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의 맛, 세계에 알리자" 개발·창업…해물만 우려낸 국물·숙채 나물 특징

이제는 지겨울 법도 하다. '불황'이라는 단어 말이다. 음식을 팔고 남는 돈이 눈에 띄게 줄어 힘들다고 말하는 맛집들. 그러나 살아남는 길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불황에도 나름의 경제학은 있다. 여태껏 전혀 맛보지 못했던 음식으로 손님을 맞거나 톡톡 튀는, 차별화 전략으로 다가서는 융숭한 대접이 일종의 돌파구라고 할 수 있다.

처음엔 좀 의아했다. 요즘 음식점 대부분이 다소 움츠러든다고 느꼈는데, 새 가게를 열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재정을 긴축한다는 것도 아니었고, '신생 맛집'이라 내세우고 출발하는 곳이라기에 더욱 궁금했다. 하긴, 계속 불황 탓만 할 순 없는 노릇이다. 진주 칠암동에 '논개냉면&논개비빔밥'을 차린 ㈜KDC 이문철 대표이사의 말도 꼭 그랬다. "아무리 불황이라도 제대로 된 음식을 만드는 데 투자는 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 대표는 우선 새로움으로 특화하길 바랐다. 10여 년 동안 음식 사업을 해왔던 그는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과 우리만의 새로운 사업을 개척해 보고자 출발했다"고 말했다. ㈜KDC는 그렇게 두 달 전에 탄생했다. 국내외 한식 프랜차이즈, 생오리와 가공육 유통, 메뉴 개발과 음식점 컨설팅 등이 주된 사업이다. 여기서 내놓은 브랜드가 '텐더 스마일(TENDER SMILE)'이다. 처음으로 낸 음식점 '논개냉면&논개비빔밥'의 간판에도 자그맣게 이 말이 적혀 있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자연스레 짓게 되는 '부드러운 미소'를 뜻한다.

가게 이름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첫선을 보이는 음식이 바로 논개냉면과 논개비빔밥이다. 충절 '논개(論介)' 이름을 땄고, '진주 맛'이 또 하나 생긴 셈이다. 이 대표는 "진주 사람들에게 논개는 잊히지 않는 이름이고, 냉면은 가장 선호하는 음식 가운데 하나"라고 했다. 음식 맛을 더하고자 면 위에 얹는 튀김(고명)은 당시 왜장이었던 게야무라 후미스케, 메밀로 만든 면은 논개에 각각 비유된다. 당연히 냉면 국물은 남강이다. 냉면 그 자체가 왜장을 끌어안고 남강에 빠진 논개의 절개를 보여준다는 거다. 이 대표는 논개냉면은 진주의 맛과 동시에 역사도 알려준다고 덧붙였다.

논개냉면의 특징은 사골이나 돼지고기 등 육(肉)수는 아예 배제한다는 점이다. 오로지 해물만 삶아 국물 맛을 낸 거라고 자부한다. 시원함을 배가하는 오이, 무, 배도 채썰기 해서 얹는다. 국물을 마셔보니 밍밍하거나 짜지 않고, 뒷맛은 깔끔한 듯했다.

국물에 육수를 섞으면 차가워졌을 때 응고해 다소 허옇게 변하는데, 논개냉면은 전혀 그럴 일이 없다고 했다. 매일 새벽 4시부터 뽑아내는 국물에는 순전히 해물만 들어간다.

논개비빔밥은 새로운 차림이 돋보인다. 이른바 논개커플비빔밥인데, 두 사람이 먹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다. 친구, 연인, 부부가 함께 즐기기에 좋다. 밥 짓는 물에는 입맛을 당기는 비법을 곁들인다. 진주비빔밥의 특징도 고스란히 담았다. 생채(익히지 않고 날로 무친) 나물을 쓰는 전주비빔밥과 달리 숙채(익혀 무친) 나물을 넣고 비빈다. 밥알이 으깨지지 않게 젓가락으로 비비는 게 좋다. 논개냉면이 절개를 담았다면, 논개비빔밥은 평화와 공존 또는 세계화를 이야기한다. 흰색 콩나물은 백인, 검은색 고사리는 흑인 등에 빗대어 인종과 문화가 결합해 하나로 섞인 세계라는 표현이다.

'논개냉면&논개비빔밥'은 지난 23일 문을 열었다. 이 대표는 일절 고춧가루나 고추장을 쓰지 않는 유황오리주물럭도 선보이고 있다. 탁하거나 거친 느낌이 아니라 오리고기 고유의 느낌과 담백한 맛을 담아내고 싶다고 했다. 연잎유황오리훈제와 연잎유황오리흑숙도 마찬가지다. 가게 주변 칠암동 일대는 진주산업대 학생들을 비롯해 많은 사람이 끼니를 때우려고 찾는 장소다. 진주 맛집들이 밀집한 곳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이 대표는 경쟁은 피할 수 없고, 자신 있다고 밝혔다.

얼마 전에는 LA 영화기획사 '컨텐츠 시티'에서 만드는 영화 <김치칸> 촬영팀이 다녀갔다. 한국의 맛 중 하나로 비빔밥을 찍었다고 전했다. 올해 미 전역 개봉이 목표인 <김치칸>은 미국으로 입양된 한국인이 '김치 샌드위치'를 만들어 성공한다는 이야기다.

이 대표는 내달 미국 콜로라도 헤리티지 재단이 주최하는 한국 출신 입양아를 위한 캠프에도 참여한다. 1000여 명이 참석하는 이 행사에서 그는 자원봉사로 논개비빔밥을 차려 대접할 계획이다. 그의 마지막 말은 처음과 같았다. "시행착오 있겠지만, 우리 몸과 건강을 지키는 음식을 만드는 데 사명을 걸고 싶습니다."

진주 칠암동 526-6번지(진주세무서 맞은편). 055-752-7873. 논개냉면 6000원(특 7000원)·논개비빔밥 6000원(커플 1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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