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들이 벌이는 국정감사가 매년 형식에 치우치다보니 이제 지방으로부터 거부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다. 경남도청공무원직장협의회가 지난 6일 성명서를 발표, 경남도가 11일부터 자치단체에 대한 국정감사를 거부해줄 것을 요청하는 한편 관련법 개정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공직협이 이처럼 강력한 목소리를 내게 된 이유는 성명서에서 밝혔듯이 내실은 없이 국정감사가 정치인들의 정치선전장으로 변질되는 것을 막는 한편 각종 상부기관의 중복감사로 인한 행정낭비를 줄여보자는 데 있다.
도공직협 뿐만이 아니다. 수십 개에 달하는 중앙.지방 자치단체협의회도 지방에 대한 국정감사를 꼭 필요한 수권 확인행위로 보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그들 나름대로 표준행동지침을 만들어서 법에 따르지 않거나 정도를 넘어선 부당한 국정감사에 조직적으로 대항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국정감사 보이콧 움직임을 긍정적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지방의 일은 지방에서 해결한다는 대원칙은 존중돼야 하지만 행정업무의 잘잘못을 대의기관인 국회가 한차례 확인하는 것까지 말릴 수는 없는 일이다. 감사원이나 행정자치부 감사 그리고 단체 자체의 감사는 어디까지나 행정 내부적인 감시기능일 뿐이기 때문이다. 지방의회 출범 직후 광역의회의 기초단체 감사를 기초의회가 저지해서 물의를 빚었던 일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지방의회가 아닌 자치단체 공무원들이 스스로 국정감사 무용론을 들고 나왔으니 예삿일이 아닌 것이다.
사실 국정감사기간이 닥치면 국회의원들이 문제점 발굴 및 대안제시라는 기본적인 정책행위는 제쳐두고 인기에 영합하는 전시성 홍보 위주의 활동을 벌여온 것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다보니 쓸데없는 부분까지 무차별 자료요청을 하게 됨으로써 전 공무원이 그쪽에 일손을 빼앗긴다. 그처럼 호들갑을 떨고 난 후 얻어지는 결실이 무엇인지 모를 정도다. 국회의원들은 언론에 제이름으로 한 건 보도 실적을 터뜨리면 할 일을 다했다는 태도다.
자치단체나 공무원들이 국정감사를 전면 거부하지는 않을 것이다. 문제는 정치인 인기주의로 이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살림을 잘 살았느냐를 보지 않고 공명심과 인기몰이 기회로 호도되고 있는 것이다. 논리를 비약시키면 국회의원 불신과도 통한다고 할 수 있다. 방법을 개선하지 않는 한 국회는 도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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