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자치단체장을 임명제로 되돌리자는 국회의 발상은 흘러간 물로 물레방아를 돌리겠다는 억지와 같다. 현실을 놓고 볼 때 지금의 지방자치는 옷만 입었을 뿐이지 알맹이는 중앙통제 아래 놓여있다. 왜 그런가. 재정을 중앙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정 자립이 완전한 시·군은 도내에 한곳도 없다. 이는 전국이 똑같을 것이다. 예산권으로 지방을 장악하고 있는 중앙이 일부단체장의 전횡을 못보겠다하여 선출직을 임명제로 바꾸자는 것은 지방자치제를 예전의 중앙집권제로 환원하자는 의도와 다를 바가 없다고 할 것이다.



집권당이 그같은 시도를 하더라도 야당이 견제해야 마땅하다고 우리는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불가사의하게도 야당국회의원까지 발의안에 가담하고 있다. 국회의원들의 시각이 지방자치제를 불편스럽게 보고 있다는 증거다. 단체장이 주민선출에 의하지 않고 임명제로 된다면 지방자치니 지방자율이니 민주주의의 바탕이 되는 지방분권은 설 자리가 없게된다. 국회의원들이 그걸 모를 리가 없는데도 스스로 지방을 족쇄 채우려는 저의가 무엇인지 의심스럽다.



선출직 단체장들이 지역출신 국회의원들을 예전처럼 융숭히 대접하지 않아서인가. 그렇다면 민주화·평등화를 앞서 실천해야 될 의원들이 관료화의 그늘에서 안주하고 있는 탓으로 비판받아야 할 것이다. 지역출신 의원들이 지방화의 소명의식을 애써 부정하면서 중앙통제 일변도에 앞장서는 것은 이치에도 맞지 않는다. 그렇지 않아도 정부가 부단체장을 국가직으로 전환하여 중앙 입김을 강화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여 지방의 반발을 사고 있는 중이다. 이런 때에 의원발의로 국회가 지방자치법을 개악한다면 그 후유증은 호랑이 수염 뽑는 파장을 몰고 올 것이다.



발의안에 이름을 올린 42명의 의원들은 그 배경으로 지방자치를 해 본 결과 지역이기주의가 심해졌고 단체의 재정난이 깊어진 것을 들고 있다. 일천한 자치제 경험으로 볼 때 그것이 단체장 임명이라는 역설적 방향으로의 후퇴요인이 된다고 보지는 않는다. 재정난은 정부의 책임이다. 재정을 묶어놓고 지방자치를 하겠다면 살아남을 단체가 어디 있겠는가. 그렇다고 광역단체는 자립도가 확보돼 있는가. 지방자치를 육성발전시키는데 국회의원들이 앞선 행보를 보여야지 뒷덜미를 잡고 늘어져서야 될 일이 아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