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고현항 개발사업, '꼼수' 동원해 사업 승인

한동안 조용했던 거제에 또 한차례 시끄러운 일이 벌어질 것 같습니다. 멀쩡한 바다를 메워 목적도 분명하지 않은 대규모 인공섬을 만들어 보겠다고 난리입니다.

거제시는 '지역경제 활성화', '항만기능의 재배치', '쾌적한 친환경 친수공간 조성' 등의 목적으로 '고현항 워터프런트 시티(Waterfront city) 개발사업'이란 이름을 붙여 고현항을 포함한 주변바다 약 20만 평을 매립해 인공섬과, 항만시설을 건설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공익사업' 해보겠다는 얘깁니다.


◇어디까지가 '공익'사업인가? = 이 사업은 민간사업자인 삼성중공업이 제안하여 거제시와 공동으로 추진하는 형태로 시작되었습니다. 실질 사업자는 삼성중공업이 되는 것입니다. 문제는 거제시 주장대로 공익 사업인지 여부인데 현재 진행되는 계획대로라면 공익 목적과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거제 고현항 워터프런트 시티 개발사업 조감도.
제안자인 삼성중공업은 공유수면 매립해 사원들을 위한 각종 생활편의시설을 만드는데 쓰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 곳에 문화시설, 특목고 등의 교육시설, 병원, 쇼핑시설 등을 갖춰 '인공섬 주거 특구'를 만들고 임직원과 가족이 거제에서 살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고현항 재개발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라는 것입니다.

지난 수백년간 항구라는 공익적 목적을 충실히 수행해온 바다를 특정 대기업의 사원들 복리를 위해 제공하는 것이 과연 공익사업인지 꼼꼼히 따져 볼 일입니다.

당초 거제시와 사업자는 이 계획을 '공유수면 매립'사업으로 진행하려다 환경단체, 국토해양부의 반대로 벽에 부닥치자 이를 '항만재개발 사업'으로 변경하는 이른바 '절차적 꼼수'를 동원해 승인을 받아 내는 수완을 발휘하기도 했습니다.

승인된 내용은 현재의 고현항을 재개발하겠다는 것인데 그 속을 들여다 보면 본래 목적인 항만시설은 전체 매립면적의 10% 정도에 불과, 흉내만 내고 있고 나머지 90%는 항만시설과 전혀 관계가 없는 상업시설, 주거시설 등의 땅을 확보하는 것으로 계획되어 있습니다. 말 그대로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모양새이고 한마디로 자치단체가 기업과 함께 땅장사를 해 보겠다는 의도를 엿볼 수 있습니다.

땅장사를 위해 시민들 공공재산인 공유수면을 갖다 바치는 '공익사업'이라고 주장한다면 강도짓, 도둑질도 경찰 고용창출을 위한 공익활동이라고 우기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환경도 훼손되고 지역경제 도움도 안돼 = 항구는 본래 파도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 있고 물살이 빠르지 않은 잔잔한 지형입니다. 때문에 지형적으로 오염에 취약하다는 특성도 있습니다. 수백년간 이용하던 기존 항구를 매립해 인공섬을 조성하고 항구 기능을 바깥 바다로 옮기겠다는 것은 항구의 기능도 상실하고 물의 흐름을 방해해 순식간에 바다를 오염시키는 대단히 어리석은 발상입니다.

고현항 현재 모습
고현항 미래 모습
여기에 더해 현재 고현항으로 흘러 드는 연초천과 수월천, 고현천 등에 형성된 기수역의 생태 훼손은 물론이고 하천의 흐름을 방해하여 상류 지역에 범람과 홍수 등 자연재해를 일으킬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런 우려에 대해 환경부도 고현항은 반(半)폐쇄 해역으로 해수 유동이 낮고, 오염된 하천수의 유입 등으로 자정능력이 크지 않은 상태여서 대규모 매립 및 개발사업은 해양환경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아울러 매립으로 만들어지는 대규모의 토지는 지역경제에 대단히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지역경제 의존도가 절대적인 조선산업은 이미 정점을 지났고 고부가가치 전환 등으로 이전보다 상당히 축소될 것이 거의 확실한 상태로 이는 곧 더 이상 인구가 늘지 않을 거란 예측을 가능케 하는 대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규모의 용지공급은 기존 상권은 물론이고 새로 조성되는 상권까지 같이 공멸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란 건 불을 보듯 뻔한 이치입니다.

환경도 망치고 지역경제도 망치는 이런 계획을 공익사업이라고 불러서는 안됩니다. 공익으로 포장해 다수 시민의 권리인 공유수면을 강탈해 손쉽게 땅을 얻는 이런 방식은 이제 구시대의 유물이 되어 사라져야 합니다. 공익을 포장한 이런 대규모 개발계획들이 속속 발표되는 것을 보니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와도 무관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김일환(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