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출근하면서 텔레비전 화면으로 뉴스 몇 줄이 지나갔다. "마산야구장, 인조잔디로 교체." 불현듯 몇 년 전에 전국 최초 인조잔디 야구장이었던 부산 사직야구장에 21년만에 천연잔디를 깔았다는 보도가 떠올랐다. 사직야구장에 천연잔디를 깔 즈음 기사를 검색해봤다. 천연잔디를 선택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안전이었다.
"사직야구장은 95년 10월 야구장으로는 국내 처음으로 인조잔디를 깔았는데 선수들이 미끄러지거나 넘어질 경우 잔디와 마찰로 화상이 잦고 원활한 동작이 어려워 천연잔디로 교체를 요구하는 소리가 높았다. …… 부산시 관계자는 '사직야구장이 천연잔디 구장으로 변신하면 선수들 경기에 큰 도움을 줄 뿐 아니라 시민들도 한결 멋진 친환경 공간에서 관람할 수 있다'고 말했다."(2006. 3. 13 연합뉴스)
마산야구장에 대한 기사는 딴판이다. 비가 내리면 물이 고이던 천연잔디를 걷어내고 물빠짐이 원활하도록 개선한 인조잔디를 깔았다는 것이다. 발암물질 걱정이 없는 최고급으로 선수들이 흙먼지로 시야에 방해를 받는 불편함과 불규칙 바운드 등으로 부상하는 걱정을 덜 것이라 기대된다고 한다. 롯데구단에서도 새롭게 단장된 잔디와 투수 마운드, 불펜 등에 만족감을 표시했다고 한다. 한자리에 서서 공을 던지는 투수는 때깔좋은 인조잔디가, 뜀박질을 하며 날아오는 공을 받느라 몸을 던져야 하는 외야수는 천연잔디가 좋은 모양이다.
학교운동장에서 노는 아이들은 외야수다
아이들은 어떨까? 투수형일까, 외야수형일까? 당연히 외야수형이다. 학교운동장에서 뜨거운 햇빛과 흐르는 땀방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마음껏 뛰고 구른다. 올해 3월초 마산의 어느 초등학교를 찾았다. 1년 전 인조잔디를 깔고 가장자리에 우레탄 트렉을 만들었다. 빗물 따위를 빼내려고 인조잔디와 우레탄 트랙 사이에 너비 5cm가량 되는 철제 배수시설을 만들었다.
선생님이 느끼는 심각함은 더욱 크다
선생님과 만났다. 인조잔디 조성 이후에 생겨난 어려움을 거침없이 말씀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아이들 안전이라 했다. 맨땅일 때는 넘어져도 피부가 긁히거나 벗어지는 정도였지만 인조잔디에서는 넘어지면 한참을 미끄러진다. 플라스틱 소재인 인조잔디로 찰과상을 입을 뿐 아니라 자칫 잘못하면 철제 배수시설에 부딪히는 등으로 크게 다치기도 한다고 한다. 실제 그런 사고가 있었단다.
인조잔디운동장도 관리가 필요하다
인조잔디운동장은 반영구적이고 관리가 필요없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 전혀 아니다. 인조잔디는 운동장만큼 큰 시멘트판 위에 접착제를 바르고 플라스틱을 붙인 것이다. 안전을 위해 사이에 고무칩을 넣는데 재료는 주로 폐타이어다. 밟히고 차여서 인조잔디가 벗겨지는 일이 허다하고 접착성분이 녹기도 해서 바닥에 있어야 할 고무칩이 오히려 잔디 위에 떠 있게도 된다.
학교운동장 조성, 학교·학생·학부모가 선택 가능
운동장을 새롭게 조성하려는 학교는 △천연잔디 △인조잔디 △우레탄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경남의 대부분 학교는 인조잔디를 선택하고 있다. 우선 보기는 인조잔디가 좋다. 하지만 속을 잠시만이라도 들여다보면 이런 생각이 싹 사라진다. 따뜻한 봄날에 벌써부터 녹아나온 접착제와 그 위에 떠 있는 고무칩을 발견한 순간 인조잔디에 대한 호감은 순식간에 비호감으로 바뀌게 된다.
인조잔디 사이에 조각조각 박힌 채 일일이 손으로 집어내지 않으면 도무지 청소할 방법이 없는 쓰레기도 골칫거리다. 인조잔디 쓰레기는 빗자루로 쓸어지지도 않는다. 월요일 아침이면 아이들이 정화활동으로 운동장에 쪼그리고 앉아 쓰레기 주워내기를 한다고, 한숨을 쉬는 선생님의 말씀이 덧붙여진다.
하려면 천연잔디를 해야 한다. 인조잔디를 할 바에는 지금 같은 '맨땅'이 아예 낫다. 아이들 공부하는 데는 물론이고 환경에도 좋지 않다.
/김은경(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 총무부장)
김은경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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