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속 더덕의 상큼달콤한 변신

◇잘생긴 미더덕? = 생긴 꼴만 보면, <꽃보다 남자>에 나오는 F4 그룹에는 절대 끼일 수 없는 놈이다. 미더덕. 그런데 옛날 이놈에 관해 이런 이야기도 있었다고 한다.

"산에서 자라는 더덕과 그 성분이 비슷하답니다. 바닷속 더덕이라는 말인데, 더덕보단 잘생겨 아름다울 미(美) 자를 붙여 이름 지었다는 설도 있답니다." 자율관리어업 경남협의회 김재균(55·마산 진동면) 회장은 어릴 적 어르신들에게 이렇게 들었다고 했다.

백과사전을 뒤져보니 '미'는 물(水)의 옛말이라고 나온다. 그렇다면, 그리 잘생기지 않은 미더덕을 두고, 왜 아름답다고 했을까. 답은 미더덕 친척(?)에게서 나오는 듯하다. 오만둥이. 이놈의 오돌토돌 돌기나 불규칙한 주름 등은 미더덕을 상대적으로 잘생겨 보이게 했다는 거다. 일명 '주름 미더덕'인 오만둥이는 바닷속에서 "오만 데나(아무 곳이나) 붙어 지낸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란다.

     
 
◇미더덕의 화려한 외출 = 김 회장은 "지금처럼 그물에 붙은 게 아니라 바다 밑바닥을 끄는 저인망 어선이 돌에 붙은 미더덕을 잡아와 고현 위판장에서 까먹던 시절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매해 3~5월이 미더덕 제철이다. 마산 진동면 고현리 주민 대부분도 미더덕 조업을 하는데, 진동만에서 거둬들인다. 원래 껍질이 둘러싸인 미더덕은 작은 칼로 살짝살짝 껍질을 도려내야 익히 아는 모양이 나타난다.

껍질은 모두 벗기지 못하고 끝에 조금 남는데, 이곳이 제일 딱딱해서다. 여기에 입수공과 출수공이 있고, 한 마리가 하루에 약 1t(톤)의 물을 빨아들였다가 내뱉는다고 한다. 미더덕은 바다를 정화하는 능력도 지녔다는 말이다.

또, 이곳에 좋은 영영 성분도 많이 들어 있단다. 보통 미더덕을 먹을 때 껍질은 뱉는데, 함께 씹어먹는 게 이곳 영양가를 놓치지 않는 방법이다. 이 부위는 해삼 내장을 쓴 일본 젓갈 '와다' 맛과 비슷하고, 잘 다져 미더덕 덮밥에 넣어 먹기도 한다.

김 회장은 "다른 품종은 전문가나 정부가 양식 기술을 개발해 어업인들에게 보급했지만, 미더덕은 어민 스스로 쓰디쓴 투쟁과 노력으로 양식 기술을 개발해냈다"고 했다. 미더덕 젓갈은 특허를 내 대량생산을 준비하고, 일본 등지에 수출해 지역 경제에도 이바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과거 어민들이 바다에 껍질을 버리는 일이 잦았는데, 지금은 껍질이 퇴비로 최고급(?)이라 '버릴 게 없는 식품'이 됐다. 변비 특효약에 쓰이는 성분도 껍질에서 추출한다고 전했다.

◇간편하게 즐기는 미더덕 맛 = "술 마시고 나서 속쓰림은 미더덕 세 마리만 먹으면 금세 사라집디다. 요놈이 사라지기 전까지는 술은 끊을 수 없을 것 같네요. 허허." 김 회장은 달달한 술안주로는 미더덕이 제격이라고 했다. 생 걸 한 번 먹어보라며 건네던 이천상(55·창원 가음정동) 씨도 "건강에도 좋다지만, 뭐니뭐니해도 상쾌한 바다 내음과 어우러진 달큼하고 새콤한 이 맛이 최고"라고 추어올렸다.

지난 18일부터 19일까지 이틀간 마산 진동면 광암항에서 펼쳐진 불꽃낙화 & 미더덕 축제에는 '미더덕 요리 경연대회'가 열렸다. 참가자들은 미더덕을 활용한 다양한 요리로 축제장을 다녀가는 이들의 입맛을 돋웠다. 간편한 미더덕 요리, 따라해보면 어떨까.

자료제공/마산시 위생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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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더덕 향과 새싹, 오이 등의 아삭함이 어우러진 퓨전 요리.

     
 

◇재료: 미더덕, 김, 쌀, 새싹, 당근, 계란, 오이, 깻잎, 파, 쑥갓, 당면, 고춧가루

1. 미더덕은 잘 다지고, 새싹은 손질한다.

2. 고추장, 마늘, 식초를 배합해 소스를 만들어 둔다.

3. 고슬고슬 지은 밥에 잘게 다져놓은 미더덕과 새싹을 버무리고, 김과 깻잎 위에 배합해둔 소스를 뿌린다.

4. 계란·당근·당면 등과 함께 버무린 밥을 잘 말면 된다.

/미더덕 김밥 마산 양덕동 송인숙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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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더덕을 잘 먹지 못하는 아이들도 먹을 수 있도록 한 간식.

◇재료: 미더덕, 밀가루, 생강, 잣가루, 소금, 설탕물(설탕 시럽)

1. 밀가루를 채에 내려 곱게 한 다음 소금물과 생강물로 간한다.

2. 미더덕을 믹서에 곱게 갈아 밀가루와 버무리고 숙성한다.

3. 숙성된 반죽에 밀가루를 얇게 밀어 칼자국을 내고서 꼬아서 모양을 낸다.

4. 150℃ 기름에 튀겨 설탕 시럽을 바르고 잣가루를 뿌린 후 예쁘게 모양을 만든다.

/미더덕 매작과마산 성호동 전순자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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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철 미더덕과 미나리 등 채소를 버무려 산뜻하고 개운한 맛을 낸 초무침.

     
 

◇재료: 미더덕, 오징어·조개 등 해산물 조금, 미나리, 돌나물, 고추, 부추, 당근, 양파, 초장·물엿·참기름·통깨·식초·마늘

1. 미더덕은 물기를 빼고 해물은 살짝 데쳐 식힌다. 채소는 5㎝ 정도 길이로 썬다.

2. 준비된 초장에 마늘, 고춧가루, 식초, 후추 등을 넣고 잘 젓고, 묽게 농도를 맞춘다.

3. 모든 재료를 그릇에 담고 만들어진 양념을 뿌려가며 물기가 생기지 않게 살짝 버무리고 통깨를 뿌려 마무리한다.

/미더덕 초무침마산 오동동 김은웅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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