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교육인적자원부가 제시한 정책치고 교사와 학부모단체가 반대하지 않는 정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장관이 바뀔 때마다 바뀌는 입시정책이 그렇고 교원들을 위한 교원정책조차 그렇다. 사교육비를 줄이겠다는 대통령의 공약은 온데간데없고 자립형 사립학교나 이상적인 고등학교를 설립해 중학교에서부터 입시교육이 부활될 전망이다.
교육주체들이 반대하는 정책을 계속하던 교육인적자원부가 최근에는 7차교육과정의 여건을 마련한다면서 교실 늘리기 사업에 착수하고 있다. 학급당 학생 수를 현재 42.7명에서 35명으로 줄이기로 한 대통령의 지시를 수행하기 위해서이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오는 2004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수준으로 학급당 학생 수를 낮추기 위해서 전국에 1202개의 학교를 신설하고 1만 6264학급의 교실증설을 하겠다고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예산만도 무려 2조 5000여억원이다.
현재 우리교육이 당면하고 있는 교육여건의 개선은 시급하고도 절실하다. 양질의 교육을 위해서는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는 일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 교육부가 하고 있는 일을 보면 그 조급함에 아연하지 않을 수 없다. ‘부지가 없으면 운동장이나 녹지 옥상 등을 활용하고, 실험실 체육관 등을 개조해서라도 수요를 채우라’는 것이다. 2002년 2월 신입생을 받기 전까지 학교신설을 포함한 교실증축을 완료하라는 것이 교육인적자원부의 지시다. 오죽하면 경남도의회가 “교육부가 일방적으로 내년 3월까지 고교 학급당 인원을 줄이라고 지시한 것은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추경예산을 상정하지 않기로 결정까지 했겠는가. 문제의 원인은 여건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도입한 7차교육과정의 시행에 있다. 교육불평등을 심화하고 사교육비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이유로 교원단체와 학부모가 반대하는 7차교육과정을 교육부가 강행하고 있는 것이다. 조급한 공사로 인한 부실시공문제뿐만 아니다. 기존의 어학실이나 정보처리실, 심지어는 음악실이나 미술실까지도 교실로 바꾸면 이상적인 교육이 가능한가.
교원확보가 어려우니까 한 두달 연수로 자격증까지 주는 부전공연수를 도입하다 못해 이제는 교실부터 우선 지어놓고 보자는 것이다. 교육의 질은 생각하지 않고 교실 수를 확보하는 전시행정은 결과적으로 그 피해가 학생들에게 돌아간다. 무리한 교실 증.개축 사업보다 잘못된 7차 교육과정을 수정하는 것이 교육을 살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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