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짐한 인심에 속 가득찬 만두맛 일품

“예전엔 발 디딜 틈이 없었어예. 학생들하고 군인들하고 뒤섞인 줄이 한참 길었지예. 지금은 ‘아마 없어졌겠지’ 하는 생각으로 가끔 찾아오는 그 옛날 손님들이 전부라예. 이제 이 일도 접을 때가 됐는 갑이라예.”

진해시 충무동 진해역 앞 멍텅구리분식(대표 이영태.김영숙)은 만두집으로 진해에서 웬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유명한 집이다. 22년 전 멍텅구리분식이란 이름으로 시작한 게 지금껏 한번도 자리를 옮겨보지 않았다. 먹을 게 귀했던 시절, 멍텅구리분식에서 만든 멍텅구리빵(밀가루반죽에 팥을 넣어 만든 도넛)은 줄을 서서 한참을 기다려야 먹을 수 있는 먹거리였다.

기껏해야 명절 때 받은 돈으로 가락국수 한그릇 사먹는 게 간식의 전부였던 때였으니 50원짜리 멍텅구리빵이 인기가 있을 만도 했다. 한 입에 쏙 들어갈 만큼 작은 손으로 빚은 만두는 물론이고, 설탕 팍팍 묻혀서 낸 멍텅구리빵은 없어서 못 팔 지경이었다. 근처의 학생들은 물론이고 그 많던 군인들 중에 멍텅구리를 한번쯤 찾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20명이 겨우 앉을 수 있는 가게에는 군인들이 빼곡이 선 채로 빵과 만두를 시켜먹곤 했었다. 아침 일곱시부터 밤늦은 열한시까지 빵을 굽고 만두를 빚어야 할 만큼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그때는 얼마나 만들었는지 개수를 셀 수가 없었제. 아마도 빵이나 만두나 수천개는 족히 넘었을끼라.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입맛도 변했는지 찾아오는 사람들이 뜸하구마는.”

78년 누이가 하던 가게를 물려받아 시작했다. 멍텅구리라는 이름은 당시 나라에서 한글간판달기를 권장했을 때라 철학관에서 20여만원의 큰돈을 주고 지었단다. 빵이름도 자연스럽게 멍텅구리빵이 됐다.

몇 해 전부터 찾는 이들이 줄기 시작하자 이름을 바꿔보라는 사람도 있고 인테리어를 새롭게 해서 번듯하게 해보라는 손님들도 있지만 이영태(52).김영숙(48) 사장은 욕심이 없다. 갓 신혼을 지난 때부터 시작해서 한 사람은 오십을 2년 넘겼고 또 한사람은 오십에 2년을 남겨두고 있으니 두사람이 걸어온 세월이 짧지만은 않다. 그때 채 걷지도 못했던 아들이 군생활을 하고 있을 만큼 세월은 훌쩍 지나버렸다.

멍텅구리빵은 안 한지가 몇 해 됐다. 하지만 만두는 22년 전 그때나 지금이나 다를 것 없다. 처음에도 그랬지만 손으로 수십.수백번 밀가루를 주물러 반죽해서 다시 밀대로 밀고, 그 속에 돼지고기와 야채 등 30여가지를 속으로 채운다. 달라진 게 있다면 처음보다 크기가 조금 커졌다는 것뿐.

만두껍질이 얇아도 터지지 않을 뿐 아니라 쫄깃쫄깃한 맛은 여느 집에서 먹는 만두와는 조금 다르다. 만두를 시키면 바로 그 자리에서 쪄내는데 만두 익는 냄새도 정겹다.

화려한 인테리어로 사람들의 시선을 끌거나 음식을 보기좋게 꾸미지는 않았지만 22년동안 빚어온 그 맛이 예사롭지 않다. 사장부부가 25년만 채우고 그만두겠다는 게 3년 남았는데 그전에 꼭 한번 먹어볼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 사장부부의 푸근한 인심도 함께 맛볼 수 있다. (055)542-3005.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