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함께 광포만 주변 생태 조사를 나갔다. 광포만에 서식하고 있는 염생식물, 저서생물, 각종 어패류 등 야생 동·식물의 종류를 알아보고 관찰해 보는 아주 간단한 조사다. 갯벌에서 볼 수 있는 칠게, 펄털콩게, 말뚝망둥어, 갯가에서 볼 수 있는 염생식물 갯질경이, 나문재, 해홍나물 등이 어느 곳에 분포하고 있는지를 개괄적으로 파악해 본다.

지구상에서 야생 동·식물이 사라진다면 인간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라며 아이들은 손사래를 친다. "설마 그런 일이 일어나진 않겠죠?" "모르지!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속담도 있는데!" 멸종위기야생동식물 대추귀고둥을 발견하고 난 후 아이들과 나눈 짤막한 대화다. "야생 동·식물이 사라지면 결국 인간도 사라질 수밖에 없지 않은가?" 아이들에게 반문해 보면서 씁쓸한 웃음을 감출 수가 없다.

대추귀고둥을 백원짜리 동전과 비교해 봤다.
새만금, 영광 등 서해안 지역에서는 간혹 발견되었지만 남해안에서 대추귀고둥이 발견된 것은 광포만이 처음이다. 대추귀고둥은 전체적인 모양새가 대추를 닮았고, 껍데기 주둥이 부분이 사람 귀 모양과 비슷해서 대추귀고둥으로 불린다.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만조선 부근 갯벌에 서식하는 대추귀고둥은 세계적으로 한국의 서·남해안에서만 발견되는 토종 생물이다. 갯벌 매립, 하굿둑 건설 등 서식지 파괴로 개체수도 극히 적어졌고, 서식지도 한정되어 있어 멸종위기야생동식물 Ⅱ급으로 지정되었다. 남해안에서는 곤양천의 민물과 광포만의 바닷물이 만나는 기수역 일부에서만 서식하고 있다. 그만큼 희귀하다는 의미다.

희귀 야생 동식물, 멸종위기야생동식물로 분류되는 종수가 자꾸만 늘어나고 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종도 늘어나 그 흔하던 제비까지 천연기념물 지정을 검토하고 있다는 뉴스가 들려온다. 야생동식물이 자꾸만 사라져 가는 세상. 가뭄, 홍수, '물폭탄' 등 자연재해는 자꾸만 늘어나는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네 삶은 늘 불안하기만 하다.
   
 
 

지금도 이렇게 심각한데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 사회는 어떻게 변해질까?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멸종위기야생동식물이 더 이상 늘어나지 않도록 서식지를 보호해 주는 일, 대추귀고둥이 멸종되지 않고 아이들의 미래와 함께 계속 생명을 유지해나갈 수 있도록 갯벌을 보존하는 일.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아이들의 미래 희망을 위해 어른들이 앞장서 꼭 나서야 할 일들이다.

/윤병렬(환경과 생명을 지키는 사천 교사 모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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