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쥐나방 알 뿌리는 모습.
날개 길이가 10cm나 되는 박쥐나방은 한 번에 많은 알을 낳는다. 가을에 날개돋이를 한 암컷은 날아다니며 약 1만 개의 알을 흩어 퍼뜨린다.

흔히 나방은 애벌레 먹이 가까이에 알을 낳는다. 알에서 깬 애벌레가 쉽게 먹이를 얻을 수 있게 준비하는 어미의 본능이다. 하지만, 박쥐나방의 알 낳기는 이런 모습과 거리가 멀다.

박쥐나방은 자라는 동안 위험한 때를 여러 번 맞이한다. 첫 번째 고비는 어미가 알을 낳는 때부터 시작된다. 어디로 떨어질지 알 수 없으며, 대부분은 겨울을 나는 동안 죽는다. 이듬해 봄, 알에서 깨어난 애벌레는 이르는 곳마다 위험을 만난다.

박쥐나방 애벌레는 자라는 동안 먹이를 세 번 바꾼다. 처음에 풀잎을 먹고, 다음에 풀줄기 안으로 들어가 속을 파먹는다. 마지막에는 나무에 올라가 줄기 속을 먹으며 일 년간의 자람을 끝낸다. 나무줄기 안으로 들어가면 위험은 적어진다. 하지만, 대부분 애벌레는 이곳까지 이르기 전에 죽는다.

번데기를 거쳐 이듬해 가을에 날개돋이 하는 것이 두 마리라고 하면 알에서 어른벌레로 자라는 비율은 0.0002%(1만 마리 중 두 마리)이다. 자라는 동안 살아남는 수가 아주 적다. 박쥐나방은 이러한 것을 잘 알고 만 개 가까운 알을 낳는 것일까?

이를 지난주 얘기한 뿔소똥구리와 견주면 어떨까? 박쥐나방과 뿔소똥구리는 제각각 만 개와 네 개에서 출발하지만 결과는 똑같다. 사는 방식에 따라 알 낳는 방법을 달리하는 자연법칙이 묘하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 알이 크게 차이가 나지만 어른벌레가 되는 수가 비슷한 것을 보면, 지키는 것보다 내버려두는 것이 어미에게 훨씬 편할 것이다.

흰하루살이는 어느 해 갑자기 많이 깨어나지만, 그대로 자라나서 온 지구를 덮어 버리지는 않는다. 넓고 큰 자연의 역사에 한 획을 긋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어떤 종이 많이 나타난다 해도, 긴 시간을 두고 보면 어미 세대와 자식 세대 개체 수가 크게 변하지 않고 균형을 이룬다.

인구 문제에 견준다면 '만물의 영장'이라 하는 사람이 곤충보다 못하다. 요즘 일본은 아이 수(가정 평균 1.43명)가 부모 수보다 적다. 일본은 인구가 줄어 걱정이지만, 그 반대쪽에는 심각한 인구 과밀 현상으로 걱정하는 곳도 많다. 자연스럽게 개체 수 균형을 잡아가는 곤충의 세계가 부럽다.

/여상덕(마산 내서여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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