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임기 동안 이것만은 반드시 고치겠습니다.”홍콩에서 설을 맞은 이용수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은 칼스버그컵 취재차 온 기자들에게 새해 각오를 겸한 소신을 털어놓았다. 학자(세종대 교수)로서 그의 소신은 월드컵 1승도 16강도 아닌 중학교 4강제 폐지.

고교팀 입학자격인 4강제를 없애고 다른 학생들과 똑같이 시험을 통해 고교에 들어가게끔 교육제도를 고치자는 주장이다.

이 위원장은 자신의 뜻을 관철하기 위해 국회에까지 달려가겠다고 했다.

학교축구를 더욱 활성화해야하는 마당에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는 말도 나올법 하지만 이 위원장의 말을 들어보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한해 고교를 졸업하는 축구선수는 평균 1300명. 이들 가운데 300명만이 프로·대학·실업팀으로 진출하고 나머지 1000명은 실업자로 나앉는 게 한국축구의 현주소다. 문제는 나머지 1000명이 갈 곳을 찾다 보니까 자연스레 학교로 다시 눈을 돌려 잡음이 빚어지고 그나마 자리도 못 구하면 우리 사회에서 살아가는 데 어려움이 많다는 지적이다.

이 위원장은 “중학교 수업을 정상적으로 마치면 축구인으로서 할게 없어도 대학에 갈 수 있다”며 “그러나 중학교 때부터 축구만 하니까 나중에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 위원장은 이런 맥락에서 학원축구가 안고 있는 비능률적 요소를 거론했다.

선수들이 어릴 때부터 승리에 대한 강박관념 속에 공만 차다 보니까 축구를 단순노동으로 느끼게 돼 경기에 대한 흥미와 창조성·능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나아가 한국축구 구조개혁을 위해서는 언론의 협조가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현재 신문·방송사들이 대부분 주최하고 있는 중고선수권대회에서 중등부만이라도 손을 댈 테니 이를 대승적 차원에서 양해해달라는 부탁이다.

한국축구의 미래를 위해서라면 어떠한 욕도 먹겠다는 이 위원장의 용기가 척박한 국내 풍토에서 어떤 결과를 낳을지 사뭇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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