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은 대를 이어 그 맥을 이어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선 맛이 있어야 하고 나름 차별화한 마케팅도 중요하다. 비단 마산 '아구찜'이 아니더라도 지역의 향토 음식은 어김없이 원조 다툼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이 대수인지 곱씹어 보면, 그렇지 않다. 중요한 건 음식은 맛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산 '아구찜'의 원조는 필자의 십여 년간 추적으로 드러났다고 봐야 한다. 마산 '아구찜'을 제일 먼저 시작한 사람은 작고한 '혹부리 할머니'다.

'오동동진짜초가집' 박영자 할머니, '구강할매아구찜집' 구봉악 할머니, '오동동아구할매집' 안소락선 할머니와 김삼연 사장은 불과 2달 내지 1~2년 차이로 비슷한 시기에 개업한 집들이다.

며느리가 전국으로 손자며느리는 세계로

이러니 '혹부리 할머니'를 빼놓고 누가 원조라고 내놓고 자랑하는 건 아닌 듯하다. 다만, 마산 '아구찜'을 전국에 널리 알린 사람은 '오동동아구할매집' 김삼연(63) 사장이다.

1960~70년대는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울 만큼 살림살이가 넉넉하지 못한 시대였다. 김 사장도 모진 가난을 이겨내려고 갓 시집 온 새댁이었지만, 시어머니(안소락선)와 함께 '아구찜' 식당을 열어 장사를 했다.

당시 마산 '아구찜'은 마산을 중심으로 인근 도시에서나 알 정도로 인지도가 낮아 오동동에 서너 집이 가게를 꾸려 나가는 처지였다.

김 사장은 마산 특유의 마른 '아구찜' 일변도로 나가는 이웃 가게들과는 달리 메뉴의 다양성으로 홍보하고 팔기 시작했다.

1960∼1970년대 아귀찜 개발초기 안소락선 할머니 창업

마산의 전통 '건아구찜'을 선호하는 사람들 외에도 이것을 꺼리는 사람들이 편하게 '아구찜'을 선택해 즐길 수 있도록 '생아구찜'은 물론, '아구수육' 등을 개발해 차별화로 승부를 걸었다. 김 사장의 마케팅은 적중했다.

이제 마산 '아구찜'은 마산 오동동에서 업소 간 승부가 아니라 전국적인 맛으로 자리매김할 필요가 있었다. 또, 그렇게 생각한 김 사장은 마산 식당을 시어머니에게 맡기고, 1981년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대규모 문화 축제 '국풍81'에 마산 '아구찜'을 선보이면서 언론에 알리는 노력을 했다.

이를 계기로 마산 '아구찜'은 춘천 막국수, 충무김밥 등 전국의 향토 음식과 함께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특히, 국풍81에 참석한 마산 '아구찜'을 비롯한 전국의 향토 음식들은 식도락가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고, 그 가운데 '아구찜'은 '마산'이라는 이름을 달고서 눈길을 사로잡았다.

'오동동아구할매집'은 또 다른 도약을 꿈꾸고 있다. '오동동아구할매집'을 창업한 1대 안소락선 시할머니, 마산 '아구찜'의 전국화에 앞장선 2대 김삼연(63) 사장에 이어 3대 한유선(41) 며느리는 마산 '아구찜' 세계화에 시동을 걸고 있다.

메뉴 다양화한 2대에 향토음식 자리매김…3대 수출준비

3대 한유선 씨는 창원대 체육학과 탁구선수로 체육지도자의 길을 포기하고, 가업을 잇고자 시할머니와 시어머니를 모시고 직접 아귀 손질부터 조리까지 총괄하고 있다.

임경숙 도의원과 김 사장을 비롯한 오동동에서 '아구찜' 집을 운영하는 주인들은 '마산 아구데이 위원회'를 결성하고, 마산 '아구찜' 세계화를 선언한 상태다.

왼쪽부터 1대 안소락선, 2대 김삼연, 3대 한유선 씨.

이 가운데 젊은 한유선 사장이 있다. 한 사장은 이미 '아구포'를 제품화했을 뿐 아니라 미국 LA 축제재단 김진형 명예회장 등 관계자들의 방문 이후 마산 '아구찜' 홍보는 물론, '아구포' 수출을 위한 상담을 끝내고 그 절차를 밟는 중이다.

한 사장은 "이제 마산 '아구찜'은 마산에서 업소 간 경쟁의 문제가 아니라 하나 되어 세계시장에 마산이라는 이름과 그 가치를 높이는, 경쟁력 있는 향토 음식으로 도약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마산 아구데이 위원회'는 경남도와 마산시 지원을 받아 5월 8일 전야제를 시작으로 '마산 아구데이' 행사를 치를 것이라고 했다. 마산 오동동 '아구' 골목은 전국 명소가 아니라 세계적인 명소로 자리매김할 날이 머지않은 것 같다.

'오동동아구할매집' 마산시 동성동 48-2. (대) 3만 5000원·(중) 2만 5000원·(소) 2만 원. 055-246-3075.

/김영복(경남대 산업대학원 식품공학과 초빙교수)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