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냄새 싹 빼고 '환골탈태' 돼지고기

긴 불황 때문에 돼지고기가 인기다? 요즘 돼지고기를 찾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꽃보다 남자'를 빗댄 '소보다 돼지'란 말이 있다. 경제적으로 따져도, 돼지는 소보다 싼, 그야말로 딱 알맞은 대체재다. '봄철 황사엔 삼겹살이 제격'이라며 삼겹살로 한턱내겠다는 사람도 늘었단다. 근데, 삼겹살 값도 껑충 뛰어 이젠 '금겹살'이란 말까지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돼지고기를 파는 음식점들도 손님 입맛에 지겹지 않게 하려고 부단히 애쓰는 모습이다. 좀 더 맛깔스럽게 돼지고기를 내놓는 두 집을 찾아가봤다. 훈제 삼겹살 등을 파는 마산 내서읍 '화로명가'와 돼지국밥의 기존 이미지를 벗어던진 마산 해운동 '청하 사골돼지국밥 전문점'이다.

   
 
◇화로명가 - 참나무 훈제로 초벌구이

'화로명가'(대표 강동민) 삼겹살은 보통 삼겹살과는 다른 조리 과정을 거친다. 단단한 재질이라 유럽이나 미국에선 술통, 국내에선 숯을 만드는 데 쓰이는 참나무를 음식점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었다. 이걸 장작으로 써서 초벌구이 기계로 1시간 정도 고기를 한 번 구워낸다.

통삼겹장작구이를 시켰더니 바비큐 같은 상태로 나왔다. 강동철 부장은 "돼지고기 특유의 비린내를 훈제를 통해 잡으려고 애쓴다"며 "참나무 장작으로 구워 그 향도 남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연기에 구워지면서 참나무 향이 돼지고기에 스며든다는 것이다. 이러면서 잡내와 강한 느끼함을 동시에 잡는단다.

지난해 9월 문을 연 '화로명가'는 훈제라는 특성을 내세워 손님들을 맞고 있다. 돼지고기 하면 느끼하다는 인상을 지우고, 담백함에 초점을 둔다는 뜻이다. 삼겹살뿐 아니라 오리, 떡갈비, 소시지도 훈제로 즐길 수 있다. 훈제는 고기의 기름기는 쫙 빼내고, 독특한 향과 맛을 살리기 위함이다. 불에 바로 굽는 직화(直火)가 아니라 천천히 음식을 돌본다는 의미도 포함된다. 이 점에선 최근 뜨는 슬로푸드(slow food)라고 할 만하다.

강 부장은 "한번 구워 나오기에 1분 정도만 더 데워 먹으면 된다"고 했다. 직접 개발한 매콤달콤 칠리소스와 짭조름한 델리소스는 담백한 삼겹살 맛을 감미롭게 한다. 후식 촌국수는 단돈 1000원이다. '화로명가'는 기존 고기와는 다른 맛을 찾아 꼭 선보이고자 한다. 얇은 사과나무 장작을 쓴 바비큐도 연구 중이다. 삼계초등학교 맞은편. 통삼겹장작구이(국내산) 7000원·보쌈정식 6000원. 마산 내서읍 삼계리 623번지. 055-231-9282.

◇청하(淸河) 사골돼지국밥 전문점 - 누린내 없애 더 맑은 국물

   
 
'청하 사골돼지국밥 전문점'은 이름 그대로 맑은 물처럼 국밥을 말아 팔고자 한다. 허름하고 비린내 풍기는 기존 국밥집과는 다른 깨끗한 이미지를 쌓기 위해서다. 송영은 대표는 "국밥집 하면 젊은이들은 잘 안 가는 곳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국밥의 푸근함도 버릴 수 없다고 했다.

충청도 추풍령이 고향인 송 대표는 처음엔 돼지국밥이 어떤 음식인지도 몰랐고, 먹어보지도 못했었다. 그러나 서서히 국밥에 대해 알아가면서 차별화를 시도했다. 우선, '누구나 즐기는 국밥'을 만드는 일이었다. '냄새 때문에 꺼리는 사람들도 어떻게 하면 국밥을 먹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다. 지금은 가르쳐줄 수 없는 비결이 됐지만, 100% 사골만 써서 굉장히 오래 끓인다는 점이 비린내를 없앤 비법이다. 가게 문 열고 닫을 때까지 계속 가스불을 틀어놓을 정도란다. 국물엔 한약재와 월계수 등 이것저것 들어간다.

따로국밥을 시켰다. 보통 밥을 말아 나오는 돼지국밥과 달리 이름 그대로 밥과 국이 따로 나왔다. 찰순대, 고기순대, 김치순대, 두부순대를 함께 담은 모듬순대(1만 원)와 삼겹살·항정살·가브리살을 섞은 모듬수육(2만 원)도 별미다. 모듬수욕에 내장과 순대까지 얹으면 '스페셜'이라고 한다.

송 대표는 수육과 국밥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수육백반(7000원)을 추천했다. 수육은 소스를 발라 한 번 굽고 삶은 거다. 이 소스도 잡내 없애는 특효약이다. 신마산병원 맞은편. 따로국밥 5000원·섞어국밥 6000원. 마산 해운동 42-15번지. 055-242-9696.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