굵게 썬 채소까지 듬뿍 '딱 옛날 맛 그대로'

◇마산 월영동 '만날재 옛날손짜장'

1980년대 초반부터 자동화 바람이 불면서 기계면이 대량 생산·보급되고, '수타국수(손국수)'의 가치는 퇴색해 가는 듯했다.

하지만, 근래 다시 유행을 타고 있다. 장년층이나 노년층은 옛 맛이 그리워서, 새로움을 좇는 젊은 층도 늘 여전한 맛보단 애틋한 손맛을 찾고 있다.

"면은 쫀득하고, 안 퍼지는 게 중요하죠. 공이 안 들어가면, 당연히 맛이 없습니다." '만날재 옛날손짜장' 최점구(48) 대표가 손으로 면 뽑는 기술을 배운 건 18~19살쯤이다. 균일하진 않아도 기계면이 손국수의 쫄깃함을 따라올 순 없을 것 같다. "면은 씹히는 맛을 느끼고, 채소도 굵게 썰어 옛날 자장면 맛이 우러나게 하죠."

자장면이 추억 담긴 옛날 맛이라면, 짬뽕은 해물탕(?)에 가깝다. 홍합, 주꾸미, 새우, 조개, 오징어 등 매일 아침 마산어시장에서 사들이는 해물을 쓴다. 10월 넘으면 굴까지 넣어 6~7가지 재료다. 피망, 양파, 호박, 콩나물 등 채소도 어우러진다.

말린 멸치, 무, 다시마 등을 쓴 육수로 국물을 만든다. 기름기 없이 매콤한 국물은 무겁지 않게 목으로 넘어가는 느낌이다. "음식은 맛뿐이 아닙니다. 많은 해물은 바로 눈 맛이죠." 아울러 수타 소리까지 들으면서 시각, 청각, 미각 등 세 가지 감각이 어울린 맛이다.

메뉴는 여느 중국집처럼 수많은 요리가 나열된 식이 아니다. 오히려 단순화해 질을 높이자는 것이다. 지금 자리에서 장사한 지는 2년 됐다. 평일 주말 가릴 것 없이 점심에는 가게가 북적댄다. 배달은 하지 않는다.

"오늘날 음식문화를 연구하지 않고 차별화하지 않으면, 도태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성껏 많이 드리는 게 오히려 남는 장사죠."

최 대표는 처음에는 취재에 응하지 않으려 했다. 지금도 몰려오는 손님들 대접하기에 정신이 없어서다. 조금이라도 신경을 덜 쏟게 될지 걱정이란다.

"기사 보고 오실 분들은 점심 때 피해서 오시면 고마울 것 같습니다. (웃음) 좀 더 여유롭게 공을 들여 내놓겠습니다."

만날고개길 들머리에서 볼 수 있다. 자장면 4000원·짬뽕 4500원. 마산시 월영동 208번지. 055-222-9122.

달궈진 그릇이 식탁 위에 '바글바글 끓는 자장'

◇김해 진영읍 '해동성'


끓는 자장. 이건 '해동성'이 내세우는 특징이랄 수 있다. 이름하여 맥반석자장면이다.

맥반석 그릇을 불에 달궈 거기에 자장면을 넣어 내놓는다. 바글바글 자장이 끓는 모습을 주방이 아닌 식탁에서도 보는 것이다. 장은 보통 자장면보단 많이 넣는다. 끓이면서 장맛이 면에 스며들도록 한다.

그래서 맥반석자장면은 자장의 따뜻함이 오래간다. 그릇이 천천히 식기에 남는 자장에 밥을 시켜 비벼 먹어도 된다. 자체 개발한 맥반석자장면은 올해로 10년 된 이 집만의 특미다.

중금속을 빼내고, 물을 맑게 하는 등 그 특성 때문에 건강 관련 제품에 많이 쓰이는 맥반석. 누런 맥반석 그릇에 담기는 자장면이 특별해지는 이유다.

요리에 쓰이는 모든 면이 툭탁툭탁 손으로 직접 빚어낸 거다. 다른 중국집 자장면처럼 오이를 쓰진 않는다. 맥반석자장면에는 부추, 당근, 팽이버섯 등을 얹어 3가지 색을 낸다.

자장 발린 면과 채소를 함께 집어 먹으면, 기존 자장면에선 느끼지 못할 다소 느끼함이 덜한 맛이다. 돼지고기 대신에 해물을 넣은 맥반석자장면도 따로 있다.

짬뽕은 단맛이 많이 나지 않도록 신경을 쓴다. 고추기름을 쓰지 않는다고 밝혔다. 라면 같은 맛이나 니글거린다는 맛을 없애기 위해서다. 고춧가루만 쓰면 텁텁하지만, 땡초(청양고추)를 넣어 칼칼하고 시원하게 만들어낸다고 했다. 사천짬뽕에는 오징어, 새우, 키조개 관자, 표고버섯, 청경채(중국 배추) 등 해물과 채소를 넣는다.

마산·창원과 김해·밀양 사이 길목에 자리 잡고 있어 차를 타고 지나가는 이들도 이따금 들른다. "재스민차, 우롱차가 따듯한 것과 찬 것이 준비돼 있으니 식사하고 한 번 드셔보세요."

차는 중국에서 유학 생활을 하는 김미순(55) 대표의 딸이 사온 거란다. 가게 안에는 역시 딸이 사온 아기자기하면서도 화려한 장식들이 걸려 있다.

동창원 나들목에서 진영 방면으로 1㎞ 정도 가면 오른 편(맞은편에는 기찻길과 삼거리가 보인다)에 있다.

자장면 4000원·맥반석자장면 6000원. 김해시 진영읍 좌곤리 13-5번지. 055-343-3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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