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중에게 오월은 얼룩이 참 많습니다. 산천은 왕성한 생명의 기운으로 푸르고 시린데, 역사의 나침반은 늘 권력을 향해 흐릅니다.

가진 것들이 더한다는 옛말 어찌 그리 섬뜩한지요. 백, 천을 가진 자들이 하나 둘도 내어 놓지 않으려고 서슬퍼런 방패와 몽둥이를 휘두르고 광장을 막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기들의 것 한둘 나눠 같이 갖자 했다는 괘씸죄에 물리고 뜯기어 만신창이가 되셨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고향으로 돌아가 소박하게 화포천에 발 씻고 농사지으며 살겠다는 그 꼴 하나를 못 봐서 기어이 벼랑 끝으로 몰아 추락시키는 가진 자들의 무서운 이기심이 끔찍합니다.

지난번 대통령님 사이트에 사과 글이 오르던 날 저는 화포천에서 생태조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완만하고 유유하게 흐르는 강 같은 하천에 유난히도 샛노랗게 피어 있던 개구리갓 무리를 만났습니다. 다른 지역에서는 보기 힘든 꽃인데 유난히 화포천 둑에 무리지어 피고 있었습니다.

대통령님이 다시 냇가로 나오시면 꼭 생태해설을 해드리고 싶었습니다. 생태조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나오는 뉴스를 들으며 내가 앞 내를 돌고 있을 시간에 그는 이런 힘겨운 글을 쓰고 계셨구나 생각하며 가슴이 짠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마지막이 되고 말았습니다.

올해는 산산천지 곳곳에 깃발처럼 노란 꽃들이 유난히 많이 피었습니다. 하늘로 날아오르던 노란 풍선처럼 애기똥풀, 미나리아재비, 괴불주머니, 금계국, 민들레, 씀바귀, 고들빼기가 고속도로 아스팔트를 뚫기도 하고 잔디밭 질긴 뿌리 사이를 뚫으며 노란 꽃송이들이 수천 송이 피어서 조문길 울며 돌아서는 발길들을 잡습니다. 이번 주는 유난히 노란색 꽃들이 슬픕니다. 평소 그분이 좋아 하던 노란색입니다.

화포천 둑을 가득 메웠던 개구리갓 작고 예쁜 금빛 단추 같은 꽃송이들이 눈에 어려 더 눈물이 났습니다. 주로 제주도 습지에서 많이 자라는 다년초인 개구리갓은 10~15cm의 아주 작은 키를 가졌으며 작고 좁은 잎은 윤이 나며 샛노란 꽃잎도 털이 없이 윤이 납니다. 그래서 햇빛을 받으면 유난히 반짝거립니다. 이런 미나리아재빗과의 식물들은 대체로 독성이 있으며 식용으로 쓰기보다는 그 독성을 이용하여 해충을 쫓거나 농약을 만드는 데 주로 이용했답니다. 대체로 습지 주변에서 잘 자라며 줄기 가운데가 비어 있어 물을 정화하는데 좋은 정화식물이기도 합니다.

화포천 냇물은 대통령님 산소를 바라보며 영원히 흐르겠지요. "꽃은 졌지만 그를 잊지는 않겠습니다"라던 조문의 글이 더욱 비장합니다. 그는 갔지만 그 들판에 피고 지는 꽃들은 어김없이 피고 또 지겠지요. 사람 사는 세상 만들어보자던 그의 유지가 생명가진 모든 것들의 가슴에 흐르고 노란 깃발 용서처럼 나부끼는 오월이 되면 그 정신 새기고 새기며 민중의 웃음이 꽃처럼 피어나는 세상 만드는데 애쓰는 삶으로 보답하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박덕선(경남환경교육문화센터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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