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간 국민들은 실소를 머금을 수밖에 없었다. 정치란 원래 이런 것인가. 그저 정치인들의 권력야욕에 따라 코미디보다 웃기는 연기를 주고받는 것이 정치인가. 이번 개각을 둘러싼 일련의 사건들은 이 땅의 정치인들이 얼마나 방자하게 국민을 우롱하는지 명명백백하게 보여주고 있다.
남북교류가 활성화될수록 이념과 정책의 차이에 따른 수많은 갈등이 빚어질 수밖에 없음을 인정한다면 통일부장관 해임안 처리는 대권쟁취에 황망한 이회창씨의 소아적인 고집과 김종필씨의 음흉한 속내에 따른 사욕이 통일이란 민족적 과제에 대한 정책과 행정의 독립성을 짓누른 불행한 사건이었다. 그런데다가 파문의 수습 과정은 어떠한가. 민주당은 꿔준 의원을 바로 빼돌렸고, 이한동 총리는 정치도의를 저버리고 자리지키기에 급급하였으니 결국 자민련 몫 장관 교체를 중심으로 이어진 개각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한심하지 않을 수 없다.
백번 양보하여 이번 개각이 DJP공조 붕괴로 혼란에 빠진 정국상황을 수습함에 있어서 전문성과 지역성을 배려한 실사구시 정신에 따른 개각이라고 하더라도 김 대통령이 이 총리의 잔류를 받아들인 것은 권력을 지탱하기 위해서는 추악한 야합도 불사하는 한국정치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민주당과 한나라당 양당 모두 앞으로는 국민에게 직접 호소하는 정치를 하겠다고 나서는 꼴이다. 자신들의 본령인 정치판은 흙탕물로 어지럽히고 국민의 여론에 기대겠다는 태도는 양당 모두 저급한 포퓰리즘 정치로 나서겠다는 무책임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민주화가 이루어졌다고 해도 이와 구별되는 민주주의의 제도적 정착을 위해서는 의회민주주의의 테두리 안에서 합리적 책임정치의 구현이 반드시 뒤따라야만 한다. 또한 그 과정에서 정치와 행정은 상호 협력과 견제를 하되 각각의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민생에서 나라의 운명에 이르기까지 각 분야별로 국정의 최고 책임을 맡고 있는 주무 장관들의 자리가 벌거숭이 권력다툼에 의해 좌우되는 일은 결코 반복되지 말아야 한다. 또한 김 대통령이 진정으로 임기 말까지 지속적인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생각한다면 권력에 연연하지 말고 내각 또한 개혁적인 인사들로 채워야 말과 실천이 일치하는 국정운영이 가능할 것이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