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식으로만 먹니? 난 밥으로 먹는다!

출출할 때 당기는 음식이야 많고 사람마다 제각각이지만, 사서 간단하게 즐기기에 떡볶이와 순대만 한 게 있을까. 떡볶이와 순대는 여러 사람이 나누어(分) 먹는(食), '분식'의 대명사다. 그런데 떡볶이와 순대가 분식에 그치는 것만은 아니다. 좀 더 푸진 양으로 한 끼 식사를 책임지기도 한다. 일명 '불떡(불고기 떡볶이)'으로 10년 단골을 자랑하는 마산 창동 '정가불떡'과 순대가 비린내 나는 음식이라는 고정관념을 깬 마산 덕동 '진짜 순대'가 그런 곳이다. 두 집을 찾아 배불리 먹었다.

◇마산 덕동 '진짜 순대' = '진짜 순대'는 김옥경(39)·변영건(43)씨 부부가 꾸린 집이다. 부부는 "우리 집 순대가 '진짜' 순대"라는 자부심이 있다. 순대에 들어가는 재료를 보면, 참살이 열풍과 맞닿아 있음을 알 수 있다. 흑미, 흑깨, 들깨, 두부, 계란, 각종 채소 등 24가지 재료를 넣는다.

모듬 순대에는 왕순대·작은 순대·김말이 순대 등이 나온다. "순대 하면, 냄새 나는 음식이라 역겨워하는 사람도 간혹 있잖아요. 우리 집 순대를 먹고선 그런 선입견을 버리길 바랐어요." 왕순대는 막창을 두르고, 작은 순대는 곱창(소창)을 쓴다. 김말이 순대는 말 그대로 김을 싼다. 함께 나오는 썰린 밥집(위)은 쫀득한 맛이다.

순대 겉을 둘러싼 창자의 핏기를 말끔히 없애주면서 담백한 맛을 강조한다. 주방과 별도로 냉동고가 있는 작업장을 따로 두고 있다. 여기에서 창자를 깨끗이 하는 작업이 이뤄진다. 창자를 다루는 일이 오랜 시간 공을 들여 고되지만, 보람이 있다고 했다. 무엇보다 손님들이 '어! 이 집 순대는 다르다'고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시내에서 떨어진 '덕동'에 지난해 2월 음식점을 낸 이유도 넓은 작업장을 두기 위해서였다.

남다른 장사법도 덧붙였다. "체인점을 내거나 고기나 음식 등을 받아 경쟁하면, 일반 음식점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했어요. 우리만의 비법이 필요했고, 결국 아는 사람한테 기술을 배워 순대 장사를 시작했던 거죠."

소금이나 쌈장에 찍어 먹고, 액젓·간장·야채즙·양파 등을 섞어 직접 개발한 소스를 발라 즐겨도 된다. 김옥경 사장은 젊은 층이 좋아하는 소스 문화를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 부추, 방아, 버섯 등이 푸짐하게 들어간 순대전골은 들깻가루를 넣어 구수함이 있다. 가게에서 직접 만든 육수와 냉장 숙성을 거친 양념(다대기)을 섞어 끓인다. 남은 건더기와 국물에 밥을 볶아 먹으니 포만감이 있었다.

가포 방향으로 마산 환경시설사업소를 지나면, 덕동 버스정류장 맞은편에 있다. 신마산 댓거리에서 차로 10분 남짓 거리. 모듬순대 (소) 1만 2000원·(대) 1만 7000원. 순대전골(1인분) 8000원· 볶음밥 2000원. 마산시 덕동 495번지. 055-222-7887.

◇마산 창동 '정가불떡' = '정가불떡'은 10여 년 전부터 창동을 드나드는 사람들이 즐겨 찾았다. 지금 20~30대들은 고교시절 추억을 되살리는 장소다. '불떡'은 아주 매워 입에서 불나는 떡볶이라고 생각하게 한다. 아니다. '불떡'은 불고기를 넣은 떡볶이다.

10여 년 전, 당시 '정가불떡' 정순철 사장은 장사가 잘되지 않아 당시 가게 일을 돕던 한 사장과 함께 새로운 특색을 찾다가 불떡을 만들었다고 했다. "우리나라 사람은 아무래도 불고기를 많이 먹는다 아이가. 그걸 떡볶이에 넣자고 생각했던 거지."

3년 전, 한예리(57) 사장은 정순철 사장에게서 가게를 넘겨받았다. 한 사장이 말하듯이 특별한 비법은 없다. 콩나물, 가래떡, 오징어, 계란, 당면 등 갖가지 재료를 넣어 고추장 양념과 불고기에 버무린 게 전부다. 부족하면, 낙지(3000원)·주꾸미(3000원)·불고기(2000원)·우동사리(1500원)·라면사리(1000원) 등을 곁들이면 된다.

밥이나 라면사리 등에 '반 개(500원)' 개념을 쓴다. 두 사람이 밥 두 공기 볶아 달라고 하면, "두 개는 좀 많을 낀데? 한 개 반이 어떻노?"라고 한다. 주인과 손님의 딱딱한 관계는 찾아볼 수 없다. 주방에서 한 사장이 외치는 소리가 잇따라 들렸다. "이모! 밥이 안 모자라디나?" "잘 가라잉~ 생일 추카추카!" "목욕탕 갔다 오는가 보네?" "밥이 많드나? 남은 거 김밥으로 싸드리까?"

김치, 단무지뿐 아니라 접시, 국자, 집게 등 불떡만 빼면 모든 게 '셀프서비스'다. 손수 바쁜 어머니를 거드는 셈이다. "애들이 정이 있어. 창동 경기 좋을 때에 못 미쳐도 안 잊고 찾아주는 애들이 고맙지. (웃음)"

팔십 넘은 노인들도 일주일에 한 번씩 회포를 풀고, 불떡 맛이 그리워 배가 불러 입덧할 때 찾아오는 이도 있다. 야간 낚시 가려는 아저씨, 집에 찬밥 남았다는 아주머니, 술안주 찾는 대학생 등이 포장해 가기도 한다. "돈이 전부가 아니거든. 남들이 장사 못하는 '답답이 아지매'라 해도 내 맘 편한 대로 곧이곧대로 장사하고 싶어."

마산 부림시장 근처 창동빌딩 2층에 있다. 불떡 (2~3인) 7000원·(3~4인) 1만 1000원, 양념밥 1500원. 마산 창동 28번지. 055-246-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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