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 개 대형 유통업체 고객 유치전…5일장 줄어백화점·아웃렛·대형마트 차별화 전략으로 승부수전통시장 시설 현대화·상인 교육으로 살 길 모색

지난 10년간 경남 도내 유통가에는 '거대'한 바람이 불었다. 2000년에 접어들면서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들어섰고, 아웃렛 매장이 생기면서 경남 도내는 대형 상점들로 가득 찼다. 올해 경남도민일보 창간 10주년을 맞아 빠르게 변화해온 경남 유통가 10년을 들여다봤다.

◇30개가 넘는 대형 유통업체 들어서 = 경남에 먼저 첫발을 내디딘 대기업은 신세계다. 신세계는 2000년 2월 마산에 신세계백화점을 세웠다. 이후 신세계가 운영하는 대형마트인 이마트가 2000년 진주에서 문을 열었다. 이후 2002년에 마산과 창원에 이마트 점포를 열고, 2004년과 2005년에 각각 양산과 통영에도 문을 열며 시장을 넓혔다.

2009년 현재 이마트는 경남에 5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신세계는 올해 하반기 사천시에 경남 6호점을 고려하고 있다. 신세계 한 관계자는 "하반기가 돼야 윤곽이 나타날 것 같다"며 "경남에 새 지점을 고려 중인 것은 맞다"고 말했다.

2000년 문을 연 홈플러스 창원점.
전국 시장점유율 2위인 홈플러스는 경남에서는 이마트보다 훨씬 많은 9개 지점을 가지고 있다. 삼성테스코가 운영하는 홈플러스 경남 1호점은 2000년 10월에 문을 연 창원점이고, 2주 후 김해에서 경남 2호점이 탄생했다. 홈플러스는 2005년에 동김해점을 엶으로써 김해에 2개 지점을 확보했다. 홈플러스는 2006년과 2007년에 경남 진출이 활발했다. 2년 동안 마산, 진주, 사천, 거제, 밀양에 5개 지점을 열었다. 대형마트가 한 곳만 진출한 사천과 거제 모두 홈플러스가 입점했다. 이후 홈플러스는 지난해 진해에 경남 9호점을 열었다.

   
 
 
롯데는 다른 기업보다 경남 진출이 늦었다. 2002년이 돼서야 창원에 롯데백화점을 세우고, 같은 해 롯데마트를 마산에 유치했다. 통영, 김해, 양산, 진해에 매년 한 점포씩을 열었고, 지난해 롯데마트 창원점을 열었다. 또한, 김해 장유에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을 열고 백화점, 대형마트뿐만 아니라 경남 아웃렛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경남에 지점 한 곳만 낸 기업도 있다. 한화에 속하는 갤러리아백화점은 진주에만 진출해 있고, 백화점식 아웃렛인 이랜드의 뉴코아 아울렛도 창원에만 있다.

지난 10년 동안 창원과 마산에는 3대 대형마트가 모두 들어서 경쟁 체제로 들어갔다. 백화점도 지역 백화점과 대기업 백화점 간 경쟁구도를 형성하게 됐다. 1995년부터 있었던 창원 대동백화점과 1997년에 세워진 마산 대우백화점이 2000년대 이후 문을 연 신세계백화점 마산점, 롯데백화점 창원점과 어쩔 수 없는 고객 유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전통시장 5일장은 대폭 축소됐다.
이렇게 대형마트가 속속 들어서면서 전통시장 5일장은 줄어들었다. 1999년 93개였던 것이 2008년에 66개로 축소됐다. 하지만, 상설시장은 1999년 92개였던 것이 2008년에 117개로 늘었다. 현재 도내에 있는 전통시장 정기시장은 66개, 상설시장 117개, 백화점 6개, 브랜드 대형마트는 20개다.

◇백화점·아웃렛·대형마트는 적군이면서도 아군 = 도내에 대기업 백화점이 들어서면서 지역백화점은 나름의 생존법을 찾았다. 명품 등 고급화에 중점을 두는 대기업 백화점과 달리 중저가 브랜드를 중심으로 마케팅을 벌여 소비층을 두텁게 쌓는 것이다. 지역 백화점은 '중저가 브랜드 중심 전략이 아웃렛과 겹칠 수 있다'는 우려에, 아웃렛은 정상 물품보다는 이월 상품을 팔기 때문에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지역 백화점인 마산 대우백화점.
지역 백화점에 맞서 아웃렛도 백화점과는 다른 쇼핑 공간임을 내세우고 있다. 지난해 12월 김해 장유에 문을 연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은 단독매장인 백화점과 대형마트와는 달리 각종 편의시설과 식당가를 갖춘 관광유통단지를 표방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오픈한 창원 시티7몰도 상설 매장임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월 상품이 아닌 정상 상품을 싼 가격으로 팔면서 입지를 굳혀나가고 있다.

백화점·아웃렛·대형마트가 창원과 마산에 집중되다 보니 한정된 수요를 서로 갉아먹고 있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그러나 서로 덕을 보기도 한다. 마산 양덕동에는 신세계백화점과 홈플러스가 있어 마산 소비자들을 양덕동으로 모이게 했다. 창원에도 롯데백화점과 이마트가, 시티7몰과 롯데마트가, 뉴코아 아울렛과 홈플러스가 같이 있으면서 소비자를 끌어모으고 있다. 하지만, 1위는 아직 없다. 앞으로 10년은 각 유통업체가 경남 지역 특성에 맞는 장점을 살려 어떻게 차별화해가느냐에 따라 성패가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전통시장은 맞춤형으로 = 대형 유통업체들이 서로 견제하면서 입지를 다져 나가는 동안 전통시장도 달라지고 있다.

전통시장 현대화의 일환인 아케이드 공사.
2002년 이후 재래시장특별법이 제정되면서 경남 도내는 2001년부터 국비 740억 원, 도비 299억 원, 시군비 818억 원 등을 투입해 시설현대화사업과 경영현대화사업을 추진했다. 또한, 전통시장마다 아케이드 개량 공사와 주차장 개선, 진입로 개설 등 사업이 진행되고 있고, 마케팅과 상인교육이 정기적으로 열리고 있다. 공동 상품권도 발매해 전통시장 수요 개선에 노력하고 있다.

경남 대표 전통시장인 마산 어시장은 고정점포와 노점 2000여 곳이 장사하고 있는 거대한 시장이다. 19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마산수협 공판장은 1일 거래량이 전국 상위권을 다퉜었다. 하지만, 유통시장이 개방되면서 전통시장 입지는 좁아졌다. 이에 마산 어시장은 어시장상인회를 출범시키고 노점상 이름표 달기를 진행하면서 상인들의 소비자 서비스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전통시장 중에서 호평을 받는 진주 중앙시장도 2010년까지 현대화 사업비 130여억 원을 들여 현대화 시설을 추진하고 있다.

각 시·군에서도 전통시장과 연결한 다양한 축제를 벌여 전통시장 활성화를 돕고 있다. 마산 전어축제와 삼천포 전어축제는 각각 마산 어시장과 삼천포 수산시장과 함께한다. 또 마산 오동동에서는 매년 5월 아구 축제를 열고, 마산 창동은 문화의 거리로 조성하고 있다.

전통시장 활성화 전략 중 하나인 축제.
중소기업청은 전통시장을 매력있는 상권, 생동감 넘치는 전통시장 육성이라는 이름 아래 시장 내 빈 점포율을 오는 2011년까지 8%로 줄이고, 지난해 상위 2등급을 받은 시장이 11.9%였던 것을 오는 2011년까지 18%로 늘릴 계획이다. 또 전통시장을 지역특산물과 관광자원 중심인 특화전문형, 대형마트와 경쟁하는 지역상권형, 주택인접지를 노린 근린생활형, 유통기능이 서서히 약화되는 구조전환형으로 나눠 맞춤형 지원을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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