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바탕 폭우가 쏟아진 후의 도시는 나른하게 드러누웠다 정신 차리고 머리감은 사람처럼 싱그럽습니다. 장맛비가 오다가다 한다더니 신명나게 소나기를 퍼붓는 창밖을 보면서 지쳤던 마음도 헹구어봅니다.

이맘 때 쯤이면 들판의 꽃들은 봄과 여름 사이에 피었던 꽃을 거두고 풋 열매를 한창 키웁니다. 감·복숭아·밤 같은 과실들은 장마철을 지나며 한창 열매의 속살들을 찌운답니다. 그래서 6월말과 7월 사이에는 들판에 꽃들을 보기 힘듭니다. 장마철에 피어봐야 벌 나비가 올 리 만무하고 수정이 힘들기 때문에 장마철이 끝나기 기다리는 것이지요. 이 시기의 꽃들은 민가나 도시에서 화려하게 핍니다. 시골집 돌담이나 도시의 담장 가에 한창 피었던 장미가 지고 나면 이어 뜨거운 태양아래 능소화가 가득 피어나지요.

능소화는 원래 7~8월에 주로 핀다고 하나 요즘은 온난화의 기운 때문인지 6월 중순이면 다 피어납니다. 갈잎 덩굴나무인 능소화는 중국 원산으로 우리나라 중부 이남에서 주로 피는 꽃으로 관상용이기 때문에 야생에서는 보기가 힘듭니다. 담쟁이나 장미처럼 주로 집 담벽 가에나 울타리에 자주 심는데 4~5월에 줄기를 뻗기 시작하여 6월 중순이면 황홍색의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데 그 모습이 너무 장관이라서 가는 길을 멈출 수밖에 없습니다.

능소화
멀리서 바라보아도 눈에 띄는 강렬한 빛깔에 이끌려 다가가 보면 마치 트럼펫 같이 생긴 큼직큼직한 꽃송이가 덩굴이 휘어지게 늘어져 피어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정말 손으로 잡고 뚜우~ 하고 불면 음이 울려 나올 것 같은 모습으로 피어 있답니다. 그러나 꽃송이가 아름다운 만큼 꽃에는 치명적인 독성이 있어 잘못하면 눈을 멀게도 한다지요. 그래서 생으로 입에 넣거나 지나치게 가까이서 감상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답니다.

그러나 꽃과 잎, 줄기는 여름에 채취하여 잘 말려 두었다가 귀한 약재로 씁니다. 꽃은 피를 생성시키고 어혈을 풀며 월경 불순이나 대하증, 산후통 등 여성에게 좋은 성분을 가지고 있답니다. 아름다운 꽃의 모습만큼이나 그 약효도 여성을 아름답게 꽃피우는 데 좋은 성질을 갖고 있습니다. 또, 뿌리는 '자위근'이라 하며 양혈, 거풍, 산어의 효능이 있으며 피부 소양이나 인후통을 치료하기도 합니다. 꽃 5g에 물 500ml를 넣고 잎과 줄기 15g에 물 700ml를 넣고 달인 액을 각각 반으로 나누어 아침저녁으로 복용하면 좋은 효험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위에서도 설명했지만 좋은 약효만큼이나 독성이 있으므로 조심해야 하며 특히 임산부는 절대로 먹어서는 안 되는 약초입니다.

거리를 지나가다가 담장을 넘는 능소화 꽃무리를 만나면 이제 '네가 능소화'구나 라고 한 번쯤 이름 불러주세요. 장마철 불쾌지수 높아지고 짜증나기 쉬운 날들이지만 물기 머금고 함초롬히 피어 있는 능소화 꽃 넝쿨 아래서 여름의 추억 하나 쯤 만들어 보시면 어떨는지요. 우리를 둘러싸고 피어나는 꽃들의 향연에 눈길을 주는 여유로 무더운 여름 이겨 가시기를 바랍니다.

/박덕선(경남환경교육문화센터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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