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상남동 '동화냉면'

꼭 생김새가 동화 속에 나올 법하다. '동화냉면' 집의 겉을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고상하게 커피 한 잔 마시거나 스테이크 시켜 칼질하는 곳이라고 여기면 오산이다. 냉면과 국밥을 판다는 사실이 조금은 놀랍다. 나무집이라 문을 열고 들어서니 코끝에 나무 향이 스쳤다.

일요일 오후, 주방에서 바삐 일하던 주인장이 말했다. "사람들이 한 번쯤은 상상하잖아요. 동화처럼 가족, 친구, 연인이랑 예쁜 집에서 행복하게 배불리 먹는 걸요." 그래서 이름이 '동화'다.

1층은 평상, 2층은 식탁에 앉는다. 7080세대가 즐긴 팝송과 대중가요도 나직하게 흐른다. 냉면을 내놓을 때 '식초와 겨자가 필요하면 넣어서 맛을 조절하면 된다'라는 설명이 뒤따른다. 될 수 있으면 본래 맛 그대로 즐기는 게 좋다고 했다.

레몬 등 4∼5가지 과일로 직접 개발한 육수 '새콤달콤'

냉면 육수는 직접 개발했다. 가루가 아닌, 레몬 등 4~5가지 생과일을 쓴다. 보통 냉동한 것을 팔기도 하는 냉면 육수에는 강렬한 맛이 있다. 여기에 길들어 있다면, '동화냉면'은 새로울 수밖에 없다. 당연히 불 조절을 해가면서 육수 끓이는 데에도 시간과 공을 많이 들인다.

아울러 면은 고구마 전분으로 만들었다. 메밀 면을 넣은 것도 따로 있다. 양파·물엿·고춧가루 등을 쓰지만, 과일과 채소의 단맛으로 비빔냉면에 들어가는 매콤달콤한 뻘건 양념도 만든다고 일러줬다. 일주일에 꼭 한 번씩은 과일 몇 상자를 쓰게 된다고 한다.

"아침 점심 저녁 늘 맛을 점검해요. 똑같은 맛을 유지하는 게 참 힘들잖아요. 특히, 냉면 육수는 예민한 까닭에 특유의 맛이 변함없도록 하는 거죠. 밍밍한 맛을 없애는 것도 그렇고요." 장사한 지 이제 5년째다. 그동안 육수 맛 하나를 위해 부단히 애썼다. 안상규(52) 대표의 고집이 한몫했다고 한다.

백김치, 쌈장 등 밑반찬뿐 아니라 손수 원두를 갈아 커피를 뽑는 등 후식인 커피와 수정과까지 직접 만든다. 면과 가오리회 무침을 섞어 새콤하게 즐기는 회냉면도 있다. 소스를 뿌려 먹는 왕만두(5개)는 냉면만 먹었을 때 허기를 채워준다.

왕만두·물냉면·비빔냉면 5500원. 창원시 상남동 95-6번지(토월대동아파트 후문 앞). 055-274-2257~8.

◇마산 월영동 '갈냉쌈 신마산점'

갈빗집에는 보통 냉면이 있다. 입 안 느끼함을 개운하게 씻어내는 '입가심'용이다. '갈냉쌈'은 바로 이런 식습관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꼭 고기를 먹고서 냉면 먹어야 한다는 법은 없다. 냉면 먹는 방법을 바꿨다. 냉면과 함께 고기를 즐기는 것이다.

4500원이면, 숯불갈비 한 접시와 냉면 한 그릇을 동시에 맛볼 수 있다. "숯불갈비를 냉면에 올려 쌈 싸먹는 곳이 '갈냉쌈'입니다." 두 달 전 문을 연 갈냉쌈 신마산점 박홍규(55) 점장의 말이다.

㈜우리땅 푸드(경기도 부천)가 냉면에다 숯불갈비를 합한 '갈냉쌈'을 처음 선보였고, 박 점장도 가능성을 엿보고, '갈냉쌈'의 대중화에 뛰어들었다.

그래서 '갈냉쌈'에는 우리땅 푸드에서 연구·개발한 소스와 재료를 들여와서 쓴다.

'고기 먹고 입가심' 공식서 벗어나 함께 먹는 갈비와 냉면

핵심은 차별화와 맛의 조화다. 갈비와 냉면 맛이 어우러지는 식탁으로 여느 집과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보통 갈빗집에서 냉면을 내놓더라도 갈비와 함께 즐기기보단 후식이잖아요. 그리고 냉면집에서 갈비를 같이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닌 것 같고요."


'갈냉쌈'은 재료부터 위생까지 관리된다고 한다. 브랜드화를 통해 손님의 신뢰를 얻는다는 것이다. "냉면 한 젓가락에 숯불에 구워진 고기와 냉면 김치 얹어 쌈 싸먹듯이 냉면 먹는 그 맛은 갈냉쌈에서만 느낄 겁니다."

메밀 면을 삶고 익혀서 냉각하는 등 한결같은 모든 과정이 맛을 내는 비결이다. 매운 양념인 비빔장이나 부드럽고 깔끔한 맛을 내세우는, 15가지 이상 재료가 배합된 냉면 육수도 그렇다. 여기에 숯불로 구운 돼지갈비 목살을 곁들인다.

비빔냉면은 순한 맛과 매운맛이 있다. 비빔냉면을 먹다가 따뜻한 육수를 부어 먹을 수 있다. 온육수는 직접 따라 먹으면 된다. 물은 당연하다 싶지만, 온육수도 마음껏 먹을 수 있게 돼 있다. 주먹밥은 손님이 직접 비벼 뭉쳐 먹는 재미다.

"깜짝 놀랄 정도로 새로운 맛이나 특별한 맛은 먼 데 있지 않습니다. 먹는 습관 자체에 있죠." '갈냉쌈'은 경남 거제에도 한 곳 있다.

물·비빔냉면 4500원·셀프주먹밥 2500원. 마산시 월영동 4-95번지(경남대 정문 앞 월영광장 사거리 삼우테마빌딩 2층). 055-243-8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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