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워하면서 떠나네. 바다를 헤매이는 철새들처럼 마도요. 우리는 서로 앞서가려 하지만 마도요 젊음의 꿈을 찾는 우린 나그네 머물 수는 없어라."

1987년에 나온 가수 조용필의 9집 앨범 타이틀 곡 '마도요'의 한 부분이다. 바다를 '헤매이는' 철새 마도요. 마도요는 가사의 내용처럼 헤매는 새다.

노래에 등장하는 마도요는 부리가 아주 길고 다른 도요물떼새에 비해 몸집이 큰 편이다. 두 사람이 이해관계로 서로 싸우는 사이 엉뚱한 사람이 애쓰지 않고 가로챈 이익을 이르는 말 '어부지리'라는 고사 성어는 마도요가 조개속살을 먹으려고 부리를 조가비 안에 넣는 순간 조개껍데기를 꼭 다물고 부리를 안 놔주자, 서로 다투는 틈을 타서 어부가 둘 다 잡아 이익을 얻었다는 데서 유래한다.

갯벌에서 먹이를 찾는 도요물떼새 무리.
해마다 봄가을이면 어김없이 한반도 주변 습지를 찾아오는 도요물떼새는 겨울에는 호주뉴질랜드 근처에서 월동하고, 여름에는 시베리아나 알래스카 등지에서 새끼를 낳아 기른다.

도요물떼새는 갯벌이나 논에서 먹이를 찾는다. 긴 부리를 이용해 갯벌 속에 사는 게류나 조개류를 잡아먹기도 하고, 물가에 떼지어 다니며 갯지렁이나 연체동물 또는 수서곤충류를 잡아먹기도 한다.

위성추적장치를 달아 이동 거리와 비행속도를 측정한 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뉴질랜드에서 알래스카까지 오가는 큰뒷부리도요는 1만 km가 넘는 거리를 2000m 상공에서 평균 시속 56km로 쉬지 않고 6~7일 동안이나 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행하는 동안 지방근육 속의 에너지를 소진해 뼈와 가죽만 남은 모습으로 도착한다고 한다. 체중은 절반가량으로 줄어든다.

"너희들은 모르지. 우리가 얼마만큼 높이 나는지. 우리가 얼마만큼 높이 오르는지. 그 몸은 비록 작지만 가장 높이 꿈꾸는 새." 가수 정광태가 부른 '도요새의 비밀'이란 노래 가사다.

   
 
 
정말로 우리가 모르는 사이, 빠르게 달리는 길과 편안한 잠자리 아파트 건설에 몰두해 있는 사이, 경제 발전과 경제 살리기에 온 힘을 쏟고 있는 사이, 도요물떼새들은 시베리아에서 호주·뉴질랜드까지 '검푸른 바다와 밑 없는 절벽을 건너, 춤추는 숲을 지나, 성난 비구름을 뚫고서' 그렇게나 빨리 그렇게나 멀리 날아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오랜만에 정광태의 노래 '도요새의 비밀'을 읊조리며, 우리나라 서·남해안 갯벌과 논 습지가 도요물떼새들에게 얼마나 소중한 곳인지를 새삼 되새겨 본다.

/윤병렬(환경생명을 지키는 사천교사모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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