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또 비, 연속으로 내리는 비속에서 산야는 흐물흐물 흐느끼다가도 한나절 개면 야무지게 열매들을 키워 갑니다. 깃털 접고 웅크렸던 새들이나, 쏟아지는 비에 집 단속만 하던 벌들도 제각각 날갯짓 한번 해보지만 먹이를 찾기에는 너무 젖어버린 숲입니다. 아무리 덥더라도 땡볕 내리쬐는 맑은 날이 기다려집니다. 성급하게 꽃대를 피워 올렸던 마타리 노란 꽃은 봉오리 벌려보지도 못하고, 코스모스 여린 꽃대는 비바람에 꺾여 안쓰럽습니다. 씨앗을 향한 꽃들의 희망이 애절합니다. 꽃이 없는 숲은 쓸쓸합니다.

식물의 꽃은 감상하고 즐기기 아름답기만 할 뿐 아니라 식용 약용으로 쓰임새도 다양합니다. 진달래꽃 화전을 시작하여 온갖 봄꽃과 국화는 차를 만들어 그 성분의 효용도 즐기고 향도 즐깁니다. 그 중 말려서 약으로 쓰는 꽃들도 많은데요. 지난번에 소개했던 능소화 꽃은 말려 쓰면 좋은 약재지만, 생즙이 눈에 들어가면 해롭다는 독성을 소개한 적 있습니다.

   
 
 
옛날에는 아이들이 꽃잎을 따서 소꿉놀이를 자주 하곤 해서 그 독성에 해를 입을 수도 있었겠지만 지금은 꽃잎으로 소꿉 노는 아이들 없겠지요? 능소화의 독성 때문에 관상용으로 심으면 위험하냐는 전화를 받았는데요. 그건 아닙니다. 과학적으로 검증된 독성이라기보다는 민간에서 할머니들이 들려준 독성이라 확실치 않으니 심으셔도 좋을 것입니다.

능소화처럼 꽃잎을 말려서 약으로 쓰는 좋은 식물 중에 초롱꽃이 있습니다. 몇 포기 심어 놓으면 해마다 번식을 하며 꽃을 피우는 여러해살이 풀인데요. 요즘 같은 장맛비에도 두꺼운 꽃잎 더 도도하게 펼치며 꽃을 피워서 더욱 돋보입니다. 주로 도시의 화단이나 정원에 많이 심는 관상초인데요. 야생은 중부 이북 쪽에서 많이 핀답니다. 짙은 자주색으로 피는 꽃은 자주 초롱꽃, 잎이 두껍고 윤채가 나며 꽃받침의 맥이 뚜렷한 것은 섬초롱꽃입니다. 우리 주변에는 주로 섬초롱꽃이 많습니다.

옛날 결혼식 신방 처마에 걸어두었던 청사초롱과 흡사하여 초롱꽃이라는 이름이 붙었겠죠? 이른 봄에 올라오는 어린 순은 물론 나물로 해먹습니다. 6~7월이 되면 아름답게 꽃을 피우지요. 한 번 피면 열흘씩 피어 있어서 오랫동안 감상하기 좋고 아름다운 꽃입니다. 또, 한방에서는 말린꽃과 줄기를 '자반풍령초'라 하여 청열·해독·지통의 효능이 있으며 특히 인후염과 두통을 치료하는 데 좋은 약재로 쓰였답니다. 잘 말린 초롱꽃과 물을 1:7로 섞어 반이 되게 달여서 아침저녁으로 먹으면 된다고 합니다.

   
마치 둥글고 긴 종처럼 생긴 이 초롱꽃에는 시간을 알리는 종지기가 영주의 명령에 의해 종을 칠 수 없게 되자 떨어져 죽은 자리에 피었다는 전설이 있답니다. 꽃말이 '충직'과 '정의'라고 하는데요. 경종을 울리는 종의 모습처럼 우리의 마음속에 뎅그렁 뎅그렁 종소리 울려 나올 것 같은 초롱꽃이 지금 한창입니다. 감상하며 지루한 장마도 즐겁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박덕선(경남환경교육문화센터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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