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레꽃 붉게 피는 남쪽 나라 내 고향은 어디일까? 하얀 찔레꽃은 보았는데 진짜 붉은 찔레도 있는걸까? 가수 장사익은 왜 찔레꽃 향기는 너무 슬프다고 목 놓아 울어야 했을까?

찔레 새순이 올라왔다. 찔레를 보면 입가에 맴도는 노래가 네 곡이나 된다. 가수 백난아의 정통 트로트 '찔레꽃' 부터 가수 이연실의 동요처럼 슬픈 노래 '찔레꽃', 장사익의 '찔레꽃', 양희은의 '찔레꽃 피면'까지 찔레꽃 하나에 잘 알려진 노래가 참 많다.

"찔레꽃 붉게 피는 남쪽 나라 내 고향 / 언덕 우에 초가 삼간 그립습니다 / 자주 고름 입에 물고 눈물 흘리며 / 이별가를 불러 주던 못 잊을 사람아"( '찔레꽃' 1절)

해당화
KBS 가요무대 1000회 통산 가장 많이 불린 노래 중 하나라는 이 노래에서 논란이 많은 것은 진짜 붉은 찔레꽃이 있느냐? 아니면 붉은 다른 꽃을 보고 찔레꽃이라고 잘 못 안 것일까? 라는 의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바닷가의 빨간 해당화를 보고 찔레꽃이라고 노래를 지었을 것이다' 라고 해석을 해 온 것이 그간의 정설(?)이었다.

사실 해당화가 들어간 노래가 제법 많다. '해당화가 곱~게 핀 바닷가에서~'라는 동요에도 해당화가 있고 가수 이미자의 '섬마을 선생님'에도 해당화가 있다. '해~당화 피고 지~는 섬~마을에 철새 따라 찾아온 총각 선생님'

백난아의 찔레꽃은 1941년 일제시절에 지어졌다고 한다. 배고픈 시절 보릿고개에 찔레순을 꺾어 먹어 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이 시절에 찔레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었을 것이다. 누구나 찔레를 아는 시절이라면 붉은 찔레가 있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그럼 진짜 붉은 찔레는 어떤 것일까?

실마리는 가수 백난아의 고향 제주에서 찾을 수 있다. 가수 백난아의 노래비는 제주시 한림읍 명월리에 있다. 1941년 가수, 작사가, 작곡가 모두 함께 제주 한림읍 명월대를 찾아와 일제 치하 암울한 시대에 향수를 달래며 찔레꽃 노래를 지었다고 전해진다.

그럼 제주에 가면 붉은 찔레가 있을까? 제주에 가면 육지 찔레보다 더 붉은 제주찔레꽃이 많다고 한다. 마산 진동 뒷산에서 붉은 찔레를 보고 제주가 고향인 장모님에게 신기한 붉은 찔레꽃이라며 보여드렸더니 제주도 가면 흔하게 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도감을 뒤져 찾아보았다. 진짜 '제주찔레'라는 찔레도 있었다. 제주찔레보다 더 붉은 찔레는 '국경찔레'라고 한다. 국경찔레는 붉은 찔레꽃이 색과 향기 모두 좋다고 한다. '찔레꽃 붉게 피는 남쪽 나라 내 고향'에서 남쪽 나라는 제주도가 되고 붉은 찔레꽃은 제주 찔레 중 붉은색(꽃봉오리는 붉고 피면 연분홍이 된다) 찔레이거나 국경찔레꽃일 것이다.

찔레꽃
백난아의 찔레꽃보다 더 심금을 울리는 것은 가수 이연실의 찔레꽃이다. "엄마 일 가는 길에 하얀 찔레꽃/ 찔레꽃 하얀 잎은 맛도 좋지/ 배고픈 날 가만히 따 먹었다오/ 엄마 엄마 부르며 따 먹었다오."

삐비(삘기, 띠풀), 호드기, 보리피리, 버들피리, 쑥버무리, 쑥털털이, 송구(소나무 껍질), 찔레순, 아까시(아카시아) 꽃잎이 생각나는 노래다. 1971년 발표한 이 노래는 70~80년대 암울한 시절 대학을 다닌 학생들 입에서 입으로 불린 노래이다. 보릿고개에 시집간 딸네 찾아가다 죽은 노모의 전설이 생각나는 찔레꽃 노래는 막걸리가 생각나게 하는 노래다. 암울한 독재정권에서 막걸리에 취해 왈칵 눈물이 쏟아질 것 같은 노래가 이연실의 찔레꽃이다.

찔레에 대한 노래 중에서 으뜸을 뽑으라면 가수 장사익의 찔레꽃을 들 수 있다. 가장 한국적인 목소리로 우리네 정서에 어울리는 노래를 부르는 장사익이 직접 작사 작곡해서 부른 노래가 바로 찔레꽃이다.

"하얀 꽃 찔레꽃/ 순박한 꽃 찔레꽃/ 별처럼 슬픈 찔레꽃/ 달처럼 서러운 찔레꽃// 찔레꽃 향기는/ 너무 슬퍼요/ 그래서 울었지/ 밤새워 울었지// 찔레꽃 향기는/ 너무 슬퍼요/ 그래서 울었지/ 목놓아 울었지."

진달래 먹고 물장구치던 어린 시절은 지금은 웰빙로하스라는 참살이의 상징처럼 되어버렸지만, 주린 배를 움켜쥐고 산으로 들로 다니며 허기를 채우던 사람들에겐 밤새워 목놓아 울었다는 장사익의 노랫말이 더 와닿을 것이다.

가난과 굶주림의 모진 세월에 맞서 살아온 어머니의 모습에서 찔레꽃이 보인다. 찔레순 꺾어 먹을 때부터 찔레열매가 붉게 매달릴 때까지 어머니를 기다리며 배고파 잠이 들고 마루에서 별을 세다 잠이 든 아이를 안고 방으로 들어가는 어머니 얼굴에서 우리네 모진 삶이 보인다. 찔레꽃 하얀 꽃잎에 눈이 부시고, 찔레 향에 취해 보지만 서러움이 복받쳐오는 찔레꽃은 우리 어머니 꽃이 되었다.

/정대수(마산 진동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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