꾀꼬리의 진실

조용필은 '못 찾겠다 꾀꼬리'를 부르면서 왜 꾀꼬리를 못 찾겠다고 했을까? 많고 많은 새 중에서 왜 꾀꼬리를 못 찾은 걸까? 노래를 잘 하는 사람을 꾀꼬리 같은 목소리라고 한다. 꾀꼬리 소리가 얼마나 아름답기에 꾀꼬리 소리라고 했을까? 고구려 유리왕은 왜 꾀꼬리를 보고 암수 서로 정답다고 했을까?

◇못 찾겠다 꾀꼬리!!! = 예전 마을 공터에서 빈 깡통을 차며 노는 아이들 모습을 한 번 떠올려보자. 술래가 사람들을 찾는 동안 숨어 있던 사람이 몰래 뛰어나와서 깡통을 찍으면 그때까지 술래에게 잡혔던 아이들은 모두 살아난다. 꼭꼭 숨어 찾기가 어려우면 술래가 "못 찾겠다. 꾀꼬리" 하고 외치고 놀이가 다시 시작된다. 숨바꼭질을 할 때도 술래가 아이들을 모두 다 찾지 못하면 외쳤던 소리가 "못 찾겠다. 꾀꼬리"이다. 왜 많고 많은 새 중에 꾀꼬리일까?

   
 
 
황금빛 몸 천적 눈에 잘 띄어 숨어 살아

◇꼭꼭 숨어 살아야 하는 운명 =
아름다운 목소리의 대명사 꾀꼬리, 시골에서는 꾀꼬리 소리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아름다운 새소리를 듣고 꾀꼬리를 찾아보면 어디 있는지 찾기 어렵다. 소리는 잘 들리지만 보기가 어려운 새가 꾀꼬리이다. 그도 그럴 것이 꾀꼬리는 겁이 많고 언제나 나무 위 높은 곳에서 나뭇잎 사이에 숨어 있다. 꾀꼬리의 자랑인 멋진 황금빛 노란색 몸은 천적의 눈에 잘 띄어 꼭꼭 숨어 살지 않으면 알이나 어린 새끼가 죽을 수밖에 없는 슬픈 운명을 타고난 것이다.

◇꾀꼬리 같은 목소리 = 꾀꼬리는 '꾀꼴 꾀꼴' 운다고 꾀꼬리라고 한다. 하지만 실제 꾀꼬리 소리는 '삐요~삐요~', '히요', '호호', '호이호', '우갸야', '우가야' 하고 여러 가지 소리로 운다. 아무리 들어보아도 꾀꼴 꾀꼴처럼 들리지는 않는다. 잘 생긴 동네 총각이 부는 멋드러진 휘파람 소리처럼 들리기도 한다. 사실 아름다운 꾀꼬리 소리의 진실은 수컷 꾀꼬리가 암컷 꾀꼬리에게 불러주는 사랑의 세레나데이다. 꾀꼬리의 구애 소리는 옥구슬이 굴러가는 듯 맑고 청아한 소리를 내지만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울 때는 자기 영역에 침범한 적들에게 '갸악 갸악' 하고 무서운 소리를 내기도 한다. 침입자에게 '케엑~', '꽥~' 찢어지는 소리를 내는 것은 둥지와 새끼를 지키기 위해서이다.

구애 소리 '삐요' 청아…침입자에겐 '꽥'

◇황조가와 꾀꼬리= 꾀꼬리는 온몸이 노란색이다. 황금색 노란 꾀꼬리는 누를 황(黃)자에 새조(鳥)를 써서 황조라고 했다.

翩翩黃鳥 (편편황조) 펄펄 나는 저 꾀꼬리

雌雄相依 (자웅상의) 암수 서로 정답구나(기대었네)

念我之獨 (염아지독) 외로운 이내 몸은

誰其與歸 (수기여귀) 뉘와 함께 돌아갈꼬

주몽의 아들이자 고구려 2대왕인 유리왕이 왕비가 죽고 골천 사람인 화희(禾姬)와 한나라 사람인 치희(雉姬)를 후궁으로 들였다. '황조가'는 단순한 사랑노래가 아니라 고구려 건국 초기의 정치적 세력 다툼의 상황이 깔려 있다. 골천( 川) 사람 화희의 골( )은 송골매이고 치희(雉姬)의 치(雉)는 꿩이다. 송골매가 꿩을 잡아먹은 것이다. 또 화희(禾姬)의 화(禾)는 벼를 뜻하는 한자라는 것에서 농경문화와 수렵문화의 권력 투쟁으로 보는 해석도 있다. 치희와 화희의 다툼은 외래세력과 토착세력의 권력 다툼이며 '황조가'는 왕권을 강화하려다 좌절한 유리왕의 심정을 보여주는 서정시이다

◇우리 동네에선 꾀꼬리를 무어라 불렀을까? = 고려 가요 '동동'에 나오는 곳고리새는 꾀꼬리이다. 옛 문헌에 꾀꼬리는 곳고리, 굇고리, 괵고리로 나온다. 곳은 黃(노란색)의 뜻이고 고리는 새의 뜻이라는 주장도 있고 곳은 꽃이고 고리는 꼬리의 옛말이라 꽃처럼 예쁜 꼬리를 지닌 새라는 주장도 있다. 국어 사전에 나오는 꾀꼬리의 방언을 찾아보면 경남에서는 꿀꾸리, 경북에서는 깨끌새, 끼꼬래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국어사전에 나오지 않는 꾀꼬리 사투리는 동네마다 조금씩 다를 것이다. 새를 좋아하는 탐조 인구가 늘어나면서 곧 정리가 되겠지만 꾀꼬리의 동네 이름을 알고 계시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살아계실 때 정리를 해야 할 것이다.

◇옛 그림과 고시(古詩)에 나오는 꾀꼬리 = 꾀꼬리가 나오는 고시나 옛 그림의 공통점을 찾아보면 뽕나무 열매인 오디가 익고 보리가 익어가는 봄날에 버드나무 그늘 아래 잠자기 좋은 날에 꾀꼬리가 운다고 한다.

꾀꼬리가 4~5월 강남 갔다가 돌아와서 오뉴월에 짝을 찾아 노래부르며 짝짓기를 하고 알을 낳아 새끼를 키우는 것과 맞아 떨어진다. 그래서일까? 박목월은 '윤사월'에 꾀꼬리가 나오고 김영랑의 시 '오월'(1937)에는 오월에 꾀꼬리가 나온다.

고려 가요 '동동'의 음력 4월이다. 싱그럽고 풋풋한 양력 오월의 풍경과 꾀꼬리 노래 소리가 잘 어울린다고 하겠다.

/정대수(진동초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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