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맛으로 표현한다면, 어떤 맛일까? 인생은 희로애락(喜怒哀樂)의 연속이라고 회자한다. 누구나 예외일 수 없고, 비켜갈 수 없는 진리다.

가끔은 인생을 쓴맛에 비유하곤 한다. '인생의 쓴맛을 알아야 하지….' 여기에 함축된 의미는 무엇일까. '쓴맛'이라는 말에는 감춰진 비밀, 심오한 철학이 배어 있다. 음식에도 이렇듯이 깊은맛과 신비함을 간직한 게 있다면, 그건 바로 초콜릿(Chocolate)이 아닐까.

무엇이라고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없는 맛,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한다. 그 중 가장 흔한 표현이라면, '달콤한 사랑을 나누는 연인들의 속삭임 같은' 것이랄까? 언제부터인가 초콜릿을 사랑의 표상으로 인식하고 있다. 단순히 독특한 맛을 지닌 식품이기 이전에 따뜻한 마음과 사랑을 담은 특별한 존재가 됐다.

크리스마스, 밸런타인데이, 부활절, 빼빼로데이 등 특별한 날, 소중한 사람에게 주고 싶은 특별한 마음의 전령이 된 것이다. 사실 초콜릿이 이렇듯 귀하게 여겨진 건 오래 전부터다. 초콜릿 원산지는 멕시코, 베네수엘라 일대라고 한다.

고대 멕시코 원주민 아스텍(Aztec)인은 초콜릿 주원료인 카카오 빈(cacao bean) 즙으로 만든 음료를 즐겨 먹었는데, 이걸 초코라틀(chocolatl)이라고 불렀으며, cacao(쓴)와 atl(액체)라는 뜻의 합성어다.

아스텍인은 카카오가 영양이 많고, 피로를 없애는 데 좋고, 최음 효과가 있고, 만병통치약이라고 믿을 정도로 신비한 음료로 여겼다. 또, 고대 멕시코 왕실에선 신성한 예식이나 행사 때 올려졌으며, 화폐 대용으로 쓸 정도로 귀중한 존재였다.

이후 1519년 스페인 페르난도 코르테스(Fernando Cortes)에 의해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등 유럽에 전파됐으며, 귀족과 부유층이 즐겨 먹는 음료로 사랑받아왔다. 오늘날과 같은 고체 상태의 초콜릿은 1876년 스위스 다니엘 피터(Daniel peter)가 만들어 스위스, 벨기에,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이 초콜릿 강국이 됐다.

우리나라에는 1950년 한국전쟁 때 미군으로부터 유입된 것으로 알려진다. 이후 동양제과, 해태제과에서 만들어졌다. 최근 외식산업의 급속한 발달로 초콜릿 소비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초콜릿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쇼콜라티에(chocolatier)라는 전문 직업인이 각광받고 있으며 각종 케이크, 프랄린(praline), 디저트(dessert), 조각, 공예 등에 활용하고 있다.

특히, 초콜릿의 테오브로민(Theobromine) 성분은 특유의 쓴맛과 향이 있으며, 이뇨 효과와 혈관 확장 작용으로 고혈압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초콜릿은 부드럽고 달콤하고 쌉쌀하며 그윽한 그 맛은 질퍽하게 살아온 인생의 기나긴 여정과도 같다. 근래 세계 금융위기의 한파로 사회 모든 분야가 침체하고, 우울한 소식뿐이다. 무한경쟁, 경제위기, 취업난, 각박함 등 무겁고 침울한 소식들이 짓누르지만, 마음만은 쓴맛 뒤에 숨겨진 초콜릿의 그윽한 향기처럼 살아야 할 일이다.  <끝>

/김원태(창신대 호텔조리제빵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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