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소리가 울창합니다. 80년 이후 가장 길었다는 장마 속에서도 여름의 몸짓은 활기찹니다. 팔월의 뜨거운 징후들이 잠자리떼의 날갯짓과 매미의 울음소리에서 넘쳐납니다. 계곡마다 자리 잡은 피서객들의 여유로운 웃음 사이로 여름 꽃들이 만개합니다. 장맛비에 웅크렸던 원추리의 샛노란 자태가 산기슭을 더욱 환하게 밝힙니다. 온갖 꽃들이 피어나 꽃 숲을 이루는 산야에는 지금 들꽃의 축제가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국도를 달리는 드라이브 길 옆으로 화려한 들꽃들의 잔치가 눈을 행복하게 합니다. 한적한 도로를 달리던 중 산 기슭 멀리에서 희고 큰 꽃송이가 유난히 눈에 띄어 차를 멈췄습니다. 저는 사계절 어디를 가나 새로운 나무, 풀, 꽃을 만나면 길을 멈추고 카메라를 들이대는 습관을 갖고 있는데요. 이맘 때쯤 흔히 보는 꽃이라면 '아, 저기 노루오줌이 피었구나' 하는 정도로 지나치는데 이번엔 '어? 저게 뭐였더라?' 멈추지 않을 수 없어 좁은 갓길에 차를 세우고 달려갔습니다.

꽃잎자루 길고 독한 냄새 '독특'

독말풀.
독말풀 몇 포기가 무리를 이루고 한창 꽃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중국에서 약용식물로 들여왔다가 타산성이 떨어지자 야생이 되어버린 귀화식물입니다. 주로 민가 주변 묵밭이나 개울가 같은 데서 가끔씩 보는 꽃인데 요즘은 그마저 잘 보이지 않는 걸 보면 그렇게 자생력이 강한 식물은 아닌 것 같습니다.

7~8월이 되면 넓고 무성한 잎 사이로 긴 잎자루를 가진 나팔 모양의 꽃이 담자색으로 피어납니다. 메꽃이나 나팔꽃은 꽃잎자루가 짧은데 비해 독말풀 꽃은 꽃잎자루가 유난히 길어서 예쁜 우산을 반쯤 펼친 듯이 모양이 특이하고 아름답습니다. 그래서 관상용으로 심어도 예쁜 꽃인데요. 그것마저 여의치 않은 걸 보면 아마 풀잎과 열매가 갖고 있는 독한 냄새 때문인 것 같습니다. 꽃이 지고 나면 앙상한 가시로 둘러싸인 꼬투리 안에 자잘한 씨앗이 수십 개 들어 있는데 그것을 만지면 형용할 수 없는 냄새가 나는데 흔한 악취는 아닌데 조금만 맡고 나면 머리가 아픕니다. 그 냄새가 독한 것처럼 이름도 '독말풀'이고 유독성 성분을 갖고 있어 함부로 채취하거나 먹어서는 안 되는 식물입니다.

식용 안돼도 달인물 아토피 치료

한방에서 약명으로 만타라·만다라화·다두라로 불리며, 한방과 민간에서 열매와 잎은 천식·히스테리·마취·진통·탈항·각기·경풍·간질·진정 등 수많은 병 증세에 약으로 씁니다. 식용은 독성 때문에 금지되어 있고요. 민간요법으로 전초를 푹 달여서 그 물을 몸에 바르면 아토피에 좋다 하여 더러 쓰입니다. 심각한 현대병인 아토피를 치료하는 데 필요한 식물로 연구 가치가 있는 약초입니다.

   
 
 
팔월의 뜨거운 태양 아래 바다로 산으로 떠나 즐기는 휴가 길, 교과서에 찌든 아이들에게 천지에 만개한 들꽃과의 만남을 체험해 보게 하면 어떨까요? 마타리·뚝깔·며느리밥풀꽃·원추리·비비추, 아름다운 이름과 그에 얽힌 이야기들로 아이들의 감수성을 깨워주세요. 촉촉한 아침이슬 같은 꽃이야기로 더욱 의미 있는 추억 만들어 올 수 있는 휴가 보내시기 바랍니다. 가방 속에 들꽃도감 한 권 정도 필수로 챙겨야 겠죠?

/박덕선(경남환경교육문화센터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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