씹는 즐거움 속에 영양 듬뿍

그냥 심심풀이로 뭔가 씹고 싶을 때 생각이 나고, 간단한 술안주로 만만한 게 오징어다. 우리나라에선 울릉도와 속초 근해에서 7월부터 11월까지 많이 잡히는데, 수분이 70% 이상으로 저장을 위해 주로 건조해 마른오징어가 된다.

오징어는 십초어(十稍魚)로도 불린다. 다리가 10개라고 보통 알지만, 실제 다리는 8개이고, 양쪽으로 길게 달린 건 발이 아니라 팔이다. 발은 빨판이 있어 물고기나 새우를 잡아먹거나 바위에 붙어 있을 때 쓴다. 두 개의 긴 팔은 먹이를 잡거나 사랑을 나눌 때 움직인다.

'오징어'라는 이름은 오적어(烏賊魚)에서 유래했다고 추정되는데, 정약전이 쓴 <자산어보(玆山魚譜)>에 '물 위에 떠 있다가 까마귀가 이를 보고 죽은 줄 알고 쪼려 할 때 긴 두 팔로 감아 물속으로 끌고 들어가 잡아먹는다고 해서 오적(烏賊)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라는 기록이 있다.

또 먹물을 지니고 있어 묵어(墨魚)라고도 한다. 이수광의 <지봉유설(芝峰類說)>에는 '오징어 먹물로 쓴 글씨는 해가 지나면, 사라져 빈 종이가 되므로 사람을 간사하게 속이는 자는 이를 이용해 속인다'라고 적혔다. 그래서 믿지 못하거나 지키지 않는 약속을 '오적어 묵계(烏賊魚 墨契)'라고 한다.

단백질 함량이 17%로 높다. 오징어 근육은 결합 조직이 없어 부드럽고, 가늘고 긴 섬유가 옆으로 길게 병렬하고 있어 세로로 쪼개기 어렵지만, 옆으로는 쉽게 쪼갤 수 있다. 오징어를 가열하면 껍질에 있는 콜라겐 섬유가 먼저 수축하므로 동그랗게 말린다.

오징어 단백질은 영양가가 높고 소화가 잘 된다. 그러나 지나치게 가열하면, 오히려 소화율은 나빠지므로 주의할 필요가 있다. 특유한 맛 성분은 타우린, 베타인, 펜탄 등인데 타우린은 다른 어패류보다 2~3배 많다. 말린 오징어 표면에 있는 하얀 분말로 건강이나 시력 회복 등에 도움이 된다. 마른오징어를 구울 때 특유의 냄새를 낸다.

지방 함량은 1%에 불과하지만, EPA와 DHA가 풍부해 성장기 어린이 두뇌 발달에 좋다. 한방에선 성질이 평(平)한 오징어는 기(氣)를 보(保)하고, 간(肝)과 신장(腎臟)에 작용하고, 음혈(陰血)을 보충해 혈액 부족으로 유발하기 쉬운 병에 효과가 있다.

오징어는 강력한 산성 식품이기에 위산 과다증, 소화불량, 위궤양, 십이지장궤양이 있는 사람은 삼가야 한다. 콜레스테롤 함량이 높으므로 적당량을 먹는 게 좋다.

살(肉)뿐만 아니라 먹물, 뼈도 약재로 쓰이는데, 민간에선 어혈(瘀血)이 있어 가슴앓이 할 때 먹물을 불로 구워 건조해 가루를 내어 복용하기도 한다. 최근 항암 효과가 알려지면서 오징어 먹물 넣은 과자나 파스타 등 이 나오고 있다. 갑오징어처럼 석회질을 축적해 껍질처럼 만든 딱딱한 걸 '오적골(烏賊骨)'이라고 하는데, 위액 산도를 낮추며 위점막을 산의 자극으로부터 보호해 염증을 가라앉힌다. 지혈작용도 있다.

   

회나 물회, 익혀 숙회로 즐긴다. 고추장을 푼 얼큰한 찌개, 장조림, 채소를 곁들인 볶음, 돼지고기와 함께 넣어 양념하거나 통오징어를 양념해 구운 불고기, 두부와 채소 다진 것으로 속을 채운 순대 등 다양한 요리가 있다.

/신정혜(재단법인 남해마늘연구소 기획연구실장)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