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륜·경마·스포츠토토 전자카드제 도입 논란시민단체 불가피론에 판매점 등 매출감소 '반발'

최근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가 경륜·경마·경정, 스포츠토토(로또 제외), 강원랜드 고객을 대상으로 전자카드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저기서 반발의 목소리가 많다. 무엇때문에 이렇게 시끌벅적할까?

전자카드제 도입 왜? = 전자카드제 도입 취지는 경륜·경마·경정, 스포츠토토 등에서 사실상 무한대로 베팅이 가능한 현재의 구조를 막아보자는 것이다. 현재 상한액은 10만 원이다. 하지만 한 사람이 하나의 용지에 10만 원을 베팅한 후, 또 다른 용지를 통해 여러 번 베팅이 가능한 구조다. 이에 사감위는 신원확인을 통해 전자카드를 발급, 일정액을 충전한 후 베팅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즉 현금이 아닌 카드 충전을 통해 일정액 이상 베팅은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상황대로라면 사감위는 6월 말까지 이 안을 확정하고, 내년 시범 도입 후 2011년 시행할 예정이다.

지난 24일 창원경륜장을 찾은 고객들이 흡연구역에 설치모니터를 통해 배당액 변화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남석형 기자
◇창원경륜공단·부경경마공원 매출 감소 우려 = 창원경륜공단과 부경경마공원은 고객의 신상정보 노출이라는 기본권 침해에 대한 우려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곧 매출 감소로 직결된다는 것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 이들은 전자카드제가 도입되면 매출이 현재의 30% 정도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창원경륜공단 관계자는 "사감위에서 전자카드가 비실명이라고 하지만 주민등록번호가 들어간 사실상 실명 개념"이라며 "신분이 드러나고 카드사용도 불편해 고객들의 저항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국마사회 관계자도 "주민등록번호가 들어가기에 신분이 노출된다"며 "설문조사 결과 전자카드제가 도입되면 63.6%는 경마 베팅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홈페이지 게시판에도 신분노출하면서까지 하지는 않겠다는 글이 많다"고 말했다.

또 전자카드 도입에 따른 시스템 비용도 크게 걱정했다. 창원경륜공단 관계자는 "발매 시스템을 모두 바꿔야 하는데 초기 비용이 대략 210억 원 정도 들어간다. 이외에도 수수료 등 매년 50억 원 정도 들어갈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지방경륜장의 생존이 어려워진다"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경륜장 이용객들은 전자카드제에 대해 생소한 듯했다. 지난 24일 찾은 창원경륜장에서는 대부분 전자카드제에 대해 "들은 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자카드제를 알고 있는 이들도 "베팅 상한액을 제한해도 마음 먹고 하려면 어떤 식으로든 방법은 있다"며 개의치 않은 모습이었다.

◇스포츠토토 판매점주 반발 수위 높아 = 전국 6350개 토토판매점주들로 구성된 전국토토판매점협의회는 "생존권이 달렸다"며 단체행동을 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 사감위 건물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이들 역시 개인신상 노출에 따른 매출감소를 내세우며 반발하고 있다. 판매점주들은 지난 21일 성명을 통해 "생계를 고려해 달라는 수차례의 간곡한 요청에도 사감위가 책임 있는 답변 없이 막무가내식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합법 국책사업에 대한 규제는 음성적인 도박으로 고객 이동을 유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산시 산호동 스포츠토토 판매점주 박 모 씨는 "고객들이 벌써 인적사항 노출 등을 우려하며 전자카드에 대해 꺼리고 있다"며 "이들이 스포츠토토에서 손을 떼면 매출이 절반까지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스포지일간지 등 일부 언론에서도 체육진흥기금 감소 등을 명분으로 사감위를 압박하고 있다. 스포츠토토 시장과 어떻게든 연결돼 있는 이들 입장에서도 '발등의 불'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시민단체 '도박규제넷' = 이번 전자카드제 도입 추진을 이끈 시민단체가 바로 '도박규제넷'이라는 곳이다. '도박규제넷' 김규호 사무총장의 의지는 단호했다. 김규호 사무총장은 "전체 국민의 정신건강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며 "현재 제도로는 도박중독을 막을 수 없다. 전자카드 외엔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김규호 사무총장은 개인신상 문제에 대해서 "카드 안에 이름,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 신상정보를 넣을 이유가 없다"며 "관련업체에서 확인한 결과 기술적으로 암호화해서 다른 장치에 대조를 하면 된다"고 말했다.

음지산업 양성 우려에 대해서는 "역학조사를 해 보니 우리사회 도박산업은 풍선효과가 아닌 기관차효과가 적용됐다"며 "양질의 합법산업이 늘어날수록 음지산업 역시 팽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규호 사무총장은 "사감위가 전자카드제 도입을 못하고 후퇴한다면 우리 역시 강력한 투쟁을 할 것"이라며 단호한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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