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0일 오후7시 창원시 가음정동 젊음의 광장 잔디밭에 가음정천 주민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았습니다. 창원하천살리기시민연대가 지난 7월 폭우에 무너져 내린 창원생태하천에 대해 주민들이 몹시 궁금해 하고 불만이 자자하여 그대로 있을 수 없다 싶어 마련한 자리였습니다. 창원 생태하천 사업에 대하여 주민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파악하여 앞으로 진행될 사업에 반영되도록 한다는 취지였습니다.

사업을 추진한 창원시가 직접 해야 마땅하나 35억 원이라는 국민 혈세를 폭우에 휩쓸려 보낸 데 대한 원망과 분노·질책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되었는지 마다하였습니다. 예정된 시간보다 30분이나 더 진행되었습니다. 전체 진행은 이종엽 창원시의원이 했고 김상석 창원하천살리기집행위원장이 창원시 생태하천 추진경과와 폭우피해현황에 대하여 설명하였습니다. 이어서 질의·응답과 주민 의견 발표가 구분없이 진행되었습니다.

무너져내린 창원생태하천 궁금하고 불만 많은 주민

창원시가 가음정천에서 진행 중인 생태하천사업 공사 현장 시설들이 지난 7월에 내린 집중 폭우로 파손됐다. /경남도민일보 DB
하천에 심어놓은 나무 말라죽고

"생태하천조성사업이 시작되면서 하천에 버드나무, 식물들이 심어졌습니다. 그런데 날이 가물자 심어놓은 식물들이 말라죽어 갔습니다. '물이라도 좀 주지' 싶어 몇 번씩이나 창원시에 전화하고 싶었습니다. 하천 복원이 무슨 소용입니까? 이렇게 심어놓은 나무조차 관리 못해 죽이는데……." 주민들 원망은 혈세 낭비에 대한 억울함뿐만 아니라 사뭇 생명에 대한 애잔함까지 깊이 전해왔습니다.

가물 때는 썩은 물만 흘러

"공사가 진행될 때 보기는 좋았습니다. 큰 돌이 깔리고 푸른 풀들이 심어지고 맑은 물이 흘러내렸습니다. 그런데 날씨가 가물기 시작하자 물이 없어지면서 시커먼 하천 바닥이 드러났습니다. 어떨 땐 악취까지 났습니다. 이럴 때는 오히려 바닥에 깔린 돌이 흉물스럽게 보입니다."

하천 복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하천 유입 오수(汚水) 차단입니다. 창원시도 이를 잘 알고 오수 차단 공사를 마무리했다고 했으나 실제로는 실패한 모양입니다. 이것을 눈속임하기 위하여 창원시가 굳이 남천의 물을 양수기로 퍼올려 가음정천에 물을 흐르게 하려고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목도가 피해 키워

"사람이 물가로 내려갈 수 있도록 만든 목도(木道)가 물길을 막아 피해를 키웠다고 생각됩니다. 목도가 설치된 주변일수록 바닥이 더 파였고 시설들이 몽땅 떠내려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목도가 좁은 구간에 두 개씩도 설치돼 있고 또 다리 옆에 마련돼 있어 자연스러운 물의 흐름을 막았습니다."

이런 진단은 사실 전문가 빰치는 관찰이며 분석입니다. 함께 참석하였던 전문가 박재현 인제대학교 교수도 인정하였습니다.

몇 번이나  뜯어낸 공사비 어디서?

"가음정천 공사는 80% 정도 진행되었다고 합니다. 아직 완공도 안 되었는데 바닥에 깔린 식생매트, 갈대 심은 방틀을 몇 번씩이나 뜯어내고 다시하고 또 뜯어내고 또 하고 하였습니다.

이런 예산은 누가 줍니까? 목도나 아치형 다리도 그렇습니다. 벌써 페인트가 벗겨지고 각질이 일어나 날림공사 같습니다. 참 모두가 헛것 같습니다."

피해복구비 국가 지원되나

"이번에 이런 큰 폭우 피해에 대하여 복구비는 나오는 것입니까?"

박재현 교수는 지원이 안 된다고 답했습니다. "아니요! 나오지 않습니다. 모든 공사는 모든 재난에 예방 대책을 세워서 하여야 하기 때문에 천재지변에 따른 피해라 해도 복구비 지원은 안됩니다."

그렇다면 이번 하천 복원 사업에 대한 폭우 피해는 누가 책임져야 하는지 무척 궁금해집니다. 아니면 창원시장이 사유재산이라도 기부하여 예산을 마련하게 될까요?

이대로 1년 정도 놔둬야

"창원시 하천복원공사는 너무 허황된 것 같습니다. 심은 갈대는 다 떠내려가고 사람들이 물가로 내려가라고 만든 목도는 물길을 막았고 보호한다고 쌓은 큰 돌과 바닥에 깐 낙차공조차 떠내려갔습니다. 어떤 것도 물의 힘을 견뎌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 상태로 앞으로 1년은 놔둬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됩니다. 1년 뒤에 생겨난 물길대로 만들어진 여울과 소를 그대로 복원하면 좋겠습니다.

둔치에 뿌리를 내린 이름모를 풀과 꽃들이 가음정천을 아름답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그러면 많은 돈 들이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큰 비가 와도 하천이 떠내려갈까봐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요?"

그렇습니다. 지금 창원시가 계획대로 복원을 하게 되면 비가 올 때마다 포클레인이 들어가서 낙차공을 보수하여야 하고, 소에도 들어가 퇴적된 모래와 자갈을 파내야 합니다. 둔치에 돋아난 여러 갖가지 풀들은 쓸데없는 잡초라 여기고 공공근로 투입해 뽑아냅니다.

이런 하천을 주민들이 바라는 것은 아닙니다. 창원시는 주민들이 원하니 해야 한다는 핑계는 이제 그만 해야겠습니다. 주민들 생각은 창원시 당국과 같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의견 수렴 적극적으로

"하천복원사업의 폭우피해에 대한 문제지적은 사실 앞서 시민단체가 해오던 지적들입니다. 그런데 창원시가 곱게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만약 받아들였다면 피해 규모는 줄어들 수도 있었습니다."

또다시 시민단체와 주민들은 주민모니터링단 구성과 활동 결과를 복원사업에 반영하겠다고 약속해 줄 것을 요구합니다. 하천별로 모니터링단을 구성하여 민관합동조사단 활동, 다양한 하천 변화를 관찰하고 주민 의견을 모니터링하는 것입니다. 이런 결과를 모아 제출하면 창원시는 생태하천 사업 전반에 적극 반영해 달라는 것입니다.

하천 복원 사업은 1차 목적이 하천의 생명들에게 평화로운 안식처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하천의 생명들로 말미암아 주변 주민들이 평화로운 휴식 공간을 얻는 것입니다.

복원사업, 하천별 모니터링단 구성해 민관합동 조사 절실

따라서 사람이 아니라 하천의 생명이 우선이며 다음이 인간임을 망각해서는 안됩니다. 그러므로 하천 공사는 지나치면 안됩니다.

포클레인이 아니라 삽질과 호미질이 필요하고 1년이 아니라 20∼30년에 걸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래야만 사람과 많은 생명의 평화 관계는 깨지지 않을 것입니다.

/임희자(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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