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랏빛의 매끄러운 광택이 눈을 끈다. 단단할 것 같으나 속은 폭신폭신 구름을 만지는 듯하다. 봄부터 여름까지 실로 많은 채소가 우리의 눈을 사로잡지만, 유독 튀게 들어오는 가지의 색은 여느 채소와는 다르게 식욕을 자극한다.

생약 명으로는 가자(茄子)라고 하는데, 우리나라를 비롯해 동남아시아와 미국 등 따뜻한 기후에서 잘 자라는 온대성 한해살이 또는 열대성 여러해살이식물이다. 원산지는 인도이며, 동아시아에는 5~6세기에 전파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신라시대부터 재배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송나라 기록인 <본초연의>에 "신라에는 모양이 달걀과 비슷하고, 자색에 광택이 있는 일종의 가지가 나는데, 꼭지가 길고 맛이 달아 지금 중국에 널리 퍼졌다"고 기록되어 있다.

가지에는 93% 수분과 1.2% 단백질, 5.9% 정도 탄수화물이 함유되어 있다. 열량은 100g당 28k㎈로 낮으며, 칼슘·철분·비타민 A·C 등이 함유되어 있다. 그러나 다른 과실류에 비해 그 함량이 낮아 영양가는 낮은 편에 속한다.

가지의 특유한 보라색은 안토시안계 색소인 나스닌(자주색)과 히아신(적갈색)이라는 배당체가 나타내는 색이다. 안토시안계 보라 색소는 지방질을 잘 흡수하고 혈관 안의 노폐물을 용해, 배설시키는 성질이 있어서 피를 맑게 한다. 또, 항암과 항산화 효과가 뛰어난데, 일본 식품종합연구소의 연구 결과 가지는 대표적인 항암 채소인 브로콜리나 시금치보다 2배 정도 더 높은 항암 활성을 지니는 것으로 밝혀졌다.

안토시안계 색소는 눈의 피로를 덜어주고 시력을 보호하는 효과도 있어 현대인처럼 컴퓨터를 오래 사용하는 사람들에게도 좋다고 한다. 가지에 함유된 스코폴레틴(Scopoletin)과 스코파론(Scoparone)이라는 성분은 경련억제 작용이 있으므로 진통을 위해 사용되는 일도 있다.

한방에서 가지는 모든 소화기 계통에 좋은데, 특히 신장과 대장에 좋다고 한다. 성질이 차서 열이 많은 사람에게 좋은 식품으로 냉증이 있는 사람과 임산부에게는 적당하지 않다.

민간요법으로는 생가지를 잘라서 얼굴에 자주 문지르거나 팩을 하면 주근깨 등의 잡티 제거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가지를 세로로 길게 잘라 붙여주면, 가벼운 화상이나 타박상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가지를 고를 때에는 보라색이 진하면서 윤이 나고, 탄력이 있으며 껍질은 얇고 끝이 너무 크지 않아야 씨가 적어서 좋다. 꼭지는 말라 있거나 시들지 않은 것으로 너무 크지 않은 것을 골라야 한다. 색이 연하면서 크기가 큰 것은 늦게 수확한 것으로 단단하고 맛이 떨어진다.

   
 
 

요즘 같이 더위를 잊고 싶은 날에는 찐 가지를 가늘게 찢어 적당한 길이로 잘라 가지 냉국을 만들어 먹으면 좋다. 양상추, 오이, 파프리카 등 채소에 잘게 썬 가지를 넣어 샐러드를 만들어도 된다. 쇠고기, 버섯, 양파 등을 다져 넣고 장국을 자작하게 부어 끓인 일종의 찜인 가지선도 별미다.

가지는 기름을 잘 흡수하므로 기름이 많이 들어가는 요리에 잘 어울리며, 식물성 기름을 사용하면 불포화지방산과 비타민 E 섭취에도 유리해 가지의 부족한 영양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신정혜(재단법인 남해마늘연구소 기획연구실장)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