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거리에 도 통한 '부엌 팍' 도사탈 없이 건강하고 싶다고? 고민 해결!같이 먹을 때 '상생·상극' 상호작용이로운 짝 골라먹으면 맛·영양 최상

평소 장(腸) 상태가 그다지 원활하지 못한 이배탈(가명·30) 씨. 지난 주말 회식 때 장어구이에 소주 한 잔을 곁들였다. 2차까지 감행한 이 씨는 친구와 만나 시원한 맥주 한 잔을 시켜 먹었다. 안주는 땅콩, 오징어 일미, 김, 과자 등이었다. 집으로 돌아온 이 씨는 목이 말랐는데, 음료수 대신 냉장고에 있던 복숭아를 꺼내 잘라 먹었고, 잠을 청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배탈이 났다. 그날 밤, 이 씨는 화장실을 수십 번 들락날락했다. 다음 날, 병원에서 주사도 맞았지만, 쉽사리 낫는 기색이 없었다. 그래서 이 씨는 용하다고 소문난 '부엌 팍 도사(?)'를 찾아갔다. '부엌 팍 도사'는 이 씨가 지난밤 먹었던 모든 음식이 '상극'이라서 배탈이 난 거라고 지적했다. 장어와 복숭아도 모두 음(陰), 맥주와 땅콩 또한 마찬가지 모두 음이어서 궁합이 맞지 않는 음식이라는 거다.

△부엌 팍 도사(부) : 궁합(宮合)은 남녀 생년월일, 시간을 음양오행에 맞춰 부부로서 길흉을 따져보는 일이지. 음식 중에 함께 먹으면 이로운 게 있고, 잘 어울리지 않거나 극히 해로운 게 있어. 이걸 궁합에 대입한 게 '음식궁합'이야. 터무니없게 들릴지 몰라도 과학적 근거도 있어. 돼지족발 먹을 때 챙겨 먹는 게 뭔가?

△이배탈(이) : 그거야 상추나 깻잎 등 채소 아닌가요?

△부 : 채소도 먹는데, 새우젓을 꼭 먹지 않나? 새우젓에는 지방을 분해하는 리파아제가 들어 있어. 돼지고기를 체내에서 소화하는 걸 돕지. 그래서 둘은 궁합이 좋은 거야.

△이 : 다른 건 어떤 게 있나요?

△부 : 제주도에는 토속음식인 '몸국(모자반국)'이 있어. 돼지고기와 뼈, 해조류인 모자반을 함께 끓인 음식이지. 모자반 안에 폴리페놀과 기름기를 쏙 뺀 돼지고기를 같이 먹으면 항산화 능력이 좋아진다는데, 노화를 막는 역할이라는 거야. 채소의 엽록소는 붉은색 고기의 동물성 지방과 경쟁하면서 암세포가 커가는 일도 사전에 억누른다고 해.

△이 : 함께 먹으면, 정말 좋지 않은 음식. 그건 뭐 때문이죠?

△부 : 토마토와 설탕은 천적에 가깝지. 이처럼 궁합이 안 맞는 건 '상극(相剋)'이라고 하지. 설탕이 토마토의 비타민을 없앤다고 알려졌잖아. 음식궁합 또한 음양오행을 떼놓고선 설명할 수가 없어.

△이 : 좀 쉽게 설명해 주신다면…….

   
 
 
△부 :
음양이 낮과 밤, 지구의 자전이라면, 오행은 공전을 말해. 다섯 행성과의 상관관계이자 계절의 변화지. 다섯 가지 구성요소, 목화토금수(木火土金水). 이걸 계절로 설명하면 봄·여름·가을·겨울, 가운데 하나는 늦여름이지. 이런 순서대로 가면 상생(相生), 순서를 뛰어넘으면 상극이라는 거야. 많이 뛰어넘을수록 더 강한 상극이지. 음식으로 따지면, 양(陽)은 태양(하늘)의 기운을 받고, 음(陰)은 지구(땅)의 기운을 받으면서 자란 것이야. 뿌리가 큰 양파·무·마늘 등이 음, 잎이 큰 시금치·배추 등은 양으로 분류할 수 있지.

△이 : 상생을 이루는 음식이 당연히 좋다는 말이죠?

△부 : 당연하지. 반대의 성질이 만나 새로운 걸 만드는 게 창조, 곧 상생이지. 뚱뚱한 사람이 빼빼 마른 사람을 좋아하고, 큰 키의 사람이 작은 키에 끌리듯이 말이야. 예를 들면, 옻닭은 동물성(양)을 식물성(음)으로 궁합을 맞춘 거라고 볼 수 있지. 삼계탕(인삼과 닭)도 마찬가지고. 오행 가운데 구성 요소들도 바로 옆 요소와 짝이 되면서 조화를 이뤄야 해. 복어 매운탕에 넣는 미나리도 복어와 탁월한 궁합을 자랑해. 찰떡궁합이지. 미나리가 피를 맑게 하면서 해독 작용도 있거든.

△이 : 음식궁합을 잘 몰라 섞거나 함께 먹는 것도 많나요?

△부 : 우유와 초콜릿에 똑같이 많이 들어간 게 포화 지방이야. 같이 먹으면 콜레스테롤 수치도 올라가겠지? 쇠고기와 부추는 둘 다 뜨거운 성질이라서 함께 먹으면 위에 나쁜 자극을 줄 수도 있어. 요즘, 요리에도 녹차가 많이 쓰이는데, 밥 먹고 마시는 녹차 또는 홍차는 도리어 칼슘 섭취에 방해가 된다고 해. 오이에 들어 있는 아스코르비나제는 무의 비타민 C를 파괴하는데, 둘을 함께 쓰면 안 되겠지.

세상이 창조된 원리대로, 순리에 맞게 봄·여름·가을·겨울에 제철식품을 즐기는 게 건강에 좋은 법이지. 조상은 음식궁합이 건강에도 중대한 역할을 한다고 믿었어. '음식궁합', 이제부터 제대로 알고 즐기게.

도움말/창원전문대학 식품조리과 김종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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