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수술 받는 날.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의사 선생님의 지시대로 수술대 위에 엎드렸다. “옮겨 심을 머리카락을 얻기 위해 뒷머리에서 1.5~2㎝정도의 두피를 뗀 다음 그 자리를 바로 봉합시킵니다. 국소마취를 할 때 잠깐 아픕니다. 몇 초만 참으세요”

엎드린 자세로 한 20분쯤 있으니 이제는 바로 누우라 한다. “뒷머리쪽 수술은 끝났습니다. 지금부터는 떼 놓은 뒷머리 피부에서 한두올씩 머리카락 뿌리를 분리해서 앞으로 심습니다.”

수술을 받으면서 잠깐씩 보니 네 다섯 사람들은 열심히 머리카락을 가려내고, 두명의 간호사는 분리된 머리카락을 수술기계(주사기처럼 생긴 식목기)에 끼우고, 의사 선생님은 그 수술기계로 머리카락을 계속 심는다. 이것도 일종의 분업일까·.

“김용우씨처럼 탈모가 심해 헤어라인이 없어진 경우 머리부위의 경계를 만들어 줘야 합니다.” 술자리에서 나를 놀려먹던 괘씸한 친구 녀석들 생각이 갑자기 났다. ‘용우는 어디까지가 얼굴일까· 세수할 때 비누질하는 곳까지가 얼굴이래. 그 위는 머리고.’

이제는 그딴 소리 안 듣게 되려나· “일어나세요. 수술 끝났습니다.” 온갖 생각 다하다가 깜빡 잠이 들었나 보다. 시계를 보니 오후 1시다. 수술을 9시 40분부터 시작했으니 수술시간이 3시간 20분 걸린 셈이다. “김용우씨는 뒷머리 숱이 촘촘하여 1800개 이상의 머리카락을 옮겨 심을 수 있었습니다. 더구나 머리카락이 굵어서 수술 결과가 상당히 좋을 것입니다.”

의사 선생님과 수술에 참여한 여러 사람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집으로 왔다. 바로 거울을 들여다보았더니 이미 윗부분부터 정수리 근처까지 1㎝정도 되는 짧은 머리카락이 많이 심겨져 있었다. 이것들이 모두 무사히 잘 자라야 할텐데….

수술 2일째부터는 뒷머리가 당기는 느낌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3일째 아침에 머리를 비누로 가볍게 감았다. 기분이 상쾌하다. 수업을 들으러 학교에 갔다.

5일째는 이마의 부기가 거의 다 가라 앉았다. 뒷머리의 실밥을 일부 풀었다. 12일째 실밥을 다 풀었다. 모든 치료가 끝난 셈이다. 14일째 문제가 발생했다. 고생해서 그리고 돈 들여서 심은 머리카락이 빠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다음날 당장 병원을 찾아갔다.

“아, 내가 미리 이야기 해 드리지 못했군요. 머리뿌리를 쉽게 심으려고 짧은 머리카락들을 같이 끼워 놓은 것이니까요. 대개 심은 머리카락의 50% 정도는 일시적으로 빠집니다. 그러나 3~4개월 지나고 나면 그 자리에서 머리카락이 새로 자라나게 되므로 안심하셔도 됩니다.”

웃으며 하시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서야 놀란 나의 가슴은 어느 정도 진정됐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빌었다. ‘머리카락들아 빨리 자라 대머리부위를 모두 가려다오. 그 듣기 싫은 대머리 소리 안 듣도록….’

(도움말:김호준피부과의원 김호준원장(055)242-6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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