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잎수제비, 한방 약재 오리 백숙. 어찌 보면, 공통점 하나 없는 두 음식이다. 그럼에도, 조금만 곱씹으면, 참살이 열풍 덕분에 소위 뜬 음식들이라는 걸 알 수 있다. 기존 단순한 조리 방법이 아니라 길고 복잡한 과정을 거쳐 건강까지 지키는 맛이다. 그 비법은 어울림이다.

연잎은 즙으로 넣어 밀가루 반죽을 보드랍게 하고, 한방 약재는 오리 특유의 비린내를 말끔히 없애준다. 두 음식을 각각 내놓는 음식점 '다암'과 '송죽가든'의 공통점은 한 가지 더 있다. '다암'은 김해시 생림면, '송죽가든'은 김해시 장유면에 있다. 둘 다 행정 구역으로는 김해시이고, 아울러 도심으로부터 떨어져 있어 찾아가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반죽에 연잎 즙 넣어 부드러운 연잎수제비

◇김해시 생림면 '다암', 연잎수제비

연은 꽃, 잎, 뿌리, 씨 등 안 쓰이는 게 없을 정도로 최근 주목받고 있다. 오염을 정화하는 미생물 작용이 많은 질퍼덕한 흙에서 자라는 연. 그만큼 연은 건강에 이롭다고 한다. 특히, 연잎은 철분이 많아 6살 아래 어린 아이, 사춘기 소녀, 임산부의 빈혈에 좋다. 노화 방지 효과 때문에 차와 음식뿐 아니라 화장품으로도 만들어진다.

또, 몸 안에 필요 없는 습기를 없애주는 연잎의 효능은 연잎수제비가 무더운 여름에 알맞은 요리임을 알려준다. 연잎수제비는 '다암'에서 5년 전 자체 개발한 음식이다.

"연잎은 함양 지리산 기슭에서 스님이 직접 키워서 딴 것을 쓰고 있어요." 김혜정(48) 사장은 연잎수제비 만드는 방법을 쉽게 일러줬다. 생 연잎을 갈아낸 즙은 밀가루 반죽에 넣는다. 새파랗게 변한 반죽은 오래 치대고, 무게별로 나눠 하나하나 포장한다. 이후 서늘한 곳에서 하룻밤 재우고, 이틀 정도 냉장 숙성을 거친다.

칼칼한 국물 맛은 9~10가지 해물과 채소로 낸다. 딱새우 또는 소라·고둥을 넣어 국물이 우러나오게도 한다. 여름에는 맑게 하지만, 겨울에는 연근과 들깻가루를 보태 다소 뻑뻑하게 만든다. 양이 부족하면, 공깃밥을 먹을 수도 있다. 메밀과 석죽 등을 연잎과 섞어 만든 연잎차가 후식으로 따라나온다.

'다암(茶菴)'의 한자어를 풀면, 차가 있는 암자다. 수제비뿐 아니라 다양한 차도 마실 수 있다. 손수 빚은 바람떡, 유자·매실·대추·팥앙금 젤리, 호박·고구마 양갱 등 다식도 10여 가지 있다. 인제대와 가야랜드를 차례로 지나고 2㎞ 남짓, 나전공단거리에선 1㎞ 남짓 가면 볼 수 있다. 연잎수제비 7000원. 김해시 생림면 나전리 95번지. 055-323-8088.

한약재 넣어 잡내 없앤 한방 약재 오리백숙

◇김해시 장유면 '송죽가든', 한방 약재 오리 백숙

한방 약재 오리 백숙은 올 여름 막바지 보신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좋을 것 같다. 냉동한 건 쓰지 않고, 생오리로만 조리한다. 올해부터 선보인 한방 약재 오리 백숙은 걸쭉한 국물이 특징이다. 오리를 삶을 때 한방 약재 23가지 분말을 같이 넣는다. 한방 약재의 구수한 향과 맛은 고기에까지 스며들어 오리 잡내를 없애준다. 1시간 넘게 푹 끓이므로 제 시간에 먹으려면 예약을 해야 한다.

"23가지 약재는 3년 전부터 아는 식품학 교수에게 자문해서 들여오고 있어요. 오리와 궁합이 맞는 재료들이죠." 장청자(70) 사장은 한방 약재를 쓰고선 백숙 맛이 훨씬 부드러워졌다고 했다. 한방 재료를 더한 오리 고기는 필요하지 않은 지방이나 독소를 몸 밖으로 내보내고, 혈액도 맑게 한단다.

찹쌀을 넣고 약한 불에서 20분 정도 끓인 죽도 나오는데, 입맛을 깔끔하게 해준다. 산초잎, 곤달비, 취나물 등 직접 밭에서 기르고, 산에서 캔 나물 반찬을 내놓는다. 매해 늦가을 김장한 김치도 상에 오른다. 네댓 사람이 오리불고기 한 판을 시켜 먹고서 백숙 한 마리 먹으면 적당한 양이라고 했다.

'송죽가든'은 먹을거리와 자연이 어우러진 곳이다. 불모산 자락에 장유대청계곡을 끼고 있다. 장유사도 근처에 있다. 백숙 먹고, 가야 불교와 연관이 깊은 장유사를 둘러봐도 된다. 장유에서 창원터널 들어가기 전(창원에서 갈 때에는 터널 빠져나온 직후) 대청교 아래로 빠져서 2㎞ 정도 장유대청계곡 옆 좁은 1차로 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나온다. 한방 약재 오리 백숙 4만 원(3~4인). 김해시 장유면 대청리 572번지 7/3. 055-314-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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