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한 바다의 맛 '지금이 딱'

바다 속 식품 중 유난히 향이 뛰어난 식품을 고르라면 멍게가 생각난다. 그냥 코로 맡는 냄새보다는 입안에서 퍼지는 쌉싸래하면서도 달큼하고, 잔잔한 향은 입으로 느끼는 바다의 구수함이다. 그 향이 입안을 떠나기 전에 돌멍게 껍질에 부은 소주 한 잔을 들이켜 바다와 더불어 쉬어가는 이들도 있다.

원래 이름은 우렁쉥이인데 부르기 쉬워 흔히 멍게로 불린다고 한다. 양식기술 덕분에 연중 먹을 수 있지만, 봄철부터 수온이 서서히 올라가는 초여름까지 가장 맛 좋다. 멍게는 가을부터 번식기와 산란기인데, 이때는 맛이 별로 없고 5월께 제철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우리나라 해안 지방에서는 예전부터 미더덕이나 멍게를 먹었으나 내륙까지 널리 먹게 된 건 6·25전쟁 이후다. 과거에는 자연산을 쉽게 구할 수 있었으나 지금은 소비량이 많아 파는 멍게 대부분은 양식이다. 양식이면 2년 정도 지나야 먹기에 적당한 크기가 되는데, 멍게 수명은 5~6년 정도다.

멍게는 종류도 많아 세계적으로 약 1500종이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70여 종이 알려졌다. 보통 붉은색이나 주황색을 띠는 겉면은 두껍고 가죽같이 딱딱한데 표면에 촘촘히 돌기가 돋아있다. 이 돌기 때문에 외국에서는 멍게를 '바다 파인애플' 또는 'sea sequirt(바다의 물총)'이라고 한다. 돌기는 바닷물이 드나드는 통로가 되면서 호흡이 이뤄지며 바닷물과 함께 들어온 먹이(플랑크톤)는 소화관에 들어가고, 찌꺼기는 배출된다.

외강내유, 딱딱한 껍질에 비해 속은 아주 부드럽다. 주황색을 띠는 속살은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으며 바다의 풍미를 전한다.

멍게는 먹을 수 있는 부분의 약 90%가 수분이며, 에너지는 100g당 82k㎈ 정도로 낮아 해삼·해파리와 함께 '3대 저칼로리 해산물'로 꼽힌다. 정미성분(신맛·단맛·짠맛·쓴맛·감칠맛 등을 나타내는 물질)으로는 글리신(glycine), 베타인(betaine), 글리코겐이 들어 있다. 특히, 제철에는 겨울철보다 글리코겐 함량이 8배 정도 증가해 맛도 좋으며 강장효과를 발휘한다.

옥탄올(octanol), 신티아놀(cynthianol) 등은 멍게 특유의 향긋한 향을 내는데, 신티아놀은 숙취를 없애는 데 유용하다. 콘드로이틴(Chondroitin)은 피부 노화를 막는 것으로 알려졌다. 칼슘과 철분 함량도 높아 빈혈방지 효과가 있고, 수산물 중 드물게 인체에 필수적인 미량금속이자 당뇨병 개선에 좋은 바나듐(vanadium)을 함유하고 있다.

자연산은 양식보다 돌기가 크고, 표면의 붉은색이 더 진하므로 쉽게 구분된다. 멍게살은 신선도가 떨어지면 탄력이 없고, 티로시나아제(tyrosinase)란 효소로 멜라닌 색소가 형성돼 흑갈색이 된다.

   
 
 

선명한 색을 잃기 전에 먹는 게 좋다. 신선한 회로 먹을 때 양념을 찍어 먹지 않아도 독특한 맛을 즐길 수 있고, 초고추장·겨자초장·고추냉이 간장으로도 먹는다. 고춧가루와 버무린 젓갈 밑반찬, 채소 등을 넣은 멍게 비빔밥으로 즐겨도 된다.

이밖에 살짝 데친 멍게를 잘게 썰어 넣은 멍게 김초밥, 멍게구이, 멍게밥, 멍게조림, 멍게찜 등도 가능하다.

/신정혜(재단법인 남해마늘연구소 기획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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