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꼬리투구새우는 긴 세월동안 수많은 기후 변동과 환경 변화를 극복하고 우리 주변 논 속에서 살아 남았다. 3억5000만년 전부터 이 지구상에 살아온 화석생물에게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2급'이라는 꼬리표는 다양한 기후 변화 속에서 참고 인내하면서 슬기롭게 문제를 극복한 부러움의 징표 같다.
오늘날 긴꼬리투구새우가 선택한 서식지는 논들이다. 정확한 말로 표현하자면 긴꼬리투구새우가 선택한 서식지를 인간이 침범해서 논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말이 맞을지 모른다. 긴꼬리투구새우가 발생하는 논에서는 풍년새우가 꼭 함께 발견된다. 이 새우가 많으면 풍년이 든다는 말에서 붙여진 이름인데 이 종들이 발생한다는 것은 다른 논에 비하여 유기질이 풍부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거제도의 경우 긴꼬리투구새우가 발생한 논들은 유기농과는 거리가 먼 일반 논들이다. 농약 살포 속에서도 생존할 수 있었던 이유는 농약 살포 가능성이 적은 논갈이와 논 농사의 발생 초기에 발생과 성장 산란 과정이 끝나기 때문이다. 농약과 비료가 긴꼬리투구새우의 발생에 직접 영향을 주기 때문에, 유기농의 확대는 긴꼬리투구새우에게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농약과 비료 살포를 참고 견디면서 살아 왔지만 긴꼬리투구새우의 생존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그들이 선택했던 문전옥답의 논들이 다양한 개발 사업으로 물을 품지 않는 대지로 변하거나 시멘트 콘크리트나 공장 등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제도의 경우도 가장 발생 밀도가 높았던 2곳도 그렇게 사라졌다.
긴꼬리투구새우는 3억 5000만년 동안 이 땅과 인연을 만들고 있었고 내가 만든 인연은 고작 8년에 불과하다. 이 인연이 더 길게 이어졌으면 좋겠다.
/변영호(환경과 생명을 지키는 교사 모임 회원·거제 계룡초교 교사)
변영호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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