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게 부부 생활을 하라고 원앙이 그려진 이불과 베개로 혼수를 해 준다. 진짜 원앙 부부는 행복한 부부 생활을 할까? 전통 결혼식에서 기러기를 모셔두고 결혼식을 올린다. 정말 기러기는 지조를 지키고 한 평생을 함께 할까? 제비처럼 잘 빠진 몸매에 잘 생긴 제비족이 있다. 왜 바람둥이 남자를 제비족이라고 불렀을까? 제비도 제비족처럼 바람을 피울까?

◇암수가 함께 새끼를 기르는 다정한 부부 제비 = 사람이 살지 않는 집에는 둥지를 틀지 않는 새, 제비. 제비는 흥부와 놀부 이야기가 아니어도 우리 민족의 마음 속에 가장 깊이 들어와 있는 새가 아닐까 싶다.

지금은 제비 보기가 어려워 천연기념물로 해야 한다는 웃지 못 할 이야기도 있지만 예전엔 삼월 삼짇날 제비꽃이 피면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와서 집집마다 둥지를 틀고 새끼를 키우는 것을 많이 보았을 것이다.

   
 
 
자세히 보면 암수가 함께 부지런히 먹이를 물어다 먹이는 것이 그렇게 좋아 보일 수 없다. 제비 부부가 새끼에게 먹이 물어다 먹이는 걸 보면 참 제비가 사람보다 낫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왜일까?

몇 년 전 대만의 한 네티즌이 제비 부부의 애틋한 사진을 올려 전 세계 네티즌의 가슴을 울렸다. 대만에서 제비 한 마리가 트럭에 치여 로드킬을 당했는데, 땅에 누워 꼼짝 않는 제비 옆으로 다른 제비 한 마리가 찾아와 어서 일어나라는 듯 부리로 쪼아보기도 하고, 몸을 비벼보기도 하며 구슬피 울면서 옆을 떠나지 못하고 슬퍼하고 있는 사진이 사람의 마음을 울렸다.

◇왜 제비족이라는 말이 생겼을까? = 동양과 반대로 서양의 예를 보면 과학 전문 잡지 <사이언스>에서 미국 코넬대 연구팀의 제비의 외도에 대한 논문을 실었다.

제비족 어원을 찾아보면 서양의 연미복에서 찾을 수 있다. 연미복(燕尾服)은 제비 연자에 꼬리 미자를 써서 제비 꼬리 옷이다. 연미복은 swallow-tailed coat(제비꼬리 코트)를 직역한 말이다.

현대 한국 제비는 백구두에 백바지를 입는 하얀 신사였지만 서양 제비는 제비 날개와 꼬리를 본떠 만든 연미복을 입고 무도회장에서 아름다운 여인을 유혹했나 보다.

◇제비도 제비족처럼 바람을 피울까? = 제비족이란 말이 제비꼬리옷(연미복)에서 나온 것에서 진짜 제비도 바람을 피우는지 궁금했나 보다. 코넬대 연구팀은 제비 부부 30쌍의 알을 DNA 유전자 검사를 했다고 한다.

유전자 검사 결과가 알려지면서 여러 제비 가족이 파탄이 났다고 한다. 우리의 믿음과는 달리 카바레의 제비족도 바람둥이지만 실제 제비도 바람을 피운단다.

   
 
 
조사를 해 보니 암컷 제비는 가슴과 깃털이 선명하고 배가 멋진 얼짱 수컷 제비와 바람을 피워 다른 집 제비 아저씨의 알을 낳는다고 한다. 그런 줄도 모르고 수컷 제비는 열심히 알을 품고 먹이를 물어다 먹였는데 코넬대 연구팀은 졸지에 제비네 가정 파괴범이 되고 말았다.

우수하고 건강한 유전자를 물려주고 싶은 본능은 사람이나 동물이나 같지 않나 해석되지만 "서양 제비만 그럴 것이다"라고 믿고 싶은 이유는 뭘까?

◇진짜 원앙은 금실이 좋을까? = 부부 금실이 좋아 다정한 부부를 원앙같은 부부라고 한다. 그래서 결혼을 할 때 부부가 함께 덮고 잘 이불에 원앙 암수를 함께 새겨 이불과 베개를 혼수로 만들어 주는 데 원앙금침(鴛鴦衾枕)이라고 한다.

원앙은 대부분 겨울 철새이고 일부 텃새로 남아 여름을 나기도 한다. 겨울에 화려하고 아름다운 수컷이 암컷들과 함께 물가에서 노니는 모습을 보면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그러나 봄철 짝짓기가 끝나면 암컷 혼자 알을 낳아 부화시키고 새끼 원앙을 키운다고 한다. 제비나 다른 동물처럼 수컷이 알을 품거나 먹이를 물어와 함께 새끼를 키우는 모습을 볼 수 없다. 세상에 모든 수컷은 사람이나 동물이나 연애할 때보다 아이를 낳고 기를 때 진짜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일까?

남자 중심의 세상에서 보았을 때 화려한 수컷 원앙이 여러 암컷 원앙을 거느리고 함께 노니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아 생긴 문화가 아닐까 생각된다.

사실 사람들 눈에는 겨울철 넓은 호숫가에 노니는 원앙은 쉽게 보이지만 봄여름 깊은 계곡에서 알을 품고 새끼를 기르는 원앙 한부모 가족을 보긴 쉽지 않았을 것이다.

◇전통 결혼식에서 왜 나무 기러기에 절을 할까? = 전통결혼식에서 기럭아비가 혼례상에 나무 기러기를 올려놓으면 신랑이 절을 한다. 왜 많은 동물 중에서 기러기를 신성한 결혼식에 올려놓았을까?

기러기는 짝을 잃으면 다시 짝을 얻지 않으니 절개와 정절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졌다. 남자가 부인을 맞아 기러기와 같이 변하지 않는 마음으로 한평생 사이좋게 지내고 함께 늙어가기를 바라는 약속의 의미로 나무 기러기를 놓고 맞절을 했던 것이다.

우리 집은 뒤통수 맞은 제비네 가족일까? 남들이 볼 땐 멋지고 잘난 남편이지만 아이들과 부인은 나 몰라라 하는 원앙네 가족일까? 항상 가족이 함께 다니고 한평생 한마음으로 살아가는 기러기네 가족일까? 사람이나 새나 사는 건 다 똑같은 듯하다.

/정대수(마산 진동초등학교 교사)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