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에 움직이다 보면 쉬 지치고 입맛을 잃기 쉽다. 저하된 체력을 보충하고 한 번이라도 손이 더 가는 음식을 만들어야 하는데, 가장 흔하고 다양하게 쓸 수 있기에 전천후로 이용되는 재료가 오이다.

쉬운 대로 깎아 썰어만 두어도 쌈장에 찍어서, 드레싱에 버무려서 소찬이 되고, 얇게 썰어 절였다가 간단히 양념하면 오이 생채, 기름을 두르고 팬에 볶아주면 아삭아삭 오이나물, 차게 한 육수에 넣으면 오이냉국으로 즐길 수 있다.

초봄에 간장이나 식초에 담가둔 오이지는 숭숭 썰어만 두어도 좋은 찬이 되고, 오이소박이도 여름 김치로 그만이다. 공을 조금 더 들여 반으로 가른 오이에 비늘처럼 칼집을 넣어 소금물에 절였다가 볶아 식힌 오이에 볶은 쇠고기, 지단을 채우고 달콤한 식초물을 끼얹어 내는 오이선은 손님초대 요리로도 좋다.


우리가 보통 먹는 녹색 오이는 아직 여물지 않은 상태이며, 오이가 다 익어 껍질이 노래진 것을 '노각'이라고 한다. 오이(瓜)와 같은 종류에는 황과(黃瓜) 또는 호과( 胡瓜)로 불린 지금의 오이, 참과(울외), 남과(南瓜, 호박), 서과(西瓜, 수박), 사과(絲瓜, 수세미), 포과(匏瓜, 박) 등이 있다.

오이는 3000년 전 재배되기 시작했는데, 인도 북서부가 원산지이며 기원전 200년경 중국으로 전파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들어온 경로는 확실하지 않으나 오래전부터 재배됐음은 사실이다.

옛 요리책에도 오이로 만든 음식이 많이 나오는데,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는 익은 오이를 식초물에 삶아 말려서 마늘·소금으로 절여 만든 황과선, 씨를 뺀 오이에 양념한 쇠고기와 밀가루를 섞어 속을 채우고 맑은장국에 넣어 찐 황과찜이 있다.

<시의전서>에는 외이탕이라 해서 쇠고기, 생강, 파, 마늘, 잣가루를 섞어 씨를 파낸 오이의 속을 채우고, 장국을 부어 끓인 후 썰어 얼음을 넣어 소를 채운 오이냉국이 있다. 지금은 잘 먹지 않으나 오이를 넣은 고추장찌개나 지짐이, 찜을 해서도 많이 먹었는데, 오이를 찌개에 넣으면 국물이 시원하고 오이 살이 무르지 않아서 좋다.

오이는 95%가 수분으로 에너지는 100g당 10k㎈ 정도로 낮으며, 칼륨의 함량이 높은 알칼리성 식품으로 비타민 C의 함량이 많다. 오이 특유의 상쾌한 향기는 오이 알코올이라는 성분인데, 중국에서는 미인은 언제나 오이 냄새가 난다고 해서 여성이 생 오이를 가슴에 품고 다녔다고도 한다.

오이의 쓴맛 성분은 쿠쿠비타신(cucubitacin)이라는 수용성 성분으로 소화, 건위, 항암, 이뇨 작용을 하며 오이를 잘라서 묽은 식초에 담가두거나 피클로 만들면 없어진다. 오이는 혈액을 맑게 하고, 갈증을 풀어주며,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해서 피로를 막아주고, 이뇨 작용을 도와 노폐물 배설을 촉진한다.

   

오이를 고를 때 곧고 너무 굵지 않은 것이 좋다. 껍질에 돋은 가시가 날카로운 것이 싱싱하다. 오이지 용으로는 연한 색에 도톰하고 작은 재래종으로 꼭지가 마르지 않은 것이 좋다. 생즙 용으로는 씨가 여물기 전 여린 것이 괜찮다.

/신정혜(재단법인 남해마늘연구소 기획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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