오미사 튀김우동을 대접했으며, 심지어 점심때가 되면 비서에게 냄비를 들고 튀김우동을 사달라고 시켜 시장실에서 점심을 먹을 만큼 튀김우동 마니아였다.

50년 전 간판도 없이 시작해 지역명물로

이렇게 맛으로 유명했던 튀김우동이 어찌 된 일인지 IMF가 다가오자 멸치 우동국물 한 솥을 끓여 놓아도 테이블 의자마다 꽉꽉 차던 우동은 하루에 두 그릇 정도밖에 못 파는 날이 허다했다. 하는 수 없이 '오미사'는 찹쌀떡과 튀김우동을 통영사람들 추억의 맛으로 남겨 두고, 지금은 꿀빵 한 가지만 만들어 팔고 있다.

취재를 위해 찾아간 시간이 오전 11시쯤 되었는데, '오미사꿀빵' 집의 문 앞에는 "오늘 만든 꿀빵이 다 팔렸습니다. 많은 양을 공급하지 못하여 죄송합니다. 내일 오시기 바랍니다. 오전 10시 오미사꿀빵"이라는 표지판이 걸려 있었다.

매일 오전 10시 이전까지 '오미사'에 도착하지 않으면, 달콤한 꿀빵을 입에 넣기 어렵다. 도넛에 물엿을 입히고 참깨를 뿌린 꿀빵은 진주와 통영에만 있다.

변함 없이 큼직하고 부드러운 식감

오미사 창업주인 정원석 할아버지.
어느 곳의 꿀빵이 맛있느냐는 지역마다 사람마다 다 다르겠지만, 같은 꿀빵이라도 진주와 통영은 차이가 있다. 진주의 꿀빵은 밤톨보다 조금 커 한입에 넣기 좋지만, 통영의 꿀빵은 한 두어 개만 먹으면 요기가 될 만큼 크다.

한편, 맛을 비유하자면 이렇다. 진주의 꿀빵은 도넛 피를 물엿에 적셔 차갑게 굳어 입 안에 넣으면 달콤함과 바삭함이 어우러져 식감이 젊은 날 재즈를 듣는 것 같았다. 통영의 꿀빵은 도넛 피가 약간 두꺼워 달콤함과 부드러운 맛이 팥 앙금 맛과 함께 어울려 후덕한 중년 여인의 미소를 대하는 것 같았다.

'오미사꿀빵'은 창업주 정원석(75) 할아버지가 총각 시절 '평화당'이라는 제과점에서 익힌 솜씨로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1960년대 초 신혼살림을 시작하며, 통영 항남동 오미사세탁소 옆에 의자 두 개를 놓고 밀가루 배급을 받아 튀김우동과 도넛을 튀겨 꿀빵과 찹쌀떡 등을 만들어 상호나 간판도 없이 장사했다.

타지에서도 발길 이어져 만들기 무섭게 바닥나

대를 이은 아들 정창엽 씨.
상호나 간판 없는 정원석 할아버지의 작은 가게는 학생들의 소문으로 가게 옆 '오미사세탁소' 이름을 빗대어 '오미사'라 불렀고, 어느 날 '오미사세탁소' 주인이 가게를 비워 달라 하여 지금의 장소로 이전하면서 자연스럽게 정원석 할아버지의 가게 이름이 '오미사'가 된 것이다.

정원석 할아버지는 '오미사'를 운영하며 아들 정창엽(44) 씨에게 대물림했다. 정 씨는 대학교까지 공부하고, 건설회사에 취직해 비교적 안정된 생활을 했으나 연로한 아버지의 가업을 잇겠다고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통영고 후문에 '오미사꿀빵' 도남동 분점을 3년 전에 개업했다.

본점은 오전 10시 이전에 꿀빵이 다 팔리지만, 비교적 넓고 시설이 잘 된 분점은 홈페이지를 이용한 택배는 물론, 시간에 관계없이 물량을 항상 준비해 놓고 있다. 오미사꿀빵 10개 1상자 7000원. '오미사꿀빵' 통영시 항남동 270-21번지, 055-645-3230. '오미사꿀빵 도남점' 통영시 도남동 498-1번지 성우아파트 상가 1층. 055-646-3230.

/김영복(경남대 산업대학원 식품공학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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