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파랑새 작지도 귀엽지도 않은, 거칠고 우악스러운 새물총새·청호반새·유리새 등 파랑·초록색 있는 새 통칭

자기 눈으로 야생의 파랑새를 보신 적이 있나요? 노래나 동화에는 파랑새가 의외로 많이 나오지만 대부분 파랑새를 본 적이 없다. 동화에 나오는 파랑새와 노래에 나오는 파랑새는 진짜 파랑새일까?

"파랑새 노래하는 청포도 넝쿨 아래로 어여쁜 아가씨여 손잡고 가잔다 그윽히 풍겨주는 포도 향기 달콤한 첫사랑의 향기 그대와 단둘이서 속삭이면 바람은 산들바람 불어준다네 파랑새 노래하는 청포도 넝쿨 아래로 그대와 단둘이서 오늘도 맺어보는 청포도 사랑." ('청포도 사랑' 노래)

옛날 노래지만 언제 들어도 신나는 노래다. 청포도 사랑 노래 첫머리에 왜 파랑새 노래를 넣었을까? 파랑새 소리가 그렇게 상큼하고 신났을까? 세월이 좀 더 흘러 이문세의 노래를 보자.

파랑새
"귓가에 지저귀던 파랑새 마음에 파닥이던 파랑새 푸시싯 날개짓이 예뻐서 늘 곁에 두고 싶던 파랑새 마음속에 파란 눈물 떨구고 꿈결처럼 먼 하늘로 날았네 삐릿 삐릿 삐릿 파랑새는 갔어도 삐릿 삐릿 삐릿 지저귐이 들리네."(이문세 '파랑새')

이문세 노래 파랑새에서 귓가에 지저귀던 파랑새 소리는 무언가 희망과 꿈을 좇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문세 노래에서 파랑새 소리는 삐릿 삐릿이다. 진짜 파랑새는 삐릿삐릿 울까? 실제 파랑새는 어떤 소리일까? 진짜 파랑새 소리는 '케엣, 케케켓, 케에케겟'처럼 들린다. 청포도 그늘 아래 이문세의 귓가에 지저귀는 삐리삐리 파랑새가 과연 이 파랑새 소리가 맞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새소리다.

시끄럽고 동네 어깨 같은 목소리로 윽박지르는 듯한 소리를 낸다. 귓가에 지저귀는 소리나 청포도 그늘 아래에서 듣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새소리다. 작고 귀엽고 앙증맞은 파랑새를 생각했는데 실제 파랑새는 작지도 귀엽지도 앙증맞지도 않다. 참새처럼 작은 새가 아니라 조금 날씬한 비둘기 크기라고 해야 정확할 것이다.

야생상태에서 우리나라 파랑새는 거칠고 우악스러운 새다. 동네 골목대장이나 동네를 주름잡는 어깨 같은 소리를 내는 파랑새 소리를 들어보면 동화나 노래에 나오는 파랑새는 새박사들이 이야기하는 조류도감에 나오는 파랑새는 아닐 것이다. 아마 새의 색깔이 파란색이나 초록색인 새를 모두 파랑새라고 했을 것이다.

비슷한 예로 시골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논에 백로나 황로나 왜가리나 해오라기가 앉아 있으면 모두 황새가 앉아 있다고 한다. 시골에서 말하는 황새는 백로 왜가리 두루미 해오라기처럼 덩치가 큰 새를 모두 황새라고 불렀다.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다 다리가 찢어진다는 속담은 참새나 박새나 뱁새같은 작은 새가 큰새를 따라가다 다리가 찢어진다로 이해하는 것이 정확한 해석일게다.

"파란 나라를 보았니? 꿈과 사랑이 가득한 파란 나라를 보았니? 천사들이 사는 나라 파란 나라를 보았니? 맑은 강물이 흐르는 파란 나라를 보았니? 울타리가 없는 나라 난 찌루 찌루의 파랑새를 알아요."(혜은이의 '파란 나라' 중에서)

미 오하이오주 모어랜드 힐에서 파랑새 한 마리가 자신의 둥지 앞 사과나무에 앉아있다. /뉴시스(AP)
가난한 나무꾼의 아이인 치르치르와 미치르 남매가 파랑새를 찾아 온 세상을 돌아다녔지만 꿈을 깨고 보니 파랑새는 바로 머리맡 새장 속에 있었다. 진정한 행복은 가까이에 있음을 일깨워 주는 아름다운 동화다.

서양에서 행복을 찾는 파랑새처럼 동양의 파랑새도 기쁨과 희망을 이야기한다. 요즘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고현정이 열연하는 미실. 미실을 사랑한 화랑 사다함이 지어 부른 노래도 파랑새 노래라고 화랑세기가 전한다.

꿈과 희망 행복을 이야기하고 작고 귀엽고 앙증맞은 동화속의 파랑새가 아니라 실제 파랑새와 비슷한 이미지의 노래는 녹두장군의 파랑새다. 녹두장군 전봉준의 노래 '새야 새야 파랑새야'에서 녹두밭은 동학농민군이고 청포장수는 조선 민중이며 파랑새는 일본 군대다. 녹두꽃이 떨어지면 녹두열매가 맺히지 않아 청포묵을 만들 수 없어 청포장수가 울고 간다는 이야기인데, 구한말이나 지금이나 민중의 삶은 여전히 고달프기만 하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보통 파랑새는 희망과 자유의 상징으로 노래되는데 여기서는 희망을 짓밟은 새로 나온다.

실제 야생에서 파랑새는 여름철새라서 봄에 강남갔다 돌아와서 딱따구리나 까치의 집에 둥지를 틀어야 하는데 둥지를 차지하기 위해 격렬하게 싸우기도 한다. 둥지를 틀고 알을 품으면서 천적이나 이웃의 새와 싸우는 일이 많을 것이다. 이런 파랑새의 실제 모습이 투영된 것은 아닐까

이문세나 혜은이 노래 파랑새는 진짜 파랑새 아니면 색깔이 파란 파란새?

청호반새
앞에서 살펴 본 우리나라 노래나 동화에 나오는 파랑새는 새박사들이 이야기하는 조류도감에 나오는 파랑새라기보다는 색깔이 파랗고 초록인 새는 모두 파랑새라는 것이 설득력이 있다. 그러면 푸른빛과 초록빛이 나는 새는 어떤 새가 있을까? 파랑새는 한자로 靑鳥, 푸를 청자에 새 조자를 쓴다. 여기서 우리는 푸른색은 초록색까지 포함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잘 이해해야 한다. 건널목을 건널때 초록색 불이 켜졌는데 우리는 파란불이 켜졌다고 한다. 파란색과 초록색을 같은 파랑이라 했다. 물총새, 청호반새, 유리새(쇠유리새, 큰유리새), 팔색조, 파랑새 모두 파랑색과 초록색이 있는 파랑새가 아닐까 생각된다.

물총새
   
 
 
물가에서 다이빙해서 고기를 잡는 물총새도 파란색이다. 파란색이 아주 예쁜 청호반새는 호숫가에 산다고 호반새이고 그 중에 색깔이 푸른색이라고 청호반새이다. 새소리가 아주 예쁜 팔색조는 여덟 가지 색이 있어 팔색조인데 전체적으로 보면 초록색이 많다. 새소리도 예쁘고 색깔도 아주 멋지지만 거제나 지리산 고성 옥천사 같은 자연경관이 좋은 곳에서만 사는 천연기념물이다. 큰유리새는 머리끝에서 꼬리 끝까지 파랑색인데 크기도 참새처럼 작고 소리도 예쁜 것이 참 앙증맞고 귀엽다. 그래서인지 어떤 분들은 큰유리새가 진짜 파랑새가 아닐까 하는 분도 있다.

/정대수(진동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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