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장에 이로운 다섯 가지 맛

며칠째 무섭도록 내리던 비가 그치고 나니 7월답게 잠시 비치는 햇살에도 땀이 흐른다. 덥지 않고 땀나지 않으면 여름의 맛이 없으나 우리 몸은 쏟아낸 만큼 보충해 주어야 한다. 여름의 갈증을 없애고, 더위로 지친 피부와 몸에 수분을 보충하며, 식욕을 돋우고, 소화를 도와주는 더없이 좋은 음료 중 하나가 오미자차다.

오미자는 목련과에 속하는 자생목 열매를 건조한 것이다. 8~9월 열매가 맺혀 10월이면 붉게 익은 열매를 건조한 것을 말한다. 잘 익은 오미자는 단맛이 나고 독특한 향기가 있다. <본초강목>에 따르면, 오미자는 껍질과 살이 달고 시며, 씨는 맵고 쓰면서 모두 짠맛이 있다고 했다. '오미자'라는 이름은 맵고, 쓰고, 달고, 시고, 떫은 5가지 맛이 모두 들어 있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현급(玄及), 회급(會及), 수신(嗽神), 육정제(六定劑), 금령자(金鈴子), 홍내소(紅內消)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한의학에서 맛과 장기를 연관지을 때 신맛은 간, 매운맛은 폐, 쓴맛은 심장, 단맛은 비장, 짠맛은 신장과 서로 상관이 있다고 하는데, 오미자는 이 5가지 맛을 모두 지녀 오장을 모두 돕는 식품이다.

한방에서는 강장·진정·진해(기침을 그치게 함)·해열 등 중추억제작용, 간 보호와 혈압 강하, 알코올 해독작용과 항산화 효과 등의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본초서(本草書)>에는 오미자가 허로(허약하고 피로함)의 몸을 보하고 눈을 밝게 하고, 신장을 데우며 양기를 강하게 해서 정력을 돋운다. 소갈(消渴·몸은 여위고 오줌량이 많아지는 병)을 그치고 번열(煩熱·몸에 열이 나고 가슴이 답답해 괴로운 증상)을 없앤다. 또, 주독(술독)이나 기침을 다스린다고 했다. 고방요법(古方療法)에는 오미자를 가루로 만들어 아침저녁으로 물에 타서 한 컵씩 마시면, 해열 작용이나 설사와 이질에도 효과가 있다고 했다. 자양강장제, 진해거담(기침을 진정시키고 담을 제거하는 효능) 약으로 특히 좋다고 돼 있다.

고서에 전해지는 효능뿐만 아니라 최근 연구 결과를 보면, 간염환자에게 오미자를 투여하면 치료 효과가 높고, 간 보호·위액 분비 억제·혈당 억제·담즙 분비 촉진을 돕는 성분으로 슈잔드린(schizandrin) 등이 밝혀져 있다.

오미자 성분은 단백질, 칼슘, 인, 철, 비타민 B1 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사과산, 주석산 등 유기산이 많아 신맛이 강하고 피로를 없애는 일을 도와준다. 그 효과가 뛰어나 건강한 사람도 오미자를 먹으면 약 30분이 지나 정신·육체적 활동력이 높아지고 피로를 덜 느끼게 되는데 이 효과는 3∼4시간 계속된다고 한다.

잘 우려낸 오미자를 그냥 마시거나 꿀을 타면 오미자차가 되고, 오미자차에 설탕을 넣고 졸이다가 녹두

   

녹말을 넣은 후 굳히면 녹말편이 된다. 또, 오미자차에 과일 등 부재료를 넣으면 화채가 된다. 오미자를 우려내는 방법으로는 물을 붓고 약한 불에 은은히 달이거나 찬물에 하룻밤 두어 우리는 등 다양한 방식이 있다. 오미자를 가루로 만들어 열탕에 타서 마시는 방법도 있다. 도라지, 배, 대추, 인삼 등과 함께 은근히 끓여 걸러두면 좀 더 다른 오미자차를 즐길 수 있다. 오미자를 우릴 때 오래 열을 가하면 떫은맛이 강해지므로 찬물에 시간을 두고 우리는 것이 가장 좋다.

/신정혜(재단법인 남해마늘연구소 기획연구실장)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