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꽃 그림을 보고 향기가 없다 한 선덕여왕

선덕여왕은 당나라에서 보낸 모란꽃 그림을 보고 모란꽃에는 향기가 없다고 했다고 한다. 정말 모란꽃은 향기가 없을까? 고스톱 유월 화투짝 10점짜리 모란꽃에는 향기가 있는지 나비가 2마리 있다. 당태종 이세민이 신라에 보낸 모란꽃 그림에는 나비가 없다. 왜 그럴까?

보통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은 모란 그림에 나비가 보이지 않으니 향기가 없다고 생각한다. 선덕여왕이 결혼을 하지 않은 여왕이라고 당태종 이세민이 보낸 조롱이라고 이야기한다. 후대에 남자 중심으로 세상을 보는 사람들이나 중국에 대한 사대주의가 미덕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의 생각으로 해석된다. 더 진도를 빼는 사람들은 영묘사 옥문지(玉門池) 개구리 울음소리와 여근곡(女根谷)에서 적병을 몰살한 것으로 선덕여왕의 남자관계를 해석하기도 한다.

동양화에서 모란은 부귀영화의 상징

동양화 읽기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조용헌 교수의 <동양화 읽는 법>을 보면 중국 그림에서 모란꽃은 부귀영화를 상징하는데 나비는 80세를 상징한다. 중국 그림에서 모란과 나비만 그리는 법은 없고 나비를 그리려면 반드시 고양이와 나비를 함께 그린다. 중국에서는 고양이(70세 모 )와 나비(80세 질 )를 모란과 함께 그려야 70~80세가 되도록 장수하며 부귀를 누린다(부귀모질)는 뜻이 된다고 한다.

동양화에서 부귀영화를 상징한다는 모란.
단순히 모란의 생태를 그린 세밀화나 정밀묘사가 아니라 부귀 영화를 기원한다는 뜻의 모란 그림을 선물로 보낸 것이라면 선덕여왕이나 일연 스님이 중국 그림 읽는 법을 잘 몰랐던 것이라 해석한다. 자세한 설명은 조용헌 교수의 책을 한 번 읽어보면 어렵지만 이해는 될 것이라 생각된다.

당나라를 향기 없는 꽃에 빗댔다?

당시 삼국의 상황과 당나라의 정세를 보고 모양은 아름답지만 향기없는 꽃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당나라를 빗대어 말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신라의 입장에서 당나라의 모습이 향기없는 아름다운 꽃 모란처럼 보였을 것이란 이야기도 귀에 들어온다. 모란의 씨앗을 심어 확인을 하니 역시 향기가 없더라는 이야기도 신라 궁궐에 사는 사람 모두가 축농증이 아닌 이상 당시의 국제관계로 해석하는 것이 가장 설득력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과학적으로 벌과 나비의 눈이 되어 꽃과 꿀을 찾아가는 방법으로 보았을 때도 역시 맞지 않다. 사람의 눈으로 보는 꽃과 나비의 눈으로 보는 꽃은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곤충은 먼 곳의 꽃은 냄새로 찾고 가까운 곳은 꽃의 색으로 찾는다고 한다. 나비의 눈에는 세상이 퍼즐조각 맞추기처럼 보인다고 하는데 모란이 어떻게 보일까 궁금해진다.

모란꽃은 분명 향기가 있다

마지막으로 삼국유사를 쓴 일연이 모란에 대하여 무지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있다. 모란은 당나라에서 신라까지 왕실에서 귀한 선물로 보낼 만큼 당시에는 당나라에서도 아주 희귀하고 귀한 꽃이었다. 하지만 당대의 지식인인 일연이 모란을 몰랐을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모란은 분명히 향기가 있다. 그런데 왜 모란꽃에 나비가 오지 않는 걸까? 과학과 생태의 눈으로 보면 분명히 사실이 아니지만 동양화 읽는 법이나 남녀관계, 인간관계, 정치나 국제정세 속에서 보면 아름다운 모란꽃이라도 나비가 날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모란은 모란(牧丹) 목단(牡丹), 목작약(木芍藥)이라고도 부른다. 한자가 어려운데 牧丹은 모란으로 읽고 牡丹은 목단으로 읽는다. 한자말이 우리말로 바뀌면서 목단-모단-모란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화투칠 때 목단이라고 부르는 것은 한자말에서 유래한 것이다.

고스톱은 6월이 모란인데 실제 모란은 6월에 필까?

화투 패 6월.
우리가 학교 다닐 때 외우고 시험쳤던 시 '모란이 피기까지는'을 많이들 알고 있다. 영랑의 고향 전남 강진군에서는 해마다 모란이 가장 흐드러지게 피는 4월말에 문학제를 시작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남부지역은 4월말, 중부지역은 5월에 모란꽃이 핀다. 고스톱의 유월은 음력 유월이다. 고스톱은 일본의 자연과 생태, 문화 역사를 요약 정리한 압축파일이고 정수라는 점에서 우리와 다를 수 있다. 중국의 모란도가 삼국을 거쳐 일본으로 건너가면서 중국과 한국에서는 모란과 나비를 함께 그리지 않았는데 일본에서는 함께 그린 듯하다.

김영랑은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라며 절대적인 가치와 기다림을 노래했다. 현대판 선덕여왕의 리더십을 기다리는 이들에게 선덕여왕은 누구일까? 모란은 무엇일까? 그들에게 지금은 찬란한 슬픔일까? 갈수록 요즘 정치에서 흘러나오는 모란의 자태와 향기가 궁금해진다.

/정대수(마산 진동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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