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소똥구리 암컷(오른쪽 아래)과 수컷.
'하등 동물일수록 알과 새끼는 충분히'라는 말이 있다. 덜 진화된 동물을 낮추어 일컫는 말이지만, 사실은 곤충에 따라 알 낳기와 보살피는 방법이 다를 뿐이다. 고등 동물은 한 번에 낳는 새끼의 수가 적다. 그 중에서도 영장류는 보통 한 번에 한 마리만 낳는다.

흔히 곤충이 알을 많이 낳는다고 생각하는데, 한살이 동안 네 개에서 1만 개 이상 알을 낳는 것까지 차이가 크다. 알을 낳고 나서 아무렇게나 내버려두기 때문에 성장하면서 많은 위험과 마주치게 되는 곤충들은 많은 알을 낳는다. 알과 애벌레를 잘 보살피는 곤충은 알 낳는 수가 상대적으로 적다. 알에서 자란벌레가 되는 확률의 평균은 얼마일까?

알과 유충을 보호하는 습성이 있는 노린재류는 그렇지 않은 박쥐나방에 견주면 매우 적은 수의 알을 낳는다. 알 낳는 수가 적기로는 '뿔소똥구리'가 단연 으뜸이다.

뿔소똥구리는 짐승 배설물을 먹이로 살아간다. 몸길이는 3cm 정도이며, 수컷 머리에는 상아 모양 뿔이 나 있다. 복덕(福德 : 타고난 복과 후한 마음)의 신 대흑천(大黑天 : 불교에서 전쟁을 맡은 신의 하나로 삼보(三寶)를 지켜 먹을 것을 넉넉하게 한다)을 떠올리게 하는 모습이다. 장수풍뎅이보다 더 마음을 사로잡는 힘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번식기에는 암수가 서로 도와 땅속 길 깊숙이 넓은 곳을 만든다.

   
 
 
옮겨 나른 짐승 배설물로 경단을 서너 개 만들어 둔 암컷은 그 속에 한 개의 알을 낳고 두 달 동안 떨어지지 않고 곁에서 지킨다. 경단 안에 있는 애벌레 처지에서 보면 둘레가 모두 먹이로 둘러싸여 있는 가운데서 어미의 따뜻한 보살핌까지 받는 셈이다.

다 자란 애벌레는 경단 속에서 번데기가 되고, 이듬해 봄 어른벌레가 되어 보금자리를 떠난다. 네 개의 알에서 두세 마리는 어른벌레가 된다. 날개돋이 비율이 50%를 넘으므로 다음에 소개할 박쥐나방에 견주면 자란벌레가 될 확률이 250배 이상 높다.

/여상덕(마산 내서여자고교 교장)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