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호우 막기엔 배수시설 역부족

지구 온난화에 따라 대한민국도 아열대성 집중폭우가 잦아짐에 따라 올 들어 시간당 최고 50∼60㎜ 이상의 비가 계속 내리고 있다. 폭우로 계획도시 창원은 물론, 매립지역이 많은 마산시내 곳곳에서 침수가 발생했다.

이에 간이양수기 설치 보완을 비롯해 시간당 25㎜의 한계로 기존에 설계된 도심지역 하수통로 등 치수시설을 게릴라성 폭우에 맞춰 전면적으로 수정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창원·마산 침수지역 = 지난 1987년 준공된 창원대로가 22년 만에 처음으로 전면 통제됐다. 도로 곳곳의 절개지가 붕괴하고, 토사유실, 하천범람 등으로 시내 전역이 아수라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큰 피해가 발생했다.

16일 오전 폭우로 도로와 인도가 모두 물에 잠겨 태풍 '매미'를 연상케 하는 마산 봉암로 모습. /우귀화 기자
이날 시는 비가 호우로 변하기 시작하면서 배수펌프장 2곳을 풀 가동했다. 그러나 팔룡배수장과 신촌배수장 2곳 모두 시간당 3만 2000t의 하수를 처리할 수 있어 짧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쏟아지는 비를 처리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창원에는 상습 침수지역에 대비한 간이 배수장은 단 1곳도 없다.

시간당 최고 100㎜가 넘는 폭우가 내린 마산시도 월영동, 가포동, 합성동, 양덕동, 봉암동 등 매립지역 및 하천 복개공사를 한 곳을 중심으로 주택과 도로가 침수됐다. 마산시는 양수기를 동원해 임시 조치를 취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마산시의 상습침수지역인 어시장 일대에도 양수기 5대를 갖춘 구항배수펌프장을 풀 가동했지만 일부 지역이 침수됐다. 또 상습침수지역인 봉암동 일대에도 양덕배수펌프장 5대를 가동했지만 봉암저수지에서 하천을 통해 내려오는 빗물 때문에 도로가 침수됐다. 특히 경남대 앞 월영동은 산사태에다 간이 배수장이 없어 엉망이었다.

◇침수 원인 및 대책 = 이들 침수된 지역은 해수면의 영향도 받지 않았다. 이날 집중호우가 내린 오전 8시 11분의 해수면은 63㎝이다. 만조의 경우 최대 228㎝까지 상승한 것에 비하면 훨씬 작다. 그렇다면 주요 침수 원인은 뭘까. 일단은 시간당 내리는 집중호우 때문이라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창원시 이덕희 재난관리과장은 "총 길이 15.27㎞에 달하는 창원대로가 집중호우로 개통 이후 처음으로 통제된 이유는 2시간 사이에 내린 집중호우의 위력 때문"이라며 "시에서 가용할 수 있는 배수장 2곳에 대해 집중적으로 배수 작업을 했지만 시간당 71㎜가 넘는 강우량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말했다.

나아가 마산·창원시 관계자는 기존 도심지 하수통로가 시간당 강우량 수용 용량이 최대 25∼30㎜로 설계돼 있어 빗물이 이를 통해 모두 바다로 빠져나가지 못하는 게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마산시 하수도과 관계자는 "침수지역은 이미 빗물을 바다로 흘려보내는 배수시설 용량을 넘었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열대성 기후에 대비한 치수체계로 바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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