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곤증 쫓는 쌉싸래한 봄향기

계절이 바뀌면 몸도 적응을 위해 새로운 음식을 원하게 된다. 움츠렸던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 우리 몸은 새 활력을 보충하려고 비타민과 무기질 같은 영양소를 원하는데, 이들 영양소가 고루 들어 있는 식품이 봄나물이다. 이는 마른 땅이나 나뭇가지에서 새싹을 틔워내는 생명력을 취해 자연과 더불어 사람도 새 기운을 받아들이고자 함이다. 봄나물의 제왕으로 불리는 건 바로 두릅이다.

우리나라에는 오갈피나무, 음나무, 황칠나무 등을 포함한 10여 종 두릅나뭇과가 자생하는데, 주로 식용하는 건 나무두릅, 민두릅, 땅두릅의 3종이다. 나무두릅은 참두릅이라고도 하며, 4월께 10㎝ 안팎 나무순을 따서 산채(山菜, 산나물)로 먹는다. 참두릅은 잎자루에 가시가 돋아 있고 잎 앞뒷면에 회색이나 황색 가는 털이 나 있다.

잎과 잎자루에 가시가 없는 건 민두릅이며, 땅두릅은 다년생 풀로 분류돼 모양, 맛, 향이 나무두릅과 조금 다르다. 한방에선 땅두릅 뿌리를 '독활((獨活)'이라 한다. 엄밀히 말하면, 두릅은 나무의 어린 순으로 가지 끝에 달리는 산채란 뜻에서 목두채(木頭菜), 늙은 까마귀 발톱 같은 가시가 있어 자노아(刺老鴉), 용의 비늘과 같아 자룡아(刺龍芽) 등 여러 이름이 있다.

백범 김구 선생은 두릅을 유난히 좋아해 "두릅은 비록 가시가 비쭉거려 못생겼지만, 그 새 살은 얼마나 부드럽고 향기로운지 모르오"라며 봄이면 두릅이야기를 자주 했다고 한다. <해동죽지>에는 전국의 두릅 중에 용문산 두릅이 가장 좋다고 했고,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서는 '잠깐 삶아 어슷하게 썰어 기름이 흥건하도록 무치면 풋나물 중에 극상등(가장 높은 등급)이요. 싫어하는 사람이 없으나 많이 먹으면 설사가 나므로 조금만 먹는 것이 좋다'고 돼 있다.

두릅은 루이신, 아스파라긴산, 알라닌 등 여러 아미노산이 고루 함유돼 다른 채소보다 단백질 함량이 높다. 비타민 A는 콩나물보다 6배, 오이나 고구마 2배 정도가 들어 있으며, 비타민 B1·B2·C뿐 아니라 인·칼슘·칼륨·철분 등 무기물이 풍부해 춘곤증을 다스리는 데에 좋은 식품이다.

두릅 쓴맛과 아린 맛을 내는 사포닌은 콜레스테롤 저하, 면역 반응 자극, 위암 예방 등 생리활성 기능이 있다. 또, 식이섬유가 풍부해 변비 개선이나 대장암 예방에도 좋다.

두릅나무는 부위별로 쓰임이 다양한데, 한방에선 나무껍질 말린 건 '총목피(曾木皮)'라 한다. 풍을 없애고 통증을 진정시키는 작용이 뛰어나 예부터 관절염과 신경통에 자주 쓰였다. 열매와 뿌리는 해수(咳嗽, 기침)·위암·당뇨병 치료, 소화제에 사용된다. 민간에선 당뇨병에 나무껍질이나 뿌리를 달여 먹었다.

   
 
 

두릅은 성질이 까다롭지 않고 독이 없으며, 약한 떫은맛은 입맛을 돋운다. 향기가 강하고 흰색으로 가지가 없으면서 통통한 것일수록 부드럽고 좋다고 한다.

손질은 붉은색 껍질을 벗겨 넉넉히 끓여 약간 식힌 물에 살짝 넣어 데치면 되는데, 덜 삶은 두릅은 식은 후 푸른빛이 얼룩지고 검은빛이 나므로 전체를 고루 익혀 초고추장에 찍거나 무쳐 먹는다. 데친 나물을 쇠고기와 꿰어 두릅적을 만들거나 김치, 튀김, 샐러드로도 요리할 수 있으며, 오래 보관하고자 소금에 절이거나 얼리기도 한다.

/신정혜(재단법인 남해마늘연구소 기획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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