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4일 민족농업을 포기하는 ‘쌀산업발전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나는 비록 보릿고개를 겪지는 못했지만 보리밥을 먹고 자랐으며 식량자급을 위해 정부가 일반볍씨를 뿌려 놓은 모판을 공무원을 동원해 발로 밟고 통일벼 볍씨를 다시 뿌리게 하는 광경을 보며 자란 세대이다.
지난 해까지만 해도 정부는 쌀 증산을 위해 휴경답 경작을 장려했고 행정기관이 앞장서서 독려하기도 했다. 그런데 올해 정부는 쌀 재고량이 증가했다면서 쌀 증산정책을 포기하려 하고 있다. 약정수매제도마저 시가로 매입, 방출하는 형태로 재편한다고 하니 그나마 안정적인 농가소득원이었던 쌀농사 마저 이제는 희망을 잃게 된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국가의 정책이라면 눈앞의 상황만 보고 판단할 것이 아니라 미래를 볼 줄 알아야 한다.
지금의 쌀 재고량 증가는 몇 년간의 풍작으로 인한 증가일 뿐이다. 그리고 국내 쌀 소비량이 아무리 줄고 있다 해도 한 해만 흉작이 들면 쌀 재고량은 금방 바닥을 드러내는 것이 현실이다. 도시의 팽창으로 인해 경작면적이 줄고 공업화에 따른 지구환경의 악화로 기상이변이 속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해마다 풍년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향후 2~3년 내에 흉년이 들어 재고량이 지난 90년대 중반처럼 200만석 이내로 줄어 든다면 그때 가서 또 다시 증산정책으로 돌아설 것인지 정부에 묻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농업은 그 특성으로 한번 기반이 무너지고 나면 다시 회복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들은 자국 농민의 이익을 위해 세계무역기구(WTO)를 내세워 우리 농민을 위협하고 있는데 우리 정부는 방패가 되어주지 못할망정 오히려 농업을 포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 순간 우리 농민들은 농민임을 또 한번 후회하게 된다. 정부는 쌀산업발전종합대책을 즉각 철회하고 농민에게 희망을 주고 도시민에게 안정적으로 쌀을 공급할 수 있는 쌀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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