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가 새 전술에 미처 적응치 못한 채 새해 첫 발을 무겁게 내디뎠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설날인 24일 홍콩스타디움에서 열린 칼스버그컵축구대회에서 4-4-2 전술을 꺼내들고 세계랭킹 14위 노르웨이와 맞섰지만 `ㅡ자 수비'의 허점을 드러내며 2-3으로 역전패했다.

노르웨이와 역대 전적에서 1승2패가 된 한국은 27일 파라과이와 3~4위전을 갖는다.

홍명보를 축으로 하고 김태영·이민성·심재원이 좌우로 늘어선 4명의 한국 수비진은 지역방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역할분담이 이뤄지지 않은 듯 대인마크에서 우왕좌왕하는 등 조직력에서 문제를 드러냈다. 특히 순간적인 공간침투와 골키퍼와 수비진 사이를 뚫는 패스에 번번이 상대 공격수를 놓친 데다 미드필더 고종수·유상철·서동원의 수비가담이 적어 위기를 자초했다.

또 수비진과 미드필더 간에 쓸데없는 패스만 주고받았을 뿐 특유의 스피드를 앞세운 돌파와 전방 공격진으로 공이 넘어가는 날카로움을 찾기 힘들었고 최전방에 섰던 최용수는 그라운드 운용폭이 좁아 상대적으로 공격 기회를 만들지 못하는 등 많은 숙제를 남겼다.

선제골은 고종수가 넣었다. 고종수는 전반 24분 심재원이 대각선으로 띄운 볼을 왼쪽에서 받아 페널티지역 안으로 치고들어가다 수비 카라다스의 파울로 페널티킥을 얻었고 정확히 골로 연결했다.

그러나 덜 조직된 수비진은 동점과 역전골을 쉽게 내줬다.

노르웨이는 전반 35분 한국 수비 3명이 엉거주춤한 사이 문전 혼전중 프로데 욘센이 동점골을 뽑았고 7분 뒤에는 헬스타트가 홍명보과 이민성간 틈을 뚫고 역전골을 터트렸다.

한국은 후반들어 서동원을 빼고 이영표를 투입, 미드필드에서 다소 활기를 찾았다. 특히 20분 서정원 대신 들어간 김도훈은 투입된 지 3분만인 23분 고종수-김태영으로 이어지는 패스를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가슴으로 받은 뒤 왼쪽으로 돌면서 발리슛, 2-2 동점을 만들었다.

하지만 한국은 불과 1분도 안돼 욘센에게 결승 헤딩골을 내준 데 이어 26분과 27분 결정적인 실점 위기를 맞는 등 노르웨이의 공세에 시달렸다.이후 한국은 41분 김도훈이 골지역에서 날린 위협적인 왼발슛이 골키퍼의 손에 걸렸고 42분에는 심재원 대신 김상식을 교체 투입하면서 4-4-2 전형을 수비를 3명으로 줄인 3-4-4로 바꿨지만 이미 기운 전세를 뒤집기에는 시간이 모자랐다.

한편 홍콩은 파라과이와 0-0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9-8로 이겨 결승에 진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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